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박진영 기자] 2년 만에 인터뷰를 위해 마주앉은 배우 성두섭(30)은 조곤조곤한 말투와 서글한 인상, 한층 파랗게 짙어진 하늘을 바라보며 “날씨 진짜 좋다”라고 말하는 여유까지 한결 같았다. 하지만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느껴지는 작품에 대한 열정과 마음가짐은 그간 해왔던 작품의 숫자만큼 더 단단하게 야물어져 있었다.

성두섭은 오는 27일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주인공 인우 역을 맡아 태희 역의 전미도 김지현과 감성 짙은 사랑 연기를 펼치게 됐다.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는 이병헌과 故 이은주 주연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지난 해 초연됐다. 이미 2008년 10월 뉴욕에서 열린 워크샵을 시작으로 5년에 걸친 창작 과정을 거친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는 2009년 전국문예회관연합회 주관 창작팩토리 사업에서 시범공연을 통해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으며, 2010년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의 창작지원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 절제된 감성과 드라마틱한 스토리에 덧입혀진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선율의 음악은 지난 해 뮤지컬 시상식에서 작곡 작사상을 수상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개막을 앞두고 구슬땀을 흘리며 연습에 매진하고 있는 성두섭은 연신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에 대한 기대감과 애정을 드러냈다. 얼굴 위로 가득 퍼진 잔잔한 미소와 부드러운 음성은 그가 얼마나 이 작품을 사랑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했다.

-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영화도 좋았고, 음악도 예뻐요. 초연을 못 봤는데, 제 주변 사람들에게 어땠는지 물어봤을 때 다들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전미도 씨는 본인이 했던 작품이니까 좋았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다른 배우들도 그렇게 얘기를 했어요. 그래서 대본을 받아서 읽어보니 좋기도 하고, 음악과도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선택했죠.”


- 뮤지컬 ‘해를 품은 달’ 끝나고 바로 차기작 연습에 들어갔는데, 너무 쉼 없이 작품을 하는 느낌이에요.

“그렇죠. 내년엔 좀 쉬어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근데 또 모르죠.(웃음)”

- 그렇게 되다보면 겹치기 출연이 되기도 하잖아요. 그렇게 되면 전 작품의 영향을 받게 되지는 않나요?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요즘은 겹치기 출연이 조금씩은 되더라고요. 하지만 전 작품을 못 벗어나서 그 캐릭터를 다음 작품에 끌고 온다거나 하지는 않아요. 그런 식으로 작품에 임하지 않거든요. 물론 사람에겐 각자마다 고유의 목소리 톤, 말투나 성격이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모두 버리면서까지 작품을 할 수는 없죠. 자연스럽게 그것이 보일 수는 있어요. 그렇지만 작품마다 캐릭터만의 포인트를 계속 집어넣고 변화를 주려고 노력해요.”

- 지난 달에 뮤직에세이에 출연하셨잖아요.

“창피해요. 처음으로 악보를 손에서 놓고 하다보니 긴장을 했나봐요. 그렇게 긴장한 건 처음이에요. 사실 (김)지현 누나와 저는 초연 배우들과는 달리 투입이 된 상황이라 작품을 기대하는 분들에게 잘 보여줘야겠다는 의욕이 앞섰어요. 진짜 리허설 때까지만 해도 긴장 안 하고 편하고 즐거웠거든요. 그런데 막상 시작을 하는데 너무 조용하기도 하고 제가 중간에 숨을 잘못 쉬는 바람에 ‘아차’ 하는 순간 가사를 잊은 거죠. 어찌나 깜짝 놀랐던지.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더라고요.(웃음)”

- 그 때도 언급했지만, 최근에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 연기를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중간에 ‘형제는 용감했다’ 빼고는 계속 그런 역할을 많이 했는데, 의도한 것은 절대 아니에요. ‘그런 연기에 자신 있어, 그런 연기만 할거야’란 생각이 있는 것도 아니에요. 그저 작품이 좋아서 선택했을 뿐이에요. 전작인 ‘해품달’은 드라마가 있었잖아요. 사실 둘 중 고르라면 드라마에서 김수현 씨가 해 놓은 이미지가 있어서 훤에 대한 욕심이 있긴 했어요. 그렇지만 캐릭터로 봤을 때는 양명이 매력적이었어요.”

