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서바이벌 예능에서 모든 플레이가 박수를 받을 수는 없다. 뜨거운 승리의 기쁨만큼이나 비난의 후폭풍도 거세다. ‘데블스 플랜2’도 이런 맥락에서 호평과 비난 속에서 뜨거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 시스템을 설계한 정종연 PD의 책임감도 더 무거워졌다.

‘더 지니어스’ ‘소사이어티 게임’ 등 한국 서바이벌 장르 예능을 개척하고 정립해 왔던 정종연 PD의 또 다른 역작 넷플릭스 예능 ‘데블스 플랜’이 시즌2로 돌아왔다. ‘데스룸’이라는 부제와 함께 돌아온 ‘데블스 플랜2’ 는 다양한 직업군의 플레이어가 7일간 합숙하며 최고의 브레인을 가리는 두뇌 서바이벌 게임 예능이다.

이번 시즌에서는 생활동과 감옥동으로 생활공간을 나눈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특히 감옥동에서는 데스매치를 통해 매일 1명을 탈락시키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다. 여기에 생활동과 감옥동에는 각각 다른 보상이 주어지는 히든 스테이지를 설정해 앞선 시즌보다 다양한 게임 플레이와 플레이어들의 구도를 이끌어내는데 집중했다.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공을 들인 만큼, 그 세계에 들어와 직접 게임을 플레이할 참가자들의 캐릭터도 중요했다. 이에 정종연 PD는 이세돌, 슈퍼주니어 규현, 강지영, 윤소희, 세븐하이, 이승현, 정현규, 최현준, 츄, 김하린, 박상연, 손은유, 티노, 저스틴 민 등 기존 서바이벌 장르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얼굴들을 발굴하는데 힘을 쏟았다.

정종연 PD는 섭외 기준에 대해 “새롭고 다양한 성격의 플레이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들 만났을 때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만날 수 없는 플레이어였다고 느꼈기 때문에 섭외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연예인 출연자 비중에 대해서는 아쉽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사실 연예인 출연자는 서바이벌장르 예능 제작진이라면 늘 겪는 딜레마다. 독창적이면서도 천재적인 플레이를 보고 싶어 하는 마니아들에게 연예인 출연자는 기피 대상이기도 하다. 그간 소수의 인원을 제외하고는 연예인 출연자들 대부분이 게임 플레이보다는 연합, 정치 등에 더욱 두각을 보였기 때문이다.

정종연 PD도 연예인 출연자에 대한 시청자들의 지적들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는 “제가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라면서 “저는 기본적으로 일반인 출연자를 선호하지만, 그렇다고 연예인 출연자의 방송 능력에 대해 무시할 수 없다. 일반인, 연예인 출연자의 밸런스에 대해서는 늘 고민한다”라고 말했다.

