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진석 기자] JTBC에서 시작된 예능프로그램 '최강야구'에서 독립한 C1 스튜디오가 같은 포맷의 '불꽃야구'를 선보이면서, 최근 포맷과 IP 귀속을 둘러싼 논란이 방송가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최강야구'는 JTBC와 제작사 C1 스튜디오가 함께 만든 프로그램으로, 은퇴한 프로야구 선수들이 팀을 꾸려 도전에 나서는 콘셉트를 통해 안정적인 인기를 이어왔다. 그러나 제작비 집행과 관련한 견해차로 제작사와 방송사가 갈라진 후 '최강야구' 소유권 다툼이 법정까지 이어지고 있다.

JTBC는 지난 3월 "상호 신뢰관계가 심각하게 훼손되어 더 이상은 회복이 어렵다는 판단하에 '최강야구' 새 시즌을 C1과 제작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라고 알렸다. 이들은 C1 스튜디오가 1회 경기 제작비를 두 편으로 나눠 제작하며 비용을 중복 청구한 것으로 보인다며 제작비 집행 내역과 증빙을 요청했고 C1 측이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C1 스튜디오의 장시원 PD는 자신의 SNS를 통해 "JTBC 역시 1회 경기를 두 편으로 나눠 방영해 편당 광고 수익이 발생했다. JTBC와 매 시즌 별로 사전 협의를 거쳐 총액 기준으로 제작비를 책정하는 턴키(turn-key) 형태의 계약을 맺어 사후 청구가 아니기에 과다청구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라며 도리어 "JTBC가 '최강야구' 직관 수익 및 관련 매출에 대해 2년 동안 수익분배를 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이후 C1 스튜디오는 기존 제작진과 선수 라인업 대부분을 그대로 활용해 이름을 '불꽃야구'로 변경하며 제작을 강행했다. JTBC는 '최강야구' IP를 유지한 채 새로운 제작진과 선수단을 시즌을 이어가고 있다.

시청자 반응은 엇갈린다. 일부는 "내역서를 공개하면 될 일인데 공개하지 않아 이런 사태가 일어났다", "재미는 '불꽃'에 있으나 아쉽다"라는 반응을 남겼고, 일부 시청자는 "말이 많다 보니 손이 가지 않는다", "두 프로그램이 사활을 걸고 야구로 승부하는 모습이 보고 싶다" 등의 시선을 이어가고 있다.

두 프로그램을 두고 최근 서울중앙지법 제60 민사부는 JTBC가 스튜디오 C1을 상대로 낸 저작권침해금지 등 가처분 신청에 대해 화해 권고를 내렸다. 저작권 침해 본안 소송이 시작되지 않았으나, 재판부는 JTBC 측 주장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해석된다.

보통 방송사와 외주제작사가 함께 제작한 프로그램의 기획 아이디어·포맷은 계약서에 따라 귀속된다. 전문가들은 법적 귀속 기준과 업계에서 발행하는 관행의 차이를 지적하기도 했다.


◆ 현업 PD가 보는 시선 "IP 귀속, 제도적 장치 명확해야"

프로그램을 연출 중인 A PD는 "기획이 개인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건 알지만, 방송사의 자본과 편성으로 시작된 이상 단순히 '내 아이디어니까 내 것이다'라고 주장하긴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적 재산권이나 관련 수익은 방송국에 귀속된다고 생각하는 게 관행이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그 경계를 명확히 해야겠다고 느꼈다"라며 "장시원 PD 입장도 이해는 간다"라고 덧붙였다.

법적 쟁점 여부에 대해서 A PD는 "방송국에선 은근히 있던 일이기도 하다. 오디션이 잘되면 어디서 또 하고 그러지 않았냐. 지금까진 표절이라고 대놓고 문제가 된 적은 없는 듯하다. 이번 사안은 다퉈볼 여지는 있어 보인다"라고 대답했다.

방송사와 제작사 간 계약 구조와 권리 귀속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A PD는 "어떤 형태냐에 따라 다를 것 같다. 계약서를 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그럴 수 있는 일이다. 절대 벌어져서 안 되는 일이다'라고 딱 잘라 말하긴 어렵다"라고 조심스럽게 전했다.

"비슷할 수밖에 없다"는 스포츠 예능을 보는 시선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PD는 "결국은 인물이나 프로그램의 방향성에 따라 색깔이 결정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라며 "'슈팅스타', '뭉쳐야 찬다', '골 때리는 그녀들' 다 포인트가 다른 것처럼, 주목받고자 하는 포인트에서 차별성이 있어야 한다. 그것마저 똑같으면 언급이 되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IP귀속 문제와 제도적 장치에 대해서도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는 A PD다. 그는 "아무래도 이번 사안 같은 경우는 양측이 어디가 피해자인지를 가리는 과정이다. 합의하는 과정에서 명확하게 설정되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라며 "이미 있을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다투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전적으로 귀속된다거나 하면서 갈등이나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라고 전했다.

향후 예능 제작 생태계나 협업 구조에 영향을 줄 가능성에 대해서는 "영향을 줄 것 같다. 프리랜서 작가님들이 있고 '내 아이디어였으니까 다른 방송국 가서 할게' 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 이번 사안이 제도적으로 IP 귀속 문제를 명확히 할 계기가 될 수 있다"라며 "제작사와 방송사가 피해자-가해자 구도로 갈 게 아니라, 향후 유사 사례 방지를 위한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마찬가지로 현업 PD인 B PD 또한 이번 사태에 대해 생각을 전했다. 그는 "계약의 디테일을 알 순 없지만, 제작비를 제작사가 부담하면 방송사에 귀속된다. 드라마 같은 경우는 선판매 되는 경우엔 제작사의 권리가 인정된다"라며 "제작비를 낸 방송사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IP 권리를 가진다"라고 설명했다.

