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진석 기자] 이하늬는 에로영화 탄생의 이면이라는 다소 낯선 소재를 '투쟁적인 역사'라고 해석했다. 자극적일 것이라는 우려에도 떳떳하게 자신의 길을 걸으며 작품을 소화한 배우 이하늬의 이야기다

지난 8월 22일 공개된 '애마'는 1980년대 한국을 강타한 에로영화의 탄생 과정 속,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 가려진 어두운 현실에 용감하게 덤빈 톱스타 희란(이하늬)과 신인 배우 주애(방효린)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하늬는 극 중 희란 역을 맡았다.

인터뷰 당시 출산을 앞두고 있던 이하늬는 "요즘은 덤덤하게 지내고 있다. '애마'를 낳고, 이제 아이를 낳는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무게감이 생기는 것 같다. 작품에 최대한 도움이 됐으면 좋겠는데, 아이를 품기 전 혼자였을 때와는 마음가짐이 다르더라. 새 생명과 일정을 함께 한다는 것 자체가 감격스럽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다"라며 "제가 조심스럽기도 했다. 인사를 드리고 싶어도 받아들이는 시점에서 '가족영화가 아니다 보니까 조심스러운가?' 싶으면서도 시대가 많이 변했으니까, 그런 마음으로 임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애마'가 1980년대가 배경인만큼 희란은 그 시대의 배우 말투를 사용한다. 이하늬는 "80년대 작품들이나 그때 인터뷰를 많이 봤다. 꼼꼼하고 디테일한 분이셔서, 감독님과 많이 상의했다"라며 "사실 제가 여배우로 살지만 보통 때에도 그렇게 살지는 못한다. 희란 같은 경우는 집 안팎에서도 꼿꼿하고 우아한 태도를 유지하는 인물로 이해하고 설정했다. 80년대에 과장되면서도 연기톤과 인터뷰 톤이 그때만 있는 향수를 살려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라고 캐릭터를 설정한 배경을 전했다. 그럼에도 참고한 여배우는 없었다고. 이하늬는 "70년대 인터뷰를 찾아봤다. 제가 태어났던 시기다 보니, 과거 '애마' 시리즈를 본 적이 없다. 성인이 된 후 처음 봤는데, 수위가 높을 거라 생각했지만 어떤 부분에선 높고 어떤 부분에선 낮아서 색달랐다"라며 준비 과정을 언급했다.

그렇다면 이하늬가 '애마'를 선택한 이유는 뭐였을까. 그는 "모든 작품엔 애정이 있다. 2025년의 '애마'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고 소중하다고 생각했다"라며 "2025년을 살아가는 여배우로서 세상이 많이 변했구나, 소수자라고 할 수 있고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목소리를 높여 얘기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고 생각했다. 인간으로, 그리고 배우로 이 작품이 세상에 나오는 게 반가웠던 것 같다"라며 소회를 전했다.


'애마' 2화에서는 감독에게 달려가는 희란의 모습을 차량 전조등 앞으로 구현하는 등, 과거 영화 기법이 자주 사용되기도 했다. 감독의 디렉팅에 대해 이하늬는 "헤드라이트가 커지면서 페이드 아웃되는 1980년대 카메라 기법도 녹여냈다. 그런 게 감독님 머릿속에 있다는 게 대단했다"라며 "배우 입장에선 머릿속으로 다 넣고 들어갈 때도 있지만, 이번엔 그렇지 않았다. 결과물을 보곤 탁월하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언급했다.

자극적인 것에 초점이 맞춰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도 이하늬는 담담했다. 그는 "대본을 봤는데 재밌었다. 전 재미가 중요한 사람이다. 제 나름대로 과감한 베드신을 할 수 있던 것도, 여성이 소비적으로 사용됐다면 불편했을 것이다"라며 "같은 장면이라도 앵글에 따라, 또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게 작품이고 영화다 보니까, 건강하게 그려졌다. 그래서 더 과감히 자유롭게 편안하고 건강하게 성에 대해 얘기할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극의 초, 중, 후반부 달라지는 희란의 감정선에 대해서는 "감독님이 자연스럽게 대본을 따라가면 되게끔 써주셨다. 주애(방효린)라는 인물이 자극 포인트가 되고, 접점을 만나게 되는 것 같다. 주애를 연기했던 효린 씨도 그렇고 배우들은 연기 합이 딱 맞았을 때 그 순간을 잊지 못하는 것 같다. 서로가 진심이라는 순간이 일치했을 때 깊어지는 것들이 있는 것 같다"라며 방효린과의 호흡까지 언급했다.

실제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에피소드들도 많은 '애마'다. 이하늬는 "부담이나 상징성은 있을 수 있지만, 사실을 그대로 재현한다기보다는 1980년대 분위기를 희화화하기도 하고, 불편할 수도 있지만 연회장 장면은 어떤 부분은 지나치게 현실적이고, 또 어떤 부분은 판타지적이라 해석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아주 가학적이고 폭력적인 시대를 대변해야 했던 장면이었기에 '애마'에서 그 장면이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4부 초반 연회 장면에서 그런 주희와 희란의 모습이 담기면서 드라마가 전환점을 맞게 되는 중요한 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라며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1980년대의 충무로와 현재는 많이 달라졌지만, 영화계에서 활동한다는 점에서 희란과 공통점도 느꼈을 이하늬다. 그는 "사실 '트리거'를 보면서 우린 이제 큰일 났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다들 연기를 잘하면 우린 설 곳이 없다고 얘기한 적도 있다"라며 "희란이 주애를 바라볼 때 그런 감정이지 않았을까. 대체 불가능한 배우가 되면 어떻게든 살아남는다고 생각은 하고 있다. 제가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전 연기가 너무 좋다. 취미도 많지만, 아직 연기만큼 재밌는 걸 못 찾겠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연기를 낚시에 비유하기도 했다. 이하늬는 "그 찌가 흔들릴 때의 기분을, 그 어떤 연기의 맛을 제가 이제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다. 아직 부족하지만, 확장돼 가는 제 모습을 보는 게 기쁘다. 언제까지 할지는 모르지만 할 수 있을 때까지는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하늬는 배우자에게 모든 공을 돌렸다. 그는 "당연하게도 응원이 있어 가능하다. 은인 같은 사람을 만나서 작업을 할 수 있던 것 같다. 오히려 제가 싱글이었을 때보다 과감하게 뭔가를 할 수 있게끔 기반을 만들어주고 있다"라며 "배우로서 행보를 같이 소중하게 생각해 준 사람이기에 결혼이 가능했던 것 같다. 베드신이라는 게 같은 배우가 아니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일 수도 있는데, 차분히 지켜봐 주고 성장 과정을 함께해 줘서 감사하다"라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이에 더해 그는 "아이를 낳고는 더 그런 것 같다. 소중한 걸 놓고 촬영장에 가야 하다 보니까, 소중한 작품이었으면 좋겠고 온전히 시간을 쏟는 게 컸으면 한다. 이 작품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 언제가 마지막이어도 후회 없길 바라는 마음으로 임한다"라며 작품에 임하는 소명의식까지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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