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무섭지 않은 공포영화를 공포 영화라 부를 수 있을까. 무섭기는커녕 웃음이 터지는,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괴기한 건 영화 자체인 ‘괴기열차’다.

2일 개봉되는 영화 ‘괴기열차’(감독 탁세웅)는 조회수에 목마른 공포 유튜버 다경(주현영)이 의문의 실종이 연이어 발생하는 광림역의 비밀을 파헤치며 끔찍한 사건을 맞닥뜨리게 되는 미스터리 호러 영화다.

영화는 다경이 유튜브 콘텐츠를 위해 광림역 연쇄 실종을 취재하면서 벌어지는 괴기한 이야기를 그린다. 이야기는 지하철이라는 한정된 장소에서 마주할 수 있는 공포 에피소드들과 취재할수록 점차 정신 이상 증세를 겪는 다경의 감정선 등 두 갈래로 전개된다.

공포 영화의 가장 중요한 미덕은 다름 아닌 공포다. 각기 에피소드들이 얼마나 공포와 스릴을 만들어내는지가 관건이다. 그러나 ‘괴기열차’는 그런 면에서 실패했다. 실종자들의 에피소드들이 겨우 올려놓은 공포 수위를 다경 중심의 이야기들이 깎아 먹기 때문이다.

특히 다경이 광림역 연쇄 실종 사건을 취재하기 위해 역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은 진지한 분위기보다는 엉뚱하고 다소 우스꽝스럽게 흘러가면서, 공포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아예 걷어내 버린다.

이 과정에서 각 실종 에피소드들의 공포 수위도 점차 낮아지면서 영화는 총체적 난국에 빠진다. 괴기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고심의 흔적은 역력하지만, 이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톤 조절에 실패해, 때로는 웃음이 터져 나올 정도로 만듦새가 콩트를 연상케 한다.

영화 후반부에는 거대한 흑막이 드러나지만, 개연성 없이 무리하게 끼워 넣은 듯한 인상이 강하다. 탄탄한 복선과 충격적인 반전이라기보다는, 지나치게 뜬금없어 공포감은커녕 실소만 자아낸다.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기 위한 다경 역의 주현영의 도전도 아쉽다. ‘SNL 코리아’를 통해 구축된 코믹한 이미지를 벗어나기엔 초반부 연기가 기존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마치 ‘주기자’의 콩트를 보는 듯한 기시감으로 오히려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후반부에 캐릭터에 큰 변화가 일어나지만, 그 흐름이 개연성 없이 억지로 이어진 느낌이 강해 주현영의 연기 도전 역시 드라마틱한 효과를 내지 못한다.

여름 하면 공포 영화라지만, ‘괴기열차’는 관객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엔 여러모로 부족하다. 오싹한 공포를 원했지만 돌아온 건 웃음인, 무섭지 않은 것이 호러인 ‘괴기열차’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괴기열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