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장수정 인턴기자] ‘스페셜 라이어’가 20주년을 맞아 더 큰 웃음으로 돌아왔다. 연극은 예측 불가한 전개와 노련한 배우들의 앙상블을 통해 웃음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향해 달려 나간다.

‘스페셜 라이어’(연출 이현규)는 두 집 살림을 하던 남자가 가벼운 강도 사건에 휘말리는 바람에 이중생활이 탄로 날 위험에 처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작품이다. 이번 연극에는 쉼 없이 이어지는 거짓말 속에 예상치 못한 반전이라는 상황극 코미디의 매력이 잘 담겨있다.

연극은 돌아오지 않는 남편 존 스미스를 기다리며 경찰에 신고를 하는 첫 번째 부인 메리 스미스와 두 번째 부인 바바라 스미스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바바라와 메리는 같은 상황을 전하고 있음에도 미묘하게 엇갈리는 진술을 하며 두 집 살림을 하는 존 스미스의 상황을 효과적으로 설명한다.

이어 존 스미스가 머리를 다친 채 형사와 함께 메리의 집으로 돌아오고 지난밤 일어난 사건에 대한 간단한 조사가 이어진다. 이때 병원에서 적은 주소와 실제로 돌아간 집 주소가 다르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존 스미스가 두 집 살림을 들키지 않기 위해 순간적인 거짓말로 이를 무마하려 한다. 그리고 친구 스탠리가 존 스미스의 진실을 알게 되고, 그의 연기에 동참하는 것을 신호탄으로 꼬리를 무는 거짓말과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존 스미스는 점점 꼬여만 가는 상황 속에서 임기응변으로 위기를 돌파하려 한다. 이러한 점은 앞으로의 스토리를 쉽게 예측할 수 없게 해 더욱 긴장감을 자아낸다. 여기에 존 스미스와 유일하게 그의 거짓말을 알고 있는 친구 스탠리가 좌충우돌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이끌어내며 상황극의 묘미를 보여준다. 여기에 포터 형사는 의도치 않게 이들을 궁지에 몰아넣으며 예상외의 유쾌함을 전한다.

이 과정에서 거짓말이 이어질수록 웃음 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계속된다. 뚜렷한 내러티브 없이 해프닝 만으로 채워진 이번 연극은 깊은 생각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주어진 상황에만 집중하며 나오는 웃음을 따라가다 보면 후반부 펼쳐지는 파국에 도달하게 된다.

한정된 공간과 시간 안에서 펼쳐지는 속사포 같은 빠른 진행은 이번 연극의 장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캐릭터들 간의 뛰어난 호흡과 완급 조절은 웃음을 향한 원동력이 된다.

특히 20주년을 맞아 다시 ‘라이어’ 무대를 찾은 배우 존 스미스 역의 이종혁과 스탠리 역의 안내상, 포터 형사 역의 우현 등은 노련하게 완급을 조절하며 웃음을 이끌어내는데 크게 일조한다. 여기에 이종혁과 더블 캐스팅된 원기준과 안내상과 더블 캐스팅된 안세하의 호흡도 눈에 띈다. 그들은 때로는 엉뚱한, 때로는 진지한 모습을 보여주며 강약을 조절한다. 바바라 역을 맡은 손담비, 나르샤와 메리 역을 맡은 슈, 신다은은 정신없는 존 스미스 옆에서 유일하게 중심을 잡으며 제 역할을 소화해 낸다.

다만 후반부로 갈수록 극적 효과를 위한 무리한 설정들이 끼어들어 아쉬움을 남긴다. 특히 존 스미스와 스탠리가 성 소수자라고 폭탄 발언을 하는 뜬금없는 상황과 이를 둘러싼 배우들의 과장된 반응이 의아함을 자아낸다. 또한 존 스미스가 거짓말을 하고 상대방에게 의심을 받고,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새로운 거짓말을 하는 반복되는 상황은 피로감을 느끼게 한다.

그럼에도 솜씨 좋게 상황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이를 통해 관객들을 결론까지 도달하게 하는 힘은 무시할 수 없다. 결국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는 깊은 수렁에서 마무리되는 깔끔한 결말 또한 완성도를 높인다. 한 눈 팔지 않고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 나간 ‘스페셜 라이어’는 웃음이라는 뚜렷한 성과를 남긴다.

‘스페셜 라이어’는 오는 7월 30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공연된다.

[티브이데일리 장수정 인턴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연극 ‘스페셜 라이어’ 포스터, 신정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