진이한 "납득할 수 없어 '추노' 거절했다" [인터뷰]
2012. 09.08(토) 16:47
티브이데일리 포토
[티브이데일리 박지련 기자] 다소 차가운 마스크에 굵은 저음, 상대를 똑바로 응시하는 시선. 진이한은 강단 있는 인상의 배우였다. 또한 점잖은 태도와 진중한 말투 등이 다가서기 어렵다는 느낌도 전했다.

하지만 반전이랄까. 대화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넉살좋은 면모가 드러났다. 꽤 솔직한 대답으로 당황시키는가 하면 예상 밖 멘트로 듣는 이의 배꼽을 잡게 했다. 진지하고 예의바른 첫 인상은 변함없었지만 유쾌하면서 진솔한 언행이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진이한의 다양한 얼굴을 접할 수 있던 자리였다. 최근 티브이데일리 스튜디오에서 만난 진이한과의 가감 없는 대화를 통해 종영한 MBC ‘닥터진’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물론 그의 인생철학과 연기에 대한 열정을 알게 됐다.

배우로서 우리 드라마 제작 여건에 불만은 있어요.

스튜디오에 들어서는 진이한은 약간 어두운 낯빛이었다. ‘닥터진’이 종영한지 꽤 됐다는 걸 고려하면 교통사고 후유증이었다. 실제 그는 드라마 종영 이후 일주일 간 두문불출하기도 했다. 조금 더 몸을 추스릴 시간이 필요한 그를 보며 생각보다 큰 사고였음을 알게 됐다.

“‘닥터진’ 종영까지 일주일 남겨놓고 사고가 났어요. 졸음 운전하시던 분으로 교통사고가 났거든요. 그 날은 괜찮았는데 다음날부터 후유증이 심하더라고요. 두통에 속은 미식거리고 대사도 기억 안 나고. 하지만 ‘닥터진’ 끝날 때까진 치료 못했어요. 최근 병원을 다녔죠.”
티브이데일리 포토

진이한은 아찔한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순식간에 생명이 왔다 갔다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사고를 당하고도 병원에 갈 수가 없었다고. 드라마 스케줄이 꽉 차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종영 후 치료를 받았지만 후유증의 위험성은 잔존해 있었다. 안타까운 이야기였다.

“솔직히 우리 드라마 여건이 좋다 하기는 힘들죠. ‘닥터진’도 후반에 힘들었어요. 일주일에 4일은 밤 샜거든요. 배우로서 속상하기도 해요. 더 좋은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은데 불가능하니까요. 욕심이긴 한데 반은 사전 제작하고 반은 찍어가며 하면 어떨까 싶기도 해요”

진이한은 데뷔작인 ‘한성별곡’으로 사전제작 드라마를 찍어 봤다. 또한 ‘몽땅 내 사랑’, ‘애정만만세’, ‘닥터진’ 등으로 동시 제작 드라마에 임해 봤다. 그만큼 각각의 장단점을 모두 파악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고민해 본 절충안, 정확한 답이 아닐지 몰라도 정직한 답이었다.

곽정환 감독은 연기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어 준 분

‘닥터진’은 진이한 필모그래피에서 두 번째 사극이다. 첫 번째는 데뷔작인 ‘한성별곡’으로 이 밖에는 현대작에 출연했다. 하지만 그는 희한하게도 현대극보다 사극에서 이미지가 강한 배우다. 상당수가 잘 어울린다고 평한다. 그리고 이런 평가를 진이한 본인도 알고 있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목소리 때문인지 사극에서의 인상이 강하더라고요. 현대극처럼 목소리를 가볍게 만들 필요도 없어 편하고요. 하지만 제 눈빛이 이중적이거든요. 스타일에 따라 달라지는 마스크라고도 들었어요. 그래서 다양한 장르가 탐나고 도전해보고 싶어요.”
티브이데일리 포토

진이한은 지나쳤던 길보다 나아갈 길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시작은 각별한 의미였다. 서투른 만큼 노력했고 그럼에도 두려웠기 때문. ‘한성별곡’은 좋은 작품이었고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그에게 많은 것을 남겨주었다.

