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개봉 첫날 63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압도적인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다. 코로나 19 여파로 부침을 겪던 극장가에는 단비 같은 소식이지만, 새로 발표된 사회적 거리두기 방안에 발목이 잡히게 생겼다.

지난 15일 개봉된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감독 존 왓츠·배급 소니 픽쳐스)은 정체가 탄로난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톰 홀랜드)가 시간을 되돌리기 위해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의 도움을 받던 중 뜻하지 않게 멀티버스가 열리게 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숙적 닥터 옥토퍼스(알프리드 몰리나)가 나타나며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마블 액션 블록버스터다.

이번 영화는 배우 톰 홀랜드가 스파이더맨으로 활약한 '홈' 트릴로지의 마지막 작품이자 마블 페이즈 4의 핵심인 멀티버스를 다뤘다. 또한 개봉 전 유출된 스포일러 때문에 마블 팬뿐만 아니라 '스파이더맨' 시리즈 팬들의 기대도 한 몸에 받았고, 사전 예매량 70만 장을 돌파하며 흥행 신드롬을 예고했다.

이를 방증하듯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개봉 첫날 63만4955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올해 개봉된 영화 중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경신하며 흥행에 제대로 시동을 걸었다. 또한 코로나 19 여파로 힘든 시간을 보냈던 극장가도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과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개봉 시기가 맞물리면서 조금씩 정상화를 향한 걸음을 내디뎠다.

그러나 16일 정부가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방안을 발표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이날 새로 발표된 사회적 거리두기 방안에 따르면 극장은 밤 10시까지 영업 시간이 제한된다. 이로 인해'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개봉으로 새벽 시간대까지 예매를 열어두었던 극장들은 하루아침에 불똥을 맞은 것이나 다름 없는 상황이다. 이에 Pgk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DGK 한국영화감독조합 이사회, 사단법인 영화수입배급사협회,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상영관협회 등 영화업계는 이날 발표된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방안에 대해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는 지금의 현실을 감안할 때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움직임에 충분한 공감과 지지를 보낸다. 다만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 조정 시 다음과 같은 극장 및 영화산업의 특수성을 감안해 예외로 인정해 줄 것을 영화계 전체의 이름으로 강력히 요청한다"는 내용의 성명문을 발표했다.

영화업계는 지난 2년 동안 관객수 급감으로 피해액을 가늠할 수 조차 없지만 이에 대한 제대로 된 피해 보상이 없었다고 호소했다. 관객들이 줄어든 상황에서도 영업을 유지한 건 영화 산업의 도미노식 붕괴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영화업계는 "안전한 관람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극장들은 정부 지침보다 훨씬 강화된 방역활동을 적용해왔다. 상영관 내에서 마스크 착용은 기본이며 현재 취식도 금지되어 있다. 특히 방역 패스 적용으로 백신 접종 완료자에 대해서만 입장을 허용함에도 자율적으로 띄어앉기까지 적용하고 있다. 이 모든 조치는 코로나19에 대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공간임을 증명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화업계는 극장 영업 밤 10시 제한 방안에 대해서 "기존 거리두기 4단계와 같이 영업시간 제한 22시를 적용할 경우 영화의 상영 시간을 감안하면 19시 이후 상영 시작은 거의 불가능"이라면서 " 영화 관람 회차를 줄임으로써 국민들의 문화생활 향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으며, 영화의 개봉을 막음으로써 영화계 전체에 피해가 확산되고 결과적으로 영화산업의 도미노식 붕괴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우려를 표했다.

18일부터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방안이 적용되면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뿐만 아니라 모든 개봉 영화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직장인 관객들이 많이 방문하는 평일 저녁 시간대 상영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관객수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극장 매출이 감소하면서 영화 산업의 생존도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 이어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매트릭스: 리저렉션'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한국 영화 '킹메이커'가 12월 개봉을 앞둔 가운데 극장가의 숨통이 이제는 조금 트이나 싶었지만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방안 때문에 다시 벼랑 끝에 몰릴 위기에 처한 극장가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한국상영관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