B PD는 "프로젝트 투자가 활성화 되어야 한다. 문제가 있을 수도 있지만, 제작사의 입장에서 발전하려면 IP를 가지게 되어야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독립한다고 IP를 가질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라면서 "제도적으로 명확히 규정되지 않았다고 보기도 어렵다. 제작비를 제작사가 부담하지않는 이상, 권리는 방송사에 귀속된다"라고 말했다.

IP 귀속 문제에 대해선 "원칙적 문제는 어느정도 명시가 되어있다. 방송사 입장에선 뭘 바꾸기가 어렵다"라며 향후 미칠 가능성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B PD는 "특별한 외부요인이 생기기 전에는 방송국이 더욱 포맷권리에 관한 것을 더 명확하게 명시하려고 할 듯 하다. 방송사가 경각심을 더 가질것 같다"라고 내다봤다.


◆ 현업 방송 관계자가 보는 시선 "방송계 도의적 문제 외면"

프로야구 팬이자 방송 관계자인 C 씨는 "계약에 따라 달라질 문제라 언급하기 조심스럽다"면서도 "그동안 대부분의 방송사들이 IP를 가져가는 구조였지만 최근 변화가 생기고 있다. 이번 사안은 방송업계의 신뢰와 윤리, 수익성과 경영, 프로야구 은퇴선수의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다. 어떤 면에서도 창피한 논란"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방송 관계자 D 씨는 "포맷 권리는 계약 당사자 간의 체결 내용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예능의 경우 방송사가 권리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다수다. 이번 상황은 방송사와 제작사가 권리 해석을 서로 다르게 하면서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근래 보기 드문 성공적인 메가 IP인데 이런 문제가 생겨서 업계 종사자로서 안타깝다"라며 심경을 전했다.

C 씨는 특히 "'불꽃야구'의 경우 출연자 구성이 거의 동일한 채로 유사 포맷의 프로그램을 제작한 건 전례가 없다"라며 "만약 이게 가능하다면, 김태호 PD가 '무한도전' 멤버를 데리고 '00도전'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는 계약을 넘어 방송 생태계의 신뢰를 흔드는 행위"라며 "이게 불가능한 이유는 제작자의 직업윤리와 출연자들의 중심 잡기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 결과에 따라 업계의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D 씨 또한 "방송사와 제작사 간 IP 해석이 결론 나지 않은 상태에서 새 프로그램이 론칭된 것은 법적 문제 소지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C 씨는 이어 "IP는 플랫폼이 다각화되면서 더 치열한 이슈가 됐다. 콘텐츠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의 문제지만, 방송사는 수익성과 신뢰 사이의 딜레마를 겪고 있다"라며 "이번 사례의 특이점은, IP를 가진 제작사가 방송사를 옮겨가며 시즌을 나누는 방식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드라마 IP를 가진 제작사가 시즌1은 SBS, 시즌2는 KBS로 옮겨가며 수익을 따지는 경우는 없지 않냐"라고 덧붙였다.

IP 귀속 문제의 제도적 해결책에 대해 C 씨는 "표준계약서만으로는 부족하다. 계약과 저작권에 대한 교육, 인식 개선, 방송사 내부 시스템 개선이 함께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D 씨 또한 "과거에는 IP를 유통시키는 플랫폼이 TV 방송 위주로 한정적이었다면 OTT, 포털, 숏폼 등 플랫폼이 다양해지며 제작사들의 IP 권리 요구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래서 이번 '최강야구'에 대한 법원 판단이 향후 스포츠 예능 IP 권리의 방향성을 제시할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다.

예능 제작 생태계 전반에 대해 C 씨는 "제작사와 방송사는 동반자 관계다. 특수한 케이스이긴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IP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 시청자들이 모른다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C 씨는 "장시원 PD의 발언처럼 "'최강야구'의 IP가 누구의 것도 아닌 팬 여러분들의 것"이라면 수익은 사회에 환원하거나 시청자와 나누는 게 마땅하다"라며 "명확한 근거와 논리가 없다면 방송계 스포츠계와 시청자를 농락하는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 이번 논란은 제작사와 계약과 저작권법에 허술했던 방송사의 고질병을 보여준 것이라고 본다. 이번 논란은 방송사의 허술한 계약 관리와 제작사의 도덕적 해이가 맞물린 결과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JTBC도 시즌1,2를 지나가며 늘어나는 인기와 수익에 대한 욕심에 허술한 계약과 관리를 청산하고 뒤늦게 제작사 관리를 점검한 것은 아닌지, (계약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출연자들 또한 대우와 급여에 박하고 힘든 현장에 대비해 안정된 출연료가 있고 다시 야구팬들의 환호를 받을 수 있다는 달콤함에 방송계 도의적 문제를 외면하고(또는 인식하지 못하고) 꼭두각시 역할을 하는 건 아닌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라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D 씨는 "앞으로는 플랫폼-제작사 간 계약 가이드라인이 훨씬 촘촘해질 것이다. 콘텐츠 산업이 빠르게 변하는 만큼, 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심의 기준도 필요하다"라고 조언을 남겼다.

[티브이데일리 김진석 기자 news@tvdaily.co.kr/사진=JTBC '최강야구', C1 스튜디오 '불꽃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