“제 작품들 중 마음 속 일 순위는 아직까지 ‘한성별곡’이에요. 당시 정말 많이 노력했지만 되돌아보면 아쉬운 점도 많아서요. 그래서인지 여전히 기억돼요. 또 그 드라마가 제 연기 인생에 전환점을 만들어줬거든요. 정환이 형(곽정환 감독)에게 두고두고 감사하고 있죠.”

진이한에게 곽정환 감독은 남다른 의미다. 언제가 됐든 시상식에 올라 “제 연기 인생을 바꿔주신 곽정환 감독님께 이 상을 바치겠다”고 말하는 게 꿈일 만큼. 하지만 그런 곽정환 감독의 ‘추노’ 캐스팅 제의는 거절했다고 한다. 진이한 자신의 연기철학과 욕심 때문이었다.

“정환 형이 ‘추노’ 초반부터 제게 ‘왕손’과 ‘황철웅’ 캐스팅 제의를 하셨어요. 그런데 두 캐릭터 중에 전 ‘황철웅’에게 끌렸거든요. 제가 악역을 잘 못하니까 배우로서 욕심이 났던 거죠. 그런데 제작진은 자꾸 ‘왕손’이를 건네더라고요. 전 굽히지를 않다 결국 흐지부지 됐죠.”

뜻밖이라고들 하던데 장난기와 애교가 많은 편이에요.

진이한은 연기에 있어 주관이 뚜렷한 배우였다. 캐릭터를 보고 작품을 선택하고, 안 해봤던 것들의 도전을 즐기며, 더 좋은 연기를 위해 고민하고 확신이 들면 타협하지 않는 이였다. 하지만 배우로서는 뚝심 있는 사람이 사적으로는 지극히 짓궂었다. 흥미로운 간극이었다.

“막내에요. 그렇다고 곱게 자란 건 아니지만요. 그래서인지 애교도 장난기도 많아요. 덕분에 제 본성을 알면 다들 깜짝 놀라더라고요. 진지하고 바른 인상의 청년이 알고 보면 장난꾸러기니까요. 연애할 때도 애교 많이 부려요. 그러고 보니 연애한지 오래 돼 감을 잃었네요.”
티브이데일리 포토

이상형을 물으니 “매력 있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두루뭉술한 답변에 눈이 높은 것 아니냐고 질문하니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어 “까다로운 편 같다”라는 직구가 되돌아왔다. 대단히 솔직해서 도리어 호감을 사는 성격이 김재중과도 닮았다. 그래서 둘이 친한 듯 보였다.

“재중이랑은 예전부터 친했어요. 제가 어린 가수 분들에게 편견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사석에서 만났던 재중이는 다르더라고요. 예의 바르고 사람들에게도 너무 잘하고. 제가 그런 성격을 좋아해서 서로 연락처 교환하고 금방 친해졌죠. ‘닥터진’에서 다시 만나 반가웠어요.”

진이한과 김재중은 원래부터 친했다. 그런데 ‘닥터진’을 찍으며 더 친하게 됐다고. 덕분에 둘이 뭉쳐 바다까지 다녀왔다. 이후 두 사람의 인증샷은 온라인 검색어에 뜰 만큼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렇게 휴식을 취하며 ‘닥터진’ 종영 이후의 여유를 즐기던 그였다.

한가롭다는 진이한에게 다음 작품에 대해 물었다. 그의 건강이 걱정됐지만 범상치 않은 연기를 보여주는 그에 대한 기대를 숨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진이한은 “여러 시놉시스를 보고 있다”며 “과정이 힘들어도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게 말할 때 진이한은 한없이 고요해 보였다. 방금 전까지 자신의 연관 검색어를 한탄하며 웃겼던 사람이라고는 상상도 안 될 정도로. 차가움과 뜨거움이 동시에 도사리고 있었고 이를 연기에 적극 활용할 줄도 아는 이였다. 그래서 그의 다음 얼굴이 더욱 궁금해졌다.

[티브이데일리 박지련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마이네임엔터테인먼트]
기사제보 news@tvdaily.co.kr        박지련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키워드 : 배우 진이한 | 진이한 | 진이한 인터뷰
싸이월드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