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감쪽 같은 그녀’가 관객 각자가 가지고 있는 조부모의 추억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영화다.

‘감쪽같은 그녀’(감독 허인무•제작 지오 필름)는 72세 말순(나문희) 앞에 듣도 보도 못한 손녀 공주(김수안)와 그의 동생이 등장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는 말순과 공주를 통해서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관객에게 묻는다. 말순은 집 나간 딸의 생사조차 모른 채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할매다. 그런 할매 앞에 갑자기 손녀라는 존재가 등장한다. 말순은 손녀 공주와 그의 동생을 받아들인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조부모와 미혼손자녀가 함께 사는 가정이 11만2578가구다. 친부모의 이혼 및 재혼, 혹은 다양한 이유로 조손가정이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사회적인 시선을 그리 곱지 못하다. 영화에서도 이러한 사회적 시선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공주가 지갑을 훔치는 장면에서 지갑을 잃어버린 아이의 부모는 조손 가정이라는 이유로 온갖 모욕적인 말을 쏟아낸다. 이러한 모습은 단지 영화상의 설정이라기 보다는, 조손 가정을 바라보는 사회적인 편견이다.

그렇다고 영화가 조손 가정을 마냥 불행하게 그리는 것은 아니다. 허 감독은 “조손 가정도 밝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또한 조손 가정을 관찰해보면 조손 가정만의 분위기, 부모가 줄 수 없는 연대감이 있다고 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허 감독은 영화 속에 잘 녹여냈다. 말순과 공주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마치 친구처럼 서로를 의지한다. 두 사람은 옆에서 팔다 남은 김밥을 얻어 먹으면서도 서로 티격태격하면서 서로에게 김밥을 먹여주며 애틋한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에 ‘수상한 그녀’ ‘아이 캔 스피크’ 등 매 작품마다 관객을 웃고 울리는 나문희가 말순 역을 맡아 또 다시 관객을 웃고 울린다. 또한 김수안은 12살 공주 역을 맡아 찰진 부산 사투리와 당찬 매력을 발산했다. 무엇보다 두 배우가 65년이라는 나이 차이가 있음에도 완벽한 케미를 보여준다. 마치 친할머니, 친손녀 같은 두 사람의 케미에 관객들이 영화에 더욱 몰입하게 한다.

허나, ‘감쪽같은 그녀’의 이야기 전개가 그리 매끄럽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말순과 공주의 이야기 중간 중간 애어른 같은 공주와 어른인 척 하는 공주의 친구들의 이야기 등장한다. 이들의 등장은 영화 중간 중간 웃음을 주는 포인트다. 하지만 반대로 영화의 흐름을 끊는 독으로 작용한다.

이야기가 탄탄하지 못하다 보니 영화가 관객을 억지로 울리려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연기 잘하는 나문희와 김수안이 보여준 애절한 연기에 관객이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다. 감동을 받아 눈물을 흘렸다기 보다는 억지로 울어 감정 소모가 심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할아버지 혹은 할머니와 애틋한 추억이 있는 관객이라면 봐도 좋을 영화다. 이야기의 아쉬움은 남지만 그래도 영화를 보며 내 할아버지, 내 할머니와의 추억이 왕왕 떠오르게 하고 그립게 하는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영화는 12월 4일 개봉.

[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영화 ‘감쪽같은 그녀’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