- 평소에도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를 선호하시나요?

“드라마 속 캐릭터가 분명한 것이 좋아요. 극적으로 봤을 때 이루어지는 사랑보다는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을 더 선호하죠.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더 안타깝고 마음이 더 많이 가요. 못 가진 자의 드라마가 좀 더 재미있고, 어떤 면에서는 공감이 더 가죠.”

- ‘번지점프를 하다’처럼 첫 눈에 반하는 사랑을 경험한 적이 있나요?

“없어요. 처음 봤을 때 ‘예쁘다. 관심 간다’는 생각을 한 적은 있지만 사랑에 빠져 본 적은 없어요. 저는 대화를 통해서 호감을 느끼는 편이라 궁금하다는 정도에서 ‘그 사람에게 빠졌어’라고 하기는 힘들 것 같아요. 하지만 첫 눈에 반하는 사랑은 있다고 생각해요. 있으니까 그런 말들이 생긴 것 아닐까요. 특별한 무언가가 있겠죠. 첫 눈에 반한다는 것이 처음에는 쉽게 이해되지 않았지만, 그런 감정이 분명 있을거라 생각하고 그런 감성으로 연기를 하려고 해요.”


- 상대역인 전미도, 김지현 배우와의 호흡은 어떤가요?

“미도 누나와는 ‘해품달’을 하면서 얘기를 정말 많이 했죠. 창작 조연을 하다보면 대화가 많이 필요하거든요. 드라마, 연기적인 부분에서 서로 공유를 하기 때문에 둘 다 정말 잘 맞는 파트너를 만났다는 생각을 해요. 또 두 사람이 외모적으로 색깔이 다르기는 한데 각자마다의 매력이 있잖아요. 두 사람 다 배우로서 갖춰야 할 것이 잘 갖춰진 매력적인 배우라고 생각해요. 정말 편하고 좋아요.”

- 뮤직에세이에서 전미도 강필석 배우가 연달아 4작품을 같이 했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어쩌다보니 전작에 이어서 또 전미도 배우와 같이 연기를 하게 됐네요?

“배우들은 작품이 좋아서 선택을 하는 거잖아요. 필석 형님도, 미도 누나도 작품이 좋아서 하기로 했는데 우연히 만나게 된거죠. 또 두 사람 호흡이 잘 맞다보니까 작품 시너지 효과가 나는 거라고 생각해요. 작품이 좋은데 배우 때문에 안 한다건 배우로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물론 보시는 분들은 ‘둘이 왜 자꾸 같이 해’라고 하실 수도 있겠지만, 그게 큰 문제라고 생각지는 않아요. 좋은 작품을 하기 위해 선택을 한 것이니 너그럽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 혹시 초연과 달라지는 부분이 있나요?

“가사는 조금 바뀌었어요. 초연 때는 외국인 연출이었고, 대사에 번역투가 있었는데 이걸 자연스럽게 바꿨어요. 그러다 보니 신도 조금 매끄럽게 진행되는 느낌이에요. 초연 배우들도 정말 좋다는 반응이에요. 좋은 작품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 그렇다면 이재준 연출이 따로 디렉션을 준 부분이 있나요?

“제가 잘 찾을 수 있게 기다려주는 편이에요. 신을 하나 할 때 ‘이런 식으로 갈거야. 조금만 더 찾아보자’ 정도 얘기를 해주는 편이지 많이 얘기를 하는 편은 아니에요. 같이 작품을 많이 했지만, 배우의 의견을 많이 수렴해주세요. 자신의 뚜렷한 주장에 배우들의 의견을 조합해서 좋은 쪽으로 조율하세요. 정말 좋은 연출이에요.”

- 영화를 봤을 때 어떤 느낌을 받았나요?

