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박진영 기자] 1990년 5월 23일생. 올해 24살. 2012년 개막한 뮤지컬 ‘닥터 지바고’에서 얀코 역을 맡으며 여성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이재균.

이후 그는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 뮤지컬 ‘쓰릴 미’ 등 묵직한 스토리를 가진 작품에 출연하며 조금씩 실력을 갈고 닦았다. 그리고 현재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재연에서 현빈 역을 맡아 감성 어린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이 구만리는 넘게 펼쳐져 있는 이 파릇파릇 창창한 신인 뮤지컬 배우 이재균은 아직 연기도 인기도 잘 모르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좋아하는 연기와 노래를 할 수 있는 지금이 참 즐겁다고 했다. 그런 그에게 그간 쌓아 놓았던 질문을 던졌다.

-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고등학생 역을 맡았는데, 실제 학창시절엔 어땠나요?

“잠을 정말 많이 잤어요. 공부도 안 했어요. 10등 안에 들면 야자(야간자율학습)를 빼준다고 해서 그 때 순간적으로 엄청 노력해서 진짜 10등을 했죠. 전교 180등에서 60등까지 올랐거든요. 그렇게 야자를 빼고 쭉 밑바닥이었어요. 거의 자고 노래방 다니고 농구 축구도 했어요. 밖에 나가 놀게 정말 많고 또 재미있었어요. 그런데 우리를 밤 10시까지 붙잡아놓고 있다는 것이 정말 싫었어요. 지금도 산만한 편인데 그 때는 더 심했거든요.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어요.”

- 부모님이 연기하는 걸 반대하진 않으셨나요?

“많이 반대하셨죠. 아버지, 친형이 직업군인이세요. 아버지께서 저한테 ‘너 같은 외모에 너만큼 잘하는 애들, 세상에 수두룩 빽빽한데, 네가 뭘 하겠다고 그러냐’라고 말하곤 하셨어요. 지금은 안 그렇지만 예전엔 아버지를 굉장히 무서워했었죠. 그런데 요즘엔 문자로 ‘우리 아들. 현빈아. 잘하고 있냐’라고 보내세요. 그러면 어떻게 답장을 해야 할지 몰라 고민을 엄청 하곤 해요. 주위에 제 자랑을 많이 하시는 것 같지만 제겐 티를 많이 안 내세요. 어머니도 초반엔 반대를 하셨는데 지금은 적극적으로 밀어주세요. 제가 기관지가 많이 안 좋아요. 천식, 비염도 있고 알레르기는 22개 정도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어머니가 신경을 많이 쓰세요. 전 뮤지컬 배우하기에 정말 안 좋은 조건을 다 가지고 있어요.(웃음)”

- 그런데 어떻게 뮤지컬 배우가 될 생각을 하셨어요? 연기를 할 수 있는 매체는 참 많은데 굳이 뮤지컬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노래가 좋아서요. 노래를 잘 부르지는 못하지만 노래하는 것이 정말 좋아요. 연기를 하고 싶어서 학원에 다녔는데, 그 때 뮤지컬 노래를 알게 됐어요. 그 때는 ‘번지점프를 하다’ 같은 노래가 아니라 뮤지컬 ‘이순신’의 ‘나를 태워라’ 같은 노래를 많이 불렀어요. 입시곡도 ‘나를 태워라’였어요. 이런 노래를 편하게 많이 불렀는데, 밖에 나와서 활동을 하니까 그렇게 노래를 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제 스스로 바꾸다 보니 노래가 이상해졌어요. 작년이 피크였죠. 정말 노래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지금은 노래 레슨을 받으면서 그 중간을 많이 찾으려고 노력중이에요.”


- ‘뮤지컬 이야기쇼 이석준과 함께’에서 ‘나를 태워라’를 선곡한 이유가 있었네요?

“‘이야기쇼’ 때 목상태가 정말 안 좋았어요. ‘쓰릴 미’를 하고 있어서 연습도 많이 할 수 없다 보니 이 컨디션에서 할 수 있는 노래가 뭐가 있을까 생각했죠. ‘나를 태워라’는 굉장히 많이 불러봤어서 선택을 했는데 그래도 오랜만에 부르다 보니 힘들더라고요. 다들 서로 바빠서 연습도 제대로 못해 걱정했는데 이석준 선배님이 표는 잘 나갔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 그 때 윤소호 배우가 대학시절 인기 많았다는 말을 했었는데, 인기가 얼마 정도였나요?

