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올해 상반기 KBS가 내놓은 단막극이 연이어 호평을 받고 있다. 일각에는 짧아서 아쉽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짧기에 더 긴 여운을 남긴다.

지난 6일 첫 방송된 KBS2 ‘백희가 돌아왔다’는 첫 회부터 빠른 전개와 코믹한 내용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방송 내내 주목을 받은 단막극은 마지막 회읜 4회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인 10.4%를 기록하면서 호평 속에 막을 내렸다.

지난 3월에 방송된 ‘베이비시터’는 불륜이라는 소재를 4부작 안에 차곡차곡 담아냈다. 참신한 시도로 작품성을 인정 받았다. 지난 4월 방송된 ‘페이지터너’ 역시 3부작 안에 피아노를 소재로 세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과거 단막극은 1회로 끝이 났던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단막극의 분량을 2부작에서 최대 4부작으로 늘렸다. 이런 변화를 통해 과거의 단막극보다 담는 이야기가 더욱 풍성해졌다. 한 회의 분량을 60분으로 놓고 본다면 그 안에 모든 이야기를 담아내기 위해서는 극의 흐름을 최대한 함축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될 경우 이야기와 이야기 사이의 공백이 커져 자칫 시청자들의 상상에 맡겨야 하는 부분이 많아져 극의 몰입도를 저해할 소지가 크다. 반면 2배에서 최대 4배가 늘어난 분량에서는 이야기의 흐름을 좀 더 여유롭게 끌고 갈 수 있다.

분량이 늘어났다고 하지만 마냥 여유로운 것만은 아니다. 이야기의 큰 얼개에 집중하지 못하고 잔가지를 치기 시작하면 결코 여유로운 분량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단막극에는 주인공의 친구, 가족 사연이 등장하지 않는다. 뜬금없는 장면이 등장할 여지도 없다.

‘백희가 돌아왔다’만 보더라도 이야기의 흐름을 이끌어 가는 강예원, 진지희를 비롯해 세 아빠로 출연하는 김성오, 최대철, 인교진, 그리고 갈등을 유발하는 최필립, 김현숙 외에 비중이 높은 인물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또한 극의 흐름을 해치는 PPL 장면도 등장하지 않는다.

이러한 특성이 단막극이 긴 여운을 남기며 짧아서 아쉬움을 남기는 이유다. 하지만 짧기에 불필요한 이야기를 빼고 명확한 주제만을 엑기스로 담아냈기에 오래 기억에 남게 된다. 그렇기에 짧아 아쉬움을 남더라도 웃으면서 단막극을 보내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KBS가 선보인 세 편의 단막극은 매 번 긴 여운을 남기며 엑기스만 알차게 담아낸 새로운 단막극을 기대하게 한다.

[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 출처=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