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영화감독 김태용이 국립국악원 대표공연 '꼭두'의 연출자로 변신한다. 국악과 영화의 만남을 어떻게 버무릴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30일 오후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국립국악원에서 공연 '꼭두'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김해숙 국립국악원장과 연출을 맡은 김태용 감독과 방준석 음악감독을 비롯해 배우 조희봉, 심재현과 국립국악원 무용단 이하경, 박상주 그리고 아역 배우 김수안, 최고, 최정후가 참석해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꼭두'는 할머니의 꽃신을 찾으러 떠난 남매 수민(김수안)과 동민(최고, 최정후)이 예기치 않은 사고를 당하고 저승 길목에서 4명의 꼭두를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국악 공연이다. 길잡이꼭두(심재현), 시중꼭두(조희봉), 무사꼭두(박상주), 광대꼭두(이하경) 등 네 유형의 꼭두가 등장해 무대 위에서 각기 다른 음악과 노래, 춤으로 위로와 희망의 정서를 대변할 전망이다.

국립국악원이 올해의 대표 공연으로 선보이는 '꼭두'는 제작진이 공개되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영화 '가족의 탄생', '만추' 등을 연출한 김태용 감독이 공연 총감독을 맡았고, 영화 '사도', '라디오스타', '군함도' 등의 음악을 맡은 방준석 음악감독이 가세했기 때문.

김해숙 국립국악원장은 이번 공연의 기획의도에 대해 "국악과 영화가 만나는 자리가 '꼭두'"라고 말했다. 그는 "국악이 영화와 본격적으로 만난 것은 거의 없던 것 같다. '꼭두' 한 무대에서 영화도 보고 국악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 자부했다. 이어 "영화는 김태용 감독이 알아서 잘 해줬을 것이고, 예술 쪽은 국립국악원 예술단의 감독들 중심으로 국악과 예술에 관련된 내용이 만들어졌을 것"이라며 "영화와 국악을 아우르는 부분에 대해서는 방준석 음악감독이 잘 할 것. 저는 국악과 영화에 공연을 맡겼을 뿐"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무엇보다 김해숙 원장은 "우리나라 음악임에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국악을 낯설어 하는 현상을 해소하고 싶은 마음. 이 공연이 펼쳐질 그 날을 하루하루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김태용 감독은 "처음에 이 공연을 제가 할 수 있는 일일까 망설였다. 영화를 만들 때 어느 순간 어떤 소리를 듣고 이상한 기운을 느낀 적이 있다. 저희도 모르게 같이 영화를 찍던 스태프들이 이상하게 눈물이 떨어진 일이 있다. 이 정체가 뭘까, 나는 국악을 좋아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이 정체가 어디서 나왔을까 찾아가는 과정이 있었다. 그래서 제가 국악에 대한 충분한 이해로 이 공연을 준비했다기 보다는 그 소리의 정체를 찾아가는 과정을 나누는 공연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국립국악원에 좋은 분들이 많다 보니 영화 감독으로서 훌륭한 사람들을 캐스팅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모두가 이 공연에 흥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좋은 결과를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또한 방준석 음악감독은 "김태용 감독이 흥분이라고 말했는데 그냥 한 말이 아니다. 저희 모두 흥분돼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제가 국악을 잘 알아서 이 자리에 있는 게 아니다. 여기 매번 올 때마다 겸손해지는 경험을 했다. 김 감독이 말한 것처럼 이런 기회가 아니면 훌륭한 예술인들과 언제 작업할까라는 걸 매순간 느끼고 있다. 찾아가는 과정에서 발견하는 것들이 많다. 단적인 예로 저는 국악이 멀리 있다 느꼈는데 저희 뼛속까지 깊숙이 침투된 선율이며 몸 동작임을 느끼고 있다. 그런 것들을 발견한 매순간이 진짜 흥분되더라. '꼭두'라는 공연의 소재가 주는 울림도 크다. 마치 제가 하나의 방향을 본 것 같다. 이 가운데 제가 할 일은 여기 계신 훌륭한 분들의 도움을 받아 그냥 여기 있는 것 뿐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배우 조희봉은 이번 공연에서 망자들을 안내하고 시중을 드는 시중꼭두 역을 맡았다. 그는 이번 작품에 대해 "굉장히 기대가 된다"고 밝혔다. 이어 "스크린과 국악원이 가진 콘텐츠 사이에서 제가 할 일은 뭘까 고민이 많았는데 그 사이에서 관객 분들을 안내할 수 있도록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고 자부했다. 또한 " 개인적으로는 매체 연기를 많이 하고 있어서 가까이서 관객을 만나 호흡할 기회를 꿈꾸고 있었는데 그게 충족돼 정말 설레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어떻게 하다 보니 공연 팀 중에서 나이가 제일 많더라. 보듬어 안고 가야 하는데 제가 업혀가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런가 하면 길잡이꼭두 역의 심재현은 "대본 처음 읽었을 때 마음이 따뜻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공연에 참여할 수 있어 감사하고 있다.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좋은 만남 기대하고 있다 열심히 하겠다"고, 광대꼭두 역의 무용수 이하경은 "광대라는 게 따뜻한 느낌도 있고 특유의 발랄함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하경답고, 예인스러우면서도 광대의 색깔을 나타낼 수 있는 광대꼭두로 찾아뵙겠다"고 자부했다. 무사꼭두 역의 무용수 박상주는 "검무로서 무용적이고, 연기적인 모습들을 표현한다. 처음으로 연기적인 부분에 도전해 많이 긴장되고 설레고 있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수민 역의 김수안은 "지금 제가 굉장히 떨린다"며 "처음 도전하는 연극이다. 연극이랑 영화랑 같이 하는 게 너무 신기해서 해보고 싶었다"고 설렘을 표했다. 이어 "연습도 많이 해서 관객 여러분들을 만나 뵐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동민 역에 더블캐스팅된 최고, 최정후는 "좋은 작품에 출연해 기쁘다. 열심히 하겠다"며 이번 작품의 막내로서 귀여움을 뽐냈다.

제작발표회 말미 김해숙 원장은 "'꼭두'에 국립국악원 공연 중 가장 많은 예산을 투입했다"며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아울러 '꼭두'가 당초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대표공연으로 기획됐으나 현재 국제 정세상 국내 관객들을 먼저 만나게 된 점에 대해서도 "우리들의 DNA에는 국악을 즐길 수 있는 부분이 흐르고 있다"며 자부심을 표했다.

과연 김태용 감독의 연출력과 방준석 음악감독의 섬세한 음악 그리고 국립국악원의 예술성이 '꼭두'에서 어떻게 꽃피울지 귀추가 주목된다. '꼭두'는 10월 4일부터 22일까지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공연된다.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송선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