“소호가 이상하게 말한 거지 실제로 그렇지 않았어요. 물론 인기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에요. 근데 저도 의문이에요. 제가 학교 다닐 때 거의 눈을 못 뜨고 다녔어요. 선배들이 술을 진짜 많이 먹여서 전 늘 취해있었어요. 폭탄머리이거나, 머리를 안 감아서 떡진 상태기도 했고요.(웃음) 얼굴은 늘 퉁퉁 부어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속도 안 좋고 피부도 상하더라고요. 학교 휴학하고 1년쯤 지나고 나니까 그 때야 사람처럼 되더라고요. 그런 상태에 비하면 여자들이 먼저 대시를 해준 편이죠. 안쓰러워 보여서 챙겨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요? 아직도 그들에게 감사해 하고 있어요.(웃음)”

“제가 아침에 진짜 잘 부어요. 그런데 프로필 사진은 항상 아침에 찍어요. 전 그게 너무 싫어요. 얼굴 퉁퉁 부어있는데 사진을 찍으니까. 아침에는 정말 프로필 사진을 안 찍었으면 좋겠어요.”

- 코믹한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하셨는데 아직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나요?

“그럼요. 가끔 TV 보면서 개그맨 시험을 봐볼까 하기도 해요. 어제도 남들 잘 웃길 수 있을 것 같아서 같이 사는 형에게 물어봤거든요. 근데 형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웃음) 그래도 ‘히스토리 보이즈’ 때 많이 웃겼는데...”

- 로맨틱 코미디는 어때요?

“다 하고 싶어요. 일단은 잘 쓰인 대본이 뮤지컬에도 많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번지점프를 하다’와 ‘쓰릴 미’는 정말 대본이 좋잖아요. 또 ‘히스토리 보이즈’ 대본은 정말 완벽하거든요. 그런데 말도 안 되는 대본도 정말 많거든요. 사실 지금 군대에 가 있어야 할 때인데, 그 시간을 미뤄놓고 연기를 하고 있거든요. 욕심이 하나 있다면 이 시간 동안 정말 좋은 작품을 해보고 싶어요. 겉만 번지르르하게 해놓고 속이 없는 공연이 아니라 화려하지 않더라도 그 속이 가득 차 있는 공연을 하고 싶어요.”

- 군대 계획이 정확하게 세워져 있나요?

“아직 그렇지는 않은데 ‘언제 가는 것이 좋을까’ 하고 생각은 계속 하고 있어요. 군대를 다녀와서는 학생 역할이 아니라 좀 더 성숙한 연기를 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죠. 그렇게 보면 군대를 가 있는 2년이라는 시간은 저를 바꿀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될 것 같아요.”

- 혹시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있나요?

“저는 연기를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좋아요. 최근에는 연극 생각을 많이 했어요. ‘히스토리 보이즈’를 할 때 처음엔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고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공연을 올려놓고 보니까 정말 완벽하게 잘 쓰인 대본이더라고요. ‘번지점프를 하다’도 5년 넘게 끊임없이 대본 작업을 했던 작품이고 ‘쓰릴 미’도 마찬가지죠. 이런 좋은 대본을 가지고 작업을 하다 보니까 연극에 욕심이 많이 생기더라고요. 물론 영화를 보면 영화도 하고 싶어요. 기회가 된다면 해보고 싶은데 지금은 연극을 하고 싶어요.”


- ‘쓰릴 미’ 공연을 하다가 무대에서 쓰러진 적이 있잖아요?

“저도 그 때 왜 그랬는지 잘 모르겠어요. 혈압이 많이 올라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원래는 소리를 내질러야 하거든요. 미친 짓이라고. 그런데 그 땐 소리를 지르지 않고 그 충격을 속으로 가둬놓았단 말이죠. 그러다 쓰러졌어요. 나중에 눈을 떠보니 누군가가 저를 내려다보고 있더라고요. ‘누구지?’라고 일어나니 무대였어요. 그런데 ‘쓰릴 미’를 할 때 그런 순간이 참 많았어요.”

- ‘쓰릴 미’를 해본 소감은 어떠세요?

