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절대왕정은 어떻게 세워졌나…예술과 왕권의 충돌, 창작뮤지컬 '오페라' [종합]
2026. 09.30(수) 17:35
창작 뮤지컬 오페라, 조병규
창작 뮤지컬 오페라, 조병규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프랑스 절대왕정을 배경으로 한 실존 인물 3인방의 이야기, 뮤지컬 '오페라'가 베일을 벗었다.

30일 오후 뮤지컬 '오페라' 프레스콜이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ECC 삼성홀에서 열렸다. 현장에는 추정화 연출, 작곡 및 음악감독 허수현, 안무감독 김병진, 배우 문태유 조병규 백인태 조환지 임강성 강정우 정아인 백서진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오페라'는 프랑스 절대왕정의 상징인 루이 14세와 극작가 몰리에르, 음악가 장바티스트 륄리 세 실존 인물을 중심으로 한 창작 뮤지컬로, 예술이 권력과 만나는 순간 벌어지는 균열을 세 사람의 관계를 통해 그려낸다. 권력과 질서를 상징하는 루이 14세 역에는 문태유와 조병규, 음악과 욕망을 상징하는 륄리 역에는 백인태와 조환지, 진심과 언어를 상징하는 몰리에르 역에는 임강성과 강정우가 출연한다.

◆ "셋은 왜 헤어졌을까?"…시대를 풍미한 3人의 이야기

추정화 연출은 루이 14세, 몰리에르, 륄리라는 세 인물을 한 작품에 엮게 된 계기에 대해 "세 사람이 한 시대에 살았다는 게 신기했고, 실제로 함께 작품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라며 "그런데 이 세 명이 서글픈 이별을 맞았더라. '왜 헤어졌을까'를 생각하다 이들의 관계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가장 행복했던 찰나와 슬펐던 찰나가 언제였을까를 상상하며 작품을 오랫동안 준비하고 썼다. 루이 14세라는 직함, 최고의 음악가나 극작가라는 수식어를 다 떼놓고 셋이 웃으며 작품을 구상했을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됐다"라고 작품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간 화가 프리다, 시인 이상, 작곡가 베토벤 등 실존 인물을 소재로 다양한 작품을 선보여 온 추 연출. 그는 "실존 인물을 녹여낼 때 가장 중요한 건 인물을 들여다보는 '각도'라고 생각한다"라며 "이번에는 한 명 한 명을 따로 보기보다, 이 셋의 관계 자체를 각도로 삼아 어떻게 만났고 어떻게 활동했으며 무엇 때문에 헤어졌는지, 헤어지고 나서 무엇을 남겼는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뮤지컬임에도 제목이 '오페라'가 된 이유도 밝혔다. 추 연출은 "제목이 이상하게 느껴질 거라는 걸 예상 못 한 건 아니었다"며 "하지만 오페라는 하나의 장르가 아니라 루이, 륄리, 몰리에르 세 사람이 함께 추구했던 완성체적인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단어로 썼다. 이 셋을 묶을 수 있는 단어는 오페라밖에 없었다"라고 힘줘 말했다. "허수현 음악감독님께는 륄리의 음악을 충분히 들으시되 그 음악을 그대로 쓰지는 말라고 했다. 장르로서의 오페라를 가져오는 게 아니라 상징으로 받아들이고 무한한 상상을 펼쳐달라고 했다"라고 덧붙였다.

추정화 연출의 남편이자 창작의 동반자인 허수현 음악감독은 음악적 오마주에 대해 "륄리가 17세기 바로크 시대 최고의 작곡가였던 만큼 그의 음악과 바로크 시대 음악을 많이 들으며 비슷한 톤으로 곡을 만들어보고 발전시켰다"라고 말했다. 이어 "뮤지컬 '오페라'라는 제목에서 오는 무게감이 처음엔 힘들었다"라며 "처음에는 클래식 악기로만 구성하려 했지만 드라마 전체를 담을 수 없더라. 드럼 베이스 기타 피아노의 기본 밴드 구성에 현악기와 금관, 목관악기, 타악기를 더해 다양한 색채를 가미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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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뮤지컬 오페라, 문태유

◆ 조병규 "첫 뮤지컬이자 입대 전 마지막 작품, 잘 이겨내겠다"

조병규는 이번 작품으로 첫 뮤지컬에 도전했다. 또한 군입대를 앞둔 그는 이번 작품이 입대 전 마지막 무대가 될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조병규는 이날 "첫 뮤지컬이 '오페라'라서 감개무량하다"며 "좋아하는 선배님들과 함께하다 보니 처음 하는 것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크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추정화 연출님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21살 때부터 해왔는데, 그때는 뮤지컬이 아니라 연극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노래에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 (뮤지컬이라는) 큰 결정을 하게 됐고 최선을 다해 즐겁게 연습 기간을 보냈다"라고 말했다.