“예전에 영화를 봤고, 이 작품 대본을 받고 난 뒤에 다시 한 번 더 봤어요. 그 나름대로의 독특한 매력이 있더라고요. 저 때도 이병헌이라는 배우는 연기를 참 잘했고, 이은주는 예쁘다는 생각도 했고요.(웃음) 다시 봐도 참 색깔이 분명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가슴 아픈 부분도 있고 감명 깊기도 했고요. 영화와 무대는 워낙 매체가 다르잖아요. 영화는 디테일하게 잘 표현을 할 수 있는데, 저희들은 무대에서 거의 매직을 하는 입장이다 보니 ‘마법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어떻게 하면 영화처럼 디테일하게 무대에서 펼칠 수 있을까 회의도 많이 해요. 성공을 시키기 위해서 함께 아이디어를 내고 만들어가는 과정이 힘들기도 하지만 정말 재미있어요.”


- 창작 초연을 할 때마다 무척이나 힘들어 하시잖아요.

“창작의 고통 정말 힘들죠. 하지만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고 처음 선보인다는 것에 대한 설렘과 두려움, 긴장감이 복합적으로 있어서 묘한 기분이에요. 물론 두들겨 맞을 때도 있죠. 하지만 작품 잘 나왔다는 반응을 들었을 때는 정말 기분이 좋아요. 이것 때문에 하는 것 같아요. 힘들고 하기 싫을 때도 있어요. ‘내가 이걸 왜 했지’ 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요. 하지만 재미가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또 도전을 하게 되죠.”

- 강필석 배우는 늘 ‘번지점프를 하다’를 애증의 작품이라고 하는데, 본인에게는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은가요?

“아직 개막은 안 했지만 가슴 깊이, 기억에 남을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연습을 하면 할수록 행복하고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여러 작품을 해왔고, 모두 소중한 작품이지만 ‘번지점프를 하다’는 제 스스로 많이 배울 수 있고, 좋은 배우들을 만나 감성이나 연기적으로나 한 단계 더 성숙할 수 있는 작품일 거라는 믿음이 있어요.”

- 30대가 되고 싶다고 했었는데, 어떤 변화가 생겼나요?

“막상 30대가 되고 나니 삶의 큰 변화는 특별히 없어요. 살던 것처럼 살고, 하던 것처럼 하고 있죠. 똑같아요. 다만 대본을 해석할 때와 같이 여러 부분에서 생각이 많아졌어요. 옛날에는 그냥 부딪혔다면 이제는 생각을 좀 더 하고 신중해졌다고 해야 할까요? 겁도 나요. 이제 어리지도 않고, 저 또한 선배가 되다 보니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부담도 있어요. 좀 더 진중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 좋아요.(웃음)”

- 혹시 물질적인 여유라든가 성취감을 느낀 것은 없었나요?

“물질적인 것은 그다지...(웃음) 물론 지금도 발전을 해야 하는 단계긴 하지만 어릴 때 작품을 임하는 자세와 같이 지금껏 배워왔던 것들이 점점 쌓여가고 있다는 것을 느껴요. 그 당시에는 배운 것이 없어 보였는데, 그것이 하나하나 쌓이면서 제가 연기하는 것에 도움이 많이 되고 있어요. 10년을 바라봤을 때 30대에 하는 연기 스타일과 공부들이 40대까지 쌓여서 더 크게 되어 있을거라 믿어요. 지금은 한 발 한 발 내딛는 단계잖아요. 30대가 되었으니까 좀 더 겸손해야 하고,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또 한 번 깨닫고 있어요. 요즘 가을이라서 그런가.(웃음)”

- 특별히 초심을 돌아보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그런 건 아니고 늘 가지고 있었던 생각인데 잊고 있었던거죠. 늘 마음에는 ‘초심을 잃지 말자, 성실하고 긍정적이자’는 말이 있었는데, 공연을 계속하고 주변 환경도 바뀌고 팬도 늘어나다 보니 그걸 잊고 있었어요. 그러다 문득 작품 하나를 떠나보내거나 잠깐 쉬는 사이에 느껴지는 것이 있어요. ‘내가 자만하지 않았나’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거지’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이 맞나’ 하는 회의감이 들 때 다시 한 번 ‘나 원래 이렇지 않았잖아’라고 생각하게 돼요. 처음 시작을 했을 때는 정말 두려울 것이 없었거든요. 그냥 부딪히고, 작품 들어간다면서 신나했던 시절을 떠올려 보면서 그 때의 열정을 되새기곤 해요.”