“‘쓰릴 미’가 계속 공연을 하다 보니 왜곡된 얘기도 많아지고 스킨십에 치중한다는 얘기도 많다고 들었어요. 저도 처음에는 그런 이미지가 너무 세다 보니까 제안을 받았을 때 살짝 꺼려했었어요. 그런데 막상 연습을 하고 호흡을 맞추다 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저희는 작품을 만들 때 스킨십 같은 건 신경도 안 쓰거든요. 이 공연에서 보여주는 건 인간과 인간의 관계잖아요. 스킨십은 그냥 한 순간일 뿐이에요. 정말 좋은 작품이에요. 그 안에서 제가 가지고 갈 수 있는 것이 굉장히 많아서 끝까지 재미있게 했던 공연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관객들 또한 좋아해주시는 거라 생각해요.”

- 작품을 할 때 마다 거의 막내일 텐데 예쁨은 많이 받나요?

“그렇지는 않는 것 같아요. 막내긴 한데 그냥 묻어간다고 해야 하나. 예쁨 받는 막내가 아니라 구박 받는 막내에요.(웃음) 제가 했던 작품은 정말 분위기가 좋았어요. 저는 작품과 사람 복이 많다는 것을 매번 깨닫고 있어요.”

- 제일 친한 배우는 누구에요?

“강필석 형, 전성우 형과 친해요. 그런데 저는 같이 사는 형이 제일 친해요. 배우는 아닌데 현재 배우를 준비하고 있어요. 연기를 제대로 배우고 싶어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연기 학원을 다니고 있어요. 그런 형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 많이 배워요. 사실 작품을 하면서 연기를 배워나가는 배우들이 많은데 그 형은 정말 준비를 완벽하게 해서 자기 자신을 세상에 꺼내놓고 싶은 거예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자극을 많이 받아요. 절실함이 느껴지거든요. 그래서 한 작품 한 작품을 더 소중하게 하려고 해요. 신인이기 때문에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서 여러 가지를 많이 하는 것도 좋겠지만, 한 작품을 하더라도 그 순간 최선을 다하고 제대로 해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뒤에 온전히 빠져나와 다른 것을 해야 한다고 믿어요. 필석 형도 그렇고 같이 사는 형도 그렇고 정말 많은 도움을 주세요. 연기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배우로서의 마음가짐을 정말 많이 배워요.”

- 그 형이 궁금해지네요.

“대단한 배우가 될 거에요. 정말 잘 생겼어요. 꽃미남이라 그 형 옆에 있으면 제가 오징어 같을 정도에요.(웃음) 아이돌 제의도 많이 받았는데 형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연기를 배우고 있어요. 형은 지금 통닭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거든요. 근데 웃긴 게 쉬는 날에도 아르바이트를 하는 그 통닭집에서 시켜먹어요.(웃음)”


- ‘닥터 지바고’ 얀코가 첫 배역이라서 의미가 남다를 것 같은데?

“그 때 얀코가 40초 정도의 노래를 부르는 건데, 노래가 정말 높거든요. 그래서 정말 못 불렀죠. 그런데 아직도 다들 얀코라고 불러 주세요. 오디 뮤지컬 초대로 공연을 보러 가면 매니저님들이 ‘얀코라고 하고 티켓 찾아’라고 하세요. 저번에 ‘스팸어랏’ 보러 갔을 때도 ‘얀코라고 해 놓을게’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 살이 잘 찌고 또 잘 빠지는 체질인 것 같아요. 특별한 다이어트 비법 있나요?

“‘히스토리 보이즈’ 때는 다이어트를 좀 해서 지금보다 5kg 더 빠졌다가 ‘쓰릴 미’ 때 좀 쪘죠. 지금은 그 중간이에요. 특별히 하는 건 없고, 야식을 좀 안 먹다보니 빠지더라고요. 저는 일주일에 마음만 먹으면 10kg도 찔 수 있어요. ‘번지점프를 하다’ 초반에 좀 뺐다가 지금은 다시 좀 쪘어요. 전 이틀만에도 3kg 찌고 그래요. 특별히 심각하게 다이어트를 하는 것 같진 않은데 야식은 자제하려고 해요.”

- 이재균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잘 모르겠어요. 대한민국의 건장한 청년? 더 이상 생각이 안 나요. 아직 저는 저를 잘 모르겠어요. 이재균을 표현할 수 있는 한 마디를 아직 찾고 있어요.”

[티브이데일리 박진영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뮤지컬해븐, 이야기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