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여인의 키스' 정일우의 신념 "배우는 무대에 서야죠" [인터뷰]
2024. 03.22(금)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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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김진석 기자] '거침없이 하이킥'을 통해 쾌활한 에너지를 전해주던 정일우가 연극을 통해 돌아왔다. 배우로서 조급함은 잠시 접어두고 조금은 파격적이지만 새로운 도전을 택한 그다.

정일우가 출연 중인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는 아르헨티나의 한 감옥을 배경으로 이념과 사상이 전혀 다른 두 인물 몰리나와 발렌틴의 2인극으로, 이들이 감옥에서 만나 서로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피어나는 인간애와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정일우는 극 중 자신이 여자라고 믿는 남자 몰리나를 연기했다.

국내에서 2011년, 2015년, 2017년에 공연된 바 있으며, 2024년 네 번째 공연이 이뤄지고 있다. 정일우는 해당 작품에 출연하게 된 이유로 "기존에 하지 않았던 캐릭터였다. 친한 지인 정문성 형이 이전에 발렌틴 역할을 하셨다"라며 "형이 자기 인생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작품이라고 꼭 했으면 좋겠다고 얘기해 줬다. 그래서 큰 용기를 냈다"라고 밝혔다.

그는 연극의 묘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정일우는 "매회 공연을 하며 부족함을 채워나가려 한다. 매번 관객들의 리액션이 달라지기도 하지만, 그런 반응에 휩쓸리지 않고 연기하려 노력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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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여인의 키스'는 사랑의 쓸쓸함과 애절함이 담겨 있는 작품이다. 정일우는 이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단다. 그가 연기하는 몰리나가 가진 사랑에 대해서도 오랜 기간을 생각 중이다. 그의 선배와 답을 모색하다 보니 "모성애에 가까운 사랑이지 않을까"라는 답이 내려졌다고. 발렌틴을 위해 희생하고 부족한 걸 채워주려는 상황이 어머니가 전하는 사랑과 비슷하다고 느꼈단다.

본인이 여자라고 믿는 여자와 남자의 2인극, 두 사람은 극 중 키스까지도 나눈다. 이에 대해 정일우는 "발렌틴마다 키스 스타일이 다르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초반엔 너무 터프하게 키스를 하길래 놀랐다. 그 순간엔 저도 여자기 때문에 발렌틴이 리드해 주는 데로 사랑을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는 로브를 입고 다니기도 하고, 왁싱까지 서슴지 않고 진행했다. 정일우는 "'데니쉬 걸'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다. 결혼하고 성 정체성을 알아가는 과정이 몰리나와 비슷하더라"라고 전했다. "'패왕별희'도 두 번 더 봤다. 여성스러움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섬세함과 예민함을 통해 제 안에 있는 걸 끄집어 내려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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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우는 '거침없이 하이킥'을 통해 얼굴을 알렸다. 청춘스타 출신인 그는 "스타는 한순간이다. 정말 배우가 되어야 평생을 할 수 있는 거라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정일우는 "저는 배우지만 20대 초반엔 스타를 갈망했다. 제 데뷔작이 사랑을 많이 받았고, 그 작품이 있었기에 지금의 정일우가 있다. 제 노력이 없었으면 지금까지 활동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안주하지 않고 노력하지 않으면 오래 활동을 못하는 것 같다"라는 신념을 전하기도 했다.

그곳에서 인연을 맺은 이순재는 "무대에 서지 않는 배우는 배우로 치지 않는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이는 정일우가 무대에 서는 이유 중 하나가 됐다. 정일우는 "전 작품까지 자주 와서 봐주셨다. 무대에 서는 게 살아있다고 느끼게 해 준다"라고 밝혔다.

그런 정일우도 대사량에 대한 부담감은 있었다. 2인극인 만큼 대사량의 부담이 어마어마 했을터. 정일우는 "죽을 만큼 부담스럽다. 아직도 어떻게 대사를 이끌어 나가야 할지는 고민이다"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그가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동성애를 다룬 연극을 통해 어려운 길을 가고 있다. 그는 "몰리나가 가진 매력에 빠졌다. 처음에는 낯설고 두렵고 무서웠다"라며 "연출가님이 생각한 몰리나와 가장 유사한 게 저라고 해주셨다"라고 말하며 은은한 안도감을 내비쳤다.

정일우는 "몰리나가 부럽긴 하다. 1960년대에 이런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깨어있구나 싶었다"라며 "나도 이렇게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관객분들도 위로를 얻으시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그는 "남자 둘의 사랑이야기를 다루기보단, 사랑이란 메시지를 가진 작품이기에 사랑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보게 됐다"라며 극이 전하는 사랑의 의미에 대해 다시금 언급했다.

정일우는 이 연극을 통해 어떤 평가를 받고 싶을까. 그는 "연극을 하고 리뷰를 봤을 때, '어느 순간 한 여인이 보이더라'라는 말을 해주시더라"라며 "그런 부분이 제가 도전하고 보여주고 싶었던 모습이기에 좋았다. 배우라면 안주하지 않고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는 소신을 전했다. 더불어 그는 "앞으로도 연극뿐 아니라 다양한 작품에서 새롭게 도전할 수 있는 캐릭터가 있으면 도전할 것"이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티브이데일리 김진석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스튜디오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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