- 초심을 돌아본다는 것, 말이 쉽지 힘든 일이잖아요.

“힘든 일이긴 하죠. 저도 스트레스 받을 때는 그냥 아무 생각 안 하고 막 놀아요. 친구들이랑 어울려서 술도 마시고 얘기도 많이 하고. 그러다 혼자 있을 때 문득 그 때의 열정을 떠올리면서 마음을 다지는 것 같아요. 가끔씩 모교를 찾아가서 후배들을 보기도 해요. 공연 준비하는 새내기들 워크샵을 보면서 ‘나도 저럴 때 있었지. 쟤네는 정말 잘 될거야. 나도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곤 하거든요. 그들의 열정을 보며 많은 것을 느껴요.”


- 스트레스를 푸는 또 다른 방법이 있나요?

“저는 단순한 편이에요. 공기 좋은 곳에 가서 경치를 보고 있으면 괜찮아지고 한숨 푹 자고 나면 기분이 달라져요.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느끼면 ‘아니야 괜찮아’라며 오히려 더 기합을 넣고 ‘아자!’하며 소리도 치고, 웃기도 해요. 혼자 있을 때 바보처럼 웃다 보면 괜찮아져요. 다른 일을 하거나 잠을 자면 스트레스가 없어져요.”

- 운동도 따로 하시나요?

“운동은 얼마 전에 시작했어요. 필석 형과 맨손 운동을 해요. 필석 형은 요가 매트를 가져다 놨는데 사실 하는 건 아직 못 봤어요.(웃음) 근력 운동을 많이 하는데, 재균이랑 같이 팔굽혀펴기를 힘들 때까지 해요. 체력이 다 떨어지면 옆에서 ‘한번만 더 해’ 도와주면서 같이 운동을 하는데, 정말 좋아요.”

- 뮤지컬 ‘헤드윅’ 제의를 받았지만 못 했다고 들었는데 혹시 아쉬움이 큰가요?

“아쉽지 않아요. 저는 뭔가를 놓쳤을 때 빨리 잊는 편이에요. ‘이번에는 내 것이 아니었나 보다. 더 좋은 작품이 들어오겠지’ 혹은 ‘이번이 아닌 더 좋은 기획에 하게 되겠지’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계속 아쉬워하고 있으면 지금 당장 해야할 작품도 안 되거든요. 지금 하고 있는 작품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것 같아요.”

- 앞으로 하고 싶은 작품이 있나요?

“막연해요. 정말 좋은 스토리의 작품을 하고 싶어요. ‘나와 할아버지’를 봤는데, 정말 좋더라고요. 그렇게 캐릭터가 분명하고 드라마가 확실한 작품을 하고 싶어요. 어떤 작품이 될지는 모르겠어요.”

- 다른 매체로의 전향 생각은?

“당연히 있죠. 항상 오픈 마인드에요. 그렇지만 무대는 절대 버리지 않을거에요. 드라마나 영화를 아직 안 해봐서 모르겠지만 분명 무대가 그리울 거라 생각해요. 그런 배우도 많고요. 물론 초반에는 입지를 굳혀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은 있을거에요. 하지만 이희준 형처럼 영화에서 잘 되고 있지만 무대는 버리지 않잖아요. 배우로서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같이 해나가는 것이 맞다고 봐요. 영화나 방송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있고, 무대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있으니깐요.”

- 성두섭을 표현할 수 있는 한마디는?

“배우로서도 사람으로서도 거짓없이 솔직한 사람이고 싶어요. 제 스스로 솔직하다고 말하는 것보다는 사람들이 그렇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를 기다리고 있는 관객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1년 동안 많이 기다리셨을텐데, 초연 배우도 돌아오고 새로이 저와 지현 누나도 함께 합니다. 물론 ‘번지점프를 하다’를 좋아하셨던 분들은 초연 배우들을 기다리시겠지만, 저희들 또한 잘 만들어 놓은 작품에 누가 되지 않게 열심히 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릴테니 기대도 응원도 많이 해주세요.”

[티브이데일리 박진영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뮤지컬해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