조병규는 "이 작품을 끝으로 민간인 신분을 벗고 떠나게 될 텐데, 그 순간이 기대되기도 한다. 오랫동안 연기를 놓지 않고 살아왔기에 연기를 하지 않는 1년 반이 어떨지 궁금하다. 빨리 오기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 그 시간이 오면 잘 이겨내고 돌아올 생각"이라고 입대를 앞둔 소감을 전했다. 또한 자신이 연기한 루이 캐릭터에 대해서는 "결핍과 고독 때문에 트라우마가 많은 인물이라, 나이를 먹고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순간이 와도 어릴 때 겪은 난(亂)의 트라우마 때문에 괴로워하는 지점들이 있었을 것"이라며 "자아를 가지기 이전에 왕이 된 사람과, 자아를 가진 뒤 트라우마를 겪고 왕이 된 사람은 표현 방식이 다를 수 있겠다는 지점이 딜레마로 다가왔다. 그 트라우마가 발현되는 지점들이 보편적이지 않고 기괴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를 대본과 노래 안에 잘 녹여내는 데 중점을 뒀다"라고 설명했다.

함께 루이 14세 역을 맡은 문태유는 "연습 중 연출님과 '가면'이라는 키워드를 두고 이야기를 나눴다"고 운을 뗐다. 그는 "루이는 4살 때 왕이 됐지만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 섭정 체제 속에서 10여 년을 지냈고, 심지어 백성들의 칼날이 자기 침실까지 침입한 걸 겪은 인물이라 상상 이상의 불안과 두려움이 있었을 것"이라며 "그러나 그런 사람일수록 오히려 불안과 두려움을 숨긴다. 그걸 매 신마다 다른 방식으로 숨기는, 가면을 갈아 치우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고 캐릭터 해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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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뮤지컬 오페라, 조환지

◆ "타란텔라 추는 사람들" 륄리·몰리에르·아르망드가 그리는 인간 군상

이날 장면 시연에서는 강렬한 멜로디와 군무가 인상적인 '타란텔라' 넘버가 공개됐다. 추 연출은 "타란텔라 독거미에 물렸을 때 당시엔 춤을 추는 것이 유일한 치료법이라 믿었다고 한다. 땀과 함께 독이 빠질 거라는 믿음으로 미친 듯이 춤을 췄던 이들을 타란텔라라 불렀다"고 소개했다. 이어 "루이도 륄리도 몰리에르도 그 시대를 살아내기 위해 집착적으로 춤을 추던 사람들이 아니었을까 싶어 타란텔라를 공통 키워드로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륄리 역의 백인태는 "연출님이 륄리를 '시속 300km로 달릴 수 있는 슈퍼카인데 자갈밭에서 태어난 사람'이라고 표현해주신 게 마음에 남았다"라며 "그런 인물은 자신이 달릴 수 없는 곳에서 태어나면 힘들어서 죽어야 하는 운명을 가진 인물이다. 몰리에르가 꿈꾸던 예술만을 향한 자유로운 삶을 륄리도 마음속에선 꿈꿨지만, 그에게 유일한 도로는 루이였다"라고 캐릭터를 설명했다.

같은 역의 조환지는 "이번에도 정말 힘들었다. 연출님은 배우를 '갈아 넣는다'는 말을 자주 들으실 만큼, 모든 배우가 3시간 동안 무대에서 자신을 쏟아붓고 있다"며 관람을 독려했다. 륄리 캐릭터의 매력에 대해서는 "몰리에르, 루이, 륄리 중 관객이 가장 공감할 수 있는, 가장 사람 냄새 나는 캐릭터"라며 "누구나 좋은 기회가 주어지면 잡고 싶고 더 잘되고 싶어 한다. 지금 우리 모두가 타란텔라를 추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몰리에르 역의 임강성은 "실존 인물을 연기하면서 그의 삶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라며 "창작을 하는 사람으로서 몰리에르의 삶은 너무나 부러운 삶이다. 후대까지 작품이 회자되고, 마지막 순간까지 좋아하는 일을 하다가 생을 마감했다는 게 한 사람의 창작자로서 영광스러웠을 것 같다"고 전했다.

같은 역의 강정우는 몰리에르의 유머 감각을 표현하기 위한 고민에 대해 "극단을 이끌고 왕궁에서 극단 단장을 하는 인물로서 배우들 앞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도록 제 마음을 먼저 여는 데 집중했다"라며 "다른 작품을 할 때보다 배우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려 했다"라고 밝혔다.

아르망드 역의 정아인은 "아르망드는 강한 사랑을 용기 있게 표현하는 사람"이라며 "어떤 두려움 속에서도 그 두려움을 용기 있게 풀어내는 강단 있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감정선을 묻자 "사랑"이라고 짧게 답했다.

같은 역의 백서진은 "아르망드는 흔들리지 않는 굳건함을 가진 강단 있는 여성이라고 생각한다"며 "작품 속 수많은 갈등과 인물들의 흔들림 속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잃지 않고, 몰리에르와 서로의 예술과 정체성을 지켜주는 동지로서 사랑을 표현하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추정화 연출은 마지막으로 "여러분의 가장 찬란하고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였는지 돌이켜볼 수 있는 작품이 될 거라고 믿는다"며 "빠른 시일 내에 준비하느라 서두른 부분도 있지만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믿고 발걸음 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인사를 전했다.

'오페라'는 오는 10월 1일부터 18일까지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에서 공연한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스포츠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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