물론 연예인 출연자들에 대한 지적이 있었지만, ‘데블스 플랜2’ 공개 이후 시청자들에게 가장 큰 지지를 받은 건 다양한 플레이어 구성이었다. 여타 서바이벌 장르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여성 플레이어들의 활약이 ‘데블스 플랜2’의 동력이 되기도 했다. 여기에 레전드인 바둑기사 이세돌의 저돌적인 플레이는 공개 초반 시청자들을 ‘데블스 플랜2’의 세계로 불러들이는데 큰 공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이세돌이 세 번째 메인매치인 ‘핼러윈 몬스터’(5~6회)에서 탈락하면서, 그의 플레이를 오래 보고 싶어 했던 시청자들을 허탈하게 만들기도 했다. 시청자만큼 이세돌을 섭외하는데 공을 들였던 정종연 PD도 아쉬웠을 터. 이에 정종연 PD는 “이세돌 씨가 제일 기대했던 플레이어 중에 하나였던 것이 사실이다. 다만 저에게는 모든 플레이어들이 중요하다. 그래서 (이세돌이 탈락할 때) 더 마음이 아프고, ‘이세돌은 떨어지면 안 돼’라는 마음을 가지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이번 시즌에서도 정종연 PD에게 숙제였던 건 게임이었다. 플레이어들의 다양한 역량을 보여줄 수 있으면서도, 시청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게임을 설계하는 건 늘 어려운 일이다. 직관적이면서도 개인플레이가 돋보였던 데스 매치에 비해 단번에 이해하기 어려웠던 메인 매치가 아쉽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대해 정종연 PD는 “메인 매치 룰이 어렵다는 평에 대해서는 공감한다”면서 “쉬운 게임 만드는 게 제일 어렵다. 게임이 쉽고 단순하면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지?’라는 장면을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다. 그런 지적들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고, 저희도 그걸 목표로 해서 게임을 짜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종연 PD는 서바이벌 게임의 본질에 대해 “각자 본질에 따라서 포맷이 나눠지는 거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인 본질은 머리를 쓰는 게임이지 않나. 단순히 공간지각능력뿐만 아니라 정치랑, 플레이어들만의 매력을 뽐내는 것도 다 포함돼 있다고 생각한다. 게임에서 머리를 쓴다는 건 그런 감각들을 모두 활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종연 PD는 새로운 설정을 도입하고, 플레이어 구성부터 게임의 배치까지 여러 면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렇게 만든 ‘데블스 플랜2’의 세계가 어떤 방향으로 향해 갈지는 정종연 PD의 손에서 벗어난 일이다. 오롯이 플레이어들의 플레이로 그 방향이 결정된다. 서바이벌 장르 특성상 특정 출연자를 위한 조작이나 개입은 제작진들이 더 경계하는 일이다. 그렇기에 이런저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설계했지만, 결과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그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뻗어나간 ‘데블스 플랜2’는 회차가 진행될수록 시청자들의 반응이 달라져갔다. 1주 차에는 신선한 플레이어들의 독창적인 플레이로 호평을 받았지만, 2~3주 차에는 비난에 가까운 혹평을 받아야 했다. 게임 플레이 능력보다 우선된 연합 정치와 납득할 수 없는 게임 플레이 등이 불 같은 비난 여론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특히 생활동, 감옥동 스테이지 보상 규칙에 대한 시청자들의 지적이 잇따랐다. 감옥동은 스테이지 보상을 바로 수령하는 것이 룰이었지만, 생활동은 언제든지 원하는 때에 보상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차이점이 프로그램의 방향과 결과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불공평했다는 지적이다. 이것뿐만 아니라 생활동과 감옥동의 격차를 좁힐 수 있는 장치가 부족했다는 등 불공평한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정종연 PD는 “제가 처음에 이 시즌을 기획할 때 생활동과 감옥동이라는 거대한 두 팀의 대결이 주요한 테마였다. 감옥동에는 감옥매치라는 치명적인 시스템이 들어왔다. 서바이벌 서사가 감옥동에 있었다. 생활동엔 그에 상응하는 시스템이 있었어야 했다. 잘 받쳐주지 못했기 때문에 생활동의 서사가 빈약해 보이는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종연 PD는 “감옥동이 생활동으로 옮겨갈 수 있는 기회라던가 피스 개수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 등등에 대해서 감옥 매치를 이겼을 때에 대한 보상이 더 많아야 하지 않았나 싶다. 생활동 보상이 너무 세지 않았나. 밸런스 부분에 대한 피드백은 저도 인정하는 부분이다”라고 밝혔다.

서바이벌 장르에서 1명의 우승자를 가려내는 과정에서 폭력과 절도를 제외하고는 승부를 위한 모든 수들은 통용된다. 당연하게도 승리를 위한 과정에서 모든 수들이 호감을 살 수 없다. 어떤 수는 비호감일 수는 있으나 그것이 비판이 아닌 비난의 영역으로 넘어가면 안 된다. 그러나 ‘데블스 플랜2’가 모두 공개된 이후 출연자를 향한 과도한 비난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면서 며칠 내내 온라인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다.

정종연 PD는 제작자로서 지금의 여론에 대해 책임감을 깊이 느끼고 있었다. 그는 “출연자들의 행동은 제가 만든 시스템 안에서 한 것이기 때문에 출연자 개개인에 대한 비난이 저에게 와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정종연 PD는 조심스레 “게임 결과가 한 끗 차이인 게 진짜 많았다. 아무 일도 없이 지나갈 수 있지만 한 끗 차이로 잘 안 되고 잘 되는 게 많아서 아쉬운 마음이 많았다. 다음에는 이 부분에 대해 같이 고민하는 사람의 수를 조금씩 늘려가면서 좋은 게임을 만들어가려고 하니까 지켜봐 달라”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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