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터치드, 저마다의 '극야'를 보내는 이들에게 [인터뷰] |
| 2026. 10.23(금) 18: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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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김진석 기자] 무대 위 터치드는 강렬하다. 폭발적인 사운드와 카리스마 넘치는 퍼포먼스로 관객을 휘어잡지만, 그 이면에는 쉽게 꺼내놓지 못한 감정도 있었다. 터치드는 첫 정규앨범 '극야'를 통해 답답함과 우울, 상실과 고독을 외면하지 않고 마주했다. 어둠에서 벗어나기보다 자신이 그 안에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 이번 앨범은 터치드가 저마다의 '극야'를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건네는 이야기다. 터치드(채도현·존비킴·윤민·김승빈)는 지난 15일 각종 온라인 음원 사이트를 통해 첫 정규앨범 '극야'를 발매했다. 앨범명 '극야'는 해가 지평선 위로 떠오르지 않아 밤이 지속되는 현상에서 착안했으며, 시간이 흘러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 감정들을 끝나지 않는 밤에 빗대어 표현한 앨범이다. 지난 20일 진행된 인터뷰는 보컬 윤민의 지각으로 예정된 시간보다 늦게 시작됐다. 당초 오후 1시로 예정됐던 인터뷰에 약 1시간 뒤 도착한 윤민은 "몸살 기운이 있어 약을 먹고 잤는데, 약기운에 알람을 못 들은 것 같다. 많은 분들을 기다리게 해 죄송하다"라며 사과했다. 첫 정규앨범을 통해 터치드가 꺼내놓은 감정의 출발점에는 윤민의 고민이 있었다. 그는 활동 과정에서 슬럼프와 번아웃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윤민은 "활동하며 슬럼프, 번아웃이 찾아온 시간이 있었다. 바닥을 치닫는 시간이었다"라며 "무대에서 터치드의 이미지는 카리스마 있고 휘어잡는 모습이 많다. 무대에서 그런 모습이 많아 간극을 참기 힘들었다. 제가 하고 싶은 말들을 하면서 활동했으면 덜 그랬을 텐데, 그 간극이 오래되니 이번 정규를 준비하며 '툭' 건들면 '펑' 터질 것 같았다"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첫 정규앨범을 기다리는 마음도 남달랐다. 윤민은 "EP를 냈었지만, 데뷔 앨범을 내는 기분이었다. 앨범이 나오기 전부터 15일을 디데이를 세며 기다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정규는 정말 하루하루를 기다렸다"라고 말했다. 김승빈 역시 "그동안 정규를 내고 싶었고, 기대해 왔다. 그만큼 열심히 준비해 후련한 마음도 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2021년 데뷔 이후 강렬한 밴드 사운드와 폭발적인 라이브 퍼포먼스로 존재감을 각인시켜 온 터치드. 이들이 첫 정규앨범에서 선택한 주제는 밝고 강렬한 무대 이미지와는 다른 내면의 감정이었다. 정규앨범을 내기까지 시간이 걸린 이유에 대해 김승빈은 "정규 앨범을 내고 싶었는데, 오래 시간이 걸리지 않냐. 저희는 멤버들이 작곡·작사를 해서 과정이 까다로운 편이다. 활동하다 보니 두려운 것도 있고, 빨리 하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윤민의 고민은 앨범의 방향을 결정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오빠들에게 이렇게 오래 활동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사람들이 음악으로 감동받는 걸 보고 싶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의도와 멀어진 느낌을 받았다"라며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는데, 멤버들과 그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됐고, 같이 이야기를 풀어나가게 됐다"라고 돌아봤다. 그렇다면 첫 정규앨범에서 울분과 우울을 전면에 내세운 이유는 무엇일까. 윤민은 정규앨범이라는 형식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보다 깊이 있게 전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정규여야 깊고 진솔하게 이야기가 닿을 것 같았다. 전보단 덜하더라도 정규는 아티스트가 하려는 이야기가 명확히 보여야 정규라고 생각했다. 하고 싶은 방향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정규가 아닐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라며 "기존에 해왔던 기조를 지킨다거나 히트할 만한 곡을 채우는 것도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그렇게 했을 때 대중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나?' 하는 질문을 하곤 한다. 그런 느낌으로 내면 청자분들도 느끼실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멤버들의 의견이 처음부터 같았던 것은 아니다. 존비킴은 앨범의 방향을 정하는 과정에서 가장 반대했던 멤버였다고 밝혔다. 그는 "내부에서 제가 가장 반대했던 것 같다. 내면의 어둠 농도도 다 다르고, 이걸 정규로 내야 하다 보니, 저도 솔직히 얘기하다 보니까 필요성을 알게 됐다"라며 "제가 반대한 건 제 안에 어둠이 없어서가 아니다. 이번에 제 어둠을 잘 담아냈다고 생각하고 만족스러운 앨범이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채도현은 앨범의 방향에 힘을 실어준 회사에도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앨범이 사실 저희끼리 좋다고 내는 게 아니다. 돈을 내는 회사 입장에선 좀 더 시장에서 먹힐 만한 이야기가 하고 싶지 않냐. 그 부분에 있어 회사에 고마운 마음이다. 아티스트가 '지금 상태에 하고 싶은 말을 할게요'한다고 동의할 회사가 많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포인트를 찾아 함께 힘을 실어주셨다"라고 설명했다. 윤민의 고민을 오래 지켜본 김승빈도 이번 앨범에 동참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고민은 예전부터 있었다. 그간 낸 EP에도 윤민의 감정이 담겨 있다. 그래도 윤민은 본인의 깊은 감정을 음악으로 쏟아내고 싶어 했고, 이를 꾸준히 얘기해 왔다. 저 또한 아티스트가 음악을 내는 시점에 본인 감정을 이야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내부에서 우려의 여론도 있었다. 그런데 우리의 얘기가 윤민의 얘기기도 해서, 우린 그 이야기에 동참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앨범명 '극야'에는 자신과 비슷한 시간을 보내는 이들에게 위로를 건네고 싶다는 마음도 담겼다. 윤민은 "누구나 각자 마음에 '극야'를 품고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이 앨범이 '극야' 속에 있는 누군가에게 위로로 닿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람이 극한으로 힘들면 하늘을 바라볼 시간도 없고, 주변에 어떤 빛이 있는지도 모르고 눈을 감을 때가 많다"라며 "저도 우울함의 척도가 끝에 가 있었기에, 빛이 있는 존재를 노래하기보단 암흑 속 기분을 노래하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채도현 역시 앨범이 밝은 방향으로 급격히 전환하기보다 윤민의 감정과 호흡을 맞추는 데 의미를 뒀다고 밝혔다. 그는 "준비한 곡은 사실 12곡보다 많았다. '극야'라는 속에서 우리가 좀 더 발버둥 치고 능동적으로 뛰쳐나가는 걸 할 수도 있었지만, 윤민이의 상태와 결을 같이하고 싶었다. 자조적이고 홀로 있는 고독의 상태, 계속 밤인 상태를 노래한다고 느끼시는 게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앨범을 발매한 뒤 윤민의 마음은 조금이나마 가벼워졌을까. 그는 모든 고민이 해소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윤민은 "앨범을 내서 괜찮거나 후련한 건 아니다. 여전히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있는 기분이 든다. 이런 인터뷰를 하거나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속 시원하기도 하다"라며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지만 기분이 높을 때 쓰는 곡을 기대하시고, 그 기대에 대응하지 못하는 기분이 계속 드니 힘들었다. 지금 가장 진솔한 이야기를 담았다. 이에 대한 후련함은 있다. 사실 이런 얘기가 하고 싶었고, 음악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털어놨다.
이번 앨범을 작업하며 멤버들의 감정에도 변화가 생겼다. 채도현은 윤민의 디렉팅을 보다가 눈물을 흘렸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는 "앨범의 영향인지 모르겠는데, 윤민이 디렉팅을 보면서 6년 만에 처음 울었다. 앨범을 준비하며 감정선이 움직인 것 같다. 다만 팬들이 너무 슬퍼하길 원하진 않는다. 눈물이 쌓이면 터져야 후련하더라. 쌓여있는 사람은 울어도 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윤민은 감정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과정이 자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전 무언가를 외면할 때 더 힘들다. 어떻게 해결할지 생각하고 싶고, 제가 뾰족할까 봐 하지 못한 말들이 음악으로 나오면 더 받아들이기 쉽다고 느껴진다. '터널'엔 자기혐오적인 얘기가 있는데, 친구들을 만나서 이런 얘길 하기도 쉽진 않다. 음악으로 하면 덜 부담스럽다고 생각한다. 작업하며 온전히 제 감정에 솔직하고 집중할 수 있었다. 이제 다음 스텝을 기다릴 수 있게 된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앨범을 통해 달라진 점을 묻자 "'극야'에서 벗어나는 걸지, 받아들이는 건지를 말하면 받아들이는 것에 가깝다. 빵 하고 터져버릴 줄만 알았지만, 어둠을 받아들이고 내가 '극야'에 있다는 걸 인정하게 됐다"라고 답했다. 어둠을 단번에 떨쳐내기보다 그 감정을 인정하는 것이 윤민에게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이 된 셈이다. 팬들의 반응에 대한 부담도 이번 앨범에서는 조금 달라졌다. 윤민은 "활동을 하다 보니 대중분들의 피드백이나 니즈도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라 생각했다. 그 정도를 지키기 힘들어질 때도 있었다. 이 기준선이 이번 앨범에선 눈치 보이지 않을 수 있었다. 이번에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저희끼리 다 담아서 낸 앨범이고 대중분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고민하기도 했지만, 피드백에 대한 고민은 없는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이야기를 나눴고, 최선을 다했다"라고 말했다. 터치드가 바라보는 미래는 여전히 길다. 김승빈은 "저희끼리는 오래 하는 밴드가 되자는 게 목표다. 길게 음악을 하자는 입장이다. 5,6년이면 아직 초반이라 생각한다. 아직 여름도 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길게 보고 싶다. 60~70살까지도 하는 밴드가 되고 싶다"라며 "저희는 목표가 되게 높다. 인터뷰하면 '슈퍼볼' 무대에 서고 싶다고 하거나, 그런 목표를 낸다. 그만큼 중요한 건 밴드활동을 오래 하고 목표를 갖는 것이다. 저희는 성급하지 않고 오래 음악 할 수 있는 팀이 되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윤민은 본인처럼 '극야'를 보내고 있는 팬들에게 진심 어린 메시지를 전했다. 윤민은 "힘들 때 어떤 얘기를 해도 안 들릴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무슨 얘기를 해도 들리지 않을 것 같단 생각이 들어서, 그런 의도로 말한 게 아닌데 안 좋게 들릴 수도 있고, 힘내라는 말조차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라며 "저희 노래가 조금이나마 공감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좋겠다. 특별할 것 하나 없는 평범한 '극야'다. 평범한 감정들을 저희도 느끼는 것이라 생각한다. 저희랑 맞닿아 있는 '극야'에 계신 분들이 있다면 저희의 노래가 힘이 됐으면 좋겠다"라며 솔직한 감정을 다시 꺼내보였다. [티브이데일리 김진석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엠피엠지뮤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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