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하이에나’ 속 문제만 일으키는 하찬호의 모습과는 달리, 지현준은 진중했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 연기를 사랑하는 인물이었다. 남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연기를 진심으로 애정 하는 그였기에, “아카데미 수상이 목표”라는 말이 왠지 믿음이 갔다.

지현준은 2004년 연극으로 데뷔해 연예계에 발을 들인지 벌써 16년째를 맞았지만, 긴 연기 인생과는 달리 출연한 드라마의 수 만큼은 두 개로 적은 편이다. 지현준은 지난 2016년 SBS ‘원티드’를 통해 처음 드라마에 출연했고, 최근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하이에나’(극본 김루리·연출 장태유)에서는 이슘 홀딩스의 대표이자 마약 중독으로 수차례 논란을 일으키는 하찬호 역을 맡았다.

이처럼 드라마 출연 수가 적은 이유에 대해 지현준은 “과거엔 너무 ‘예술인’으로 살려 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지현준은 “데뷔 초창기만 하더라도 머리도 기르고, 파마도 하고, 항상 민소매 셔츠에 반바지만 입고 다녔다. 누가 봐도 ‘예술인’인 느낌으로 다녔고, ‘연극하는 사람은 이래야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이게 예술이라고 생각했다”고 운을 뗐다.

그러나 이는 2011 SBS ‘기적의 오디션’을 기점으로 바뀌게 됐다. 또 그가 연기를 더 사랑하는 계기가 됐다. 지현준은 “작가님 한 분이 ‘쉽게 좀 해라. 방송은 중학교 교육만 받은 사람도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하는데, 현준 씨는 너무 어렵게 한다. 그들이 봐서 이해하지 못하면 쓸모없는 연기가 아니냐’고 말하셨는데, 그 말이 굉장히 크게 다가왔다. ‘나만 좋자고 하는 연기가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생각이 많이 바뀌었고, 그 후에도 여러 변화가 있었다. 연기를 대하는 태도나 방식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에 ‘하이에나’를 하면서 또 많이 달라졌다”는 지현준은 ‘하이에나’에 “오디션을 보고 출연하게 됐는데, 오디션까지도 너무 재밌게 임했던 기억이 있다. 여태까지 경험한 오디션 중 분위기가 가장 편안했고, 어떤 모습을 보여드려도 감독님이 리액션을 해줬다. 덕분에 오디션 결과와는 상관없이, 연기적인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고 회상했다.

이렇게 기쁜 마음으로 두 번째 드라마 도전에 나선 지현준이지만, 경험이 많진 않았기에 현장에 적응하는 건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그런 그에게 힘이 된 건 동료 배우들의 배려와, 스스로의 노력이었다.

지현준은 “연극은 연기만 생각하고 집중하면 되는데, 드라마는 연기 외에도 부수적인 요소들을 고려해야 했다. 그날의 날씨, 촬영 스케줄, 카메라 각도 등 외부적인 요소들이 많기 때문에 내가 정신 차리지 않으면 연기해야 할 것들을 놓치게 됐다”고 토로했다.

“그런 부분에서 주지훈, 김혜수 두 선배가 잘 도와준 덕분에 촬영을 잘 끝마칠 수 있었다”는 지현준은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두 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연기를 잘 맞춰 주어 감사하다는 의미보다는 마음을 확 열어 주셨다는 느낌을 받아 그것이 감사하다. 특히 김혜수 선배님이 많이 오픈해 주셨고, 무한 신뢰와 애정을 보내주셨다. 너무 감사했다”고 말했다.

지현준은 ‘하이에나’ 1회와 2회에서 나온 재판 신을 언급하며 김혜수에 대한 고마움을 거듭 표했다. 그는 “내가 법정에 앉아있고, 앞에 김혜수 선배가 서서 촬영하는 장면이 있었다. 그런데 내가 캐릭터 특성상 의자에 기대 삐딱하게 앉아 있으니 김혜수 선배가 가려졌고, 카메라 감독님께서 조금 일어나 앉아 달라고 요청하셨다. 그러나 이를 들은 김혜수 선배는 그러면 하찬호의 특성이 살지 않는다면서 본인이 직접 바꾸시겠다고 하셨다. 배려해 주시고, 디테일한 부분을 대신 신경 써 주는 모습에 감동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지현준은 스스로 완벽한 하찬호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 더군다나 지현준이 맡은 하찬호는 ‘하이에나’ 속 굵직한 사건에 모두 연루되는 인물이기에, 자칫하면 몰입도를 떨어트리는 요인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지현준은 약물 중독자 하찬호를 세밀하게 그려내 시청자들이 온전히 ‘하이에나’에 집중할 수 있게 했다.

지현준은 “촬영에 앞서 여러 영상과 자료들을 찾아봤다. 약의 종류, 반응까지 하나하나 다 알아봤다. 아는 의사분께 어떤 작용이 몸에 일어나는지, 얼굴이 어떻게 변해가는지까지 여쭤 보기도 하고, 인터뷰도 찾아봤다. 이외에도 감독님께서 영국 배우 게리 올드만 이야기를 하셔서 참고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훌륭하고 감사하게 두 번째 도전을 끝마친 결과, ‘하이에나’는 진현준에게 ‘인생 드라마’로 남게 됐다. 지현준은 “80대가 돼서도, 어떤 작품이 가장 기억에 남느냐고 물어본다면 단연 ‘하이에나’를 꼽을 것 같다. 연기 인생에 매우 중요한 스타트 지점에 만난, 새로운 세계가 열린, 큰 선물을 준 그런 작품이다. 덕분에 좋은 사람을 만났고 많은 배움을 얻었다. 모든 시간이 내겐 배움이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배움은 지현준으로 하여금 더 큰 도전을 꿈꾸게 했다. “세계를 돌아다니며 좋은 작품을 하고 싶다. 좋은 사람,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그다.

“유럽의 경우 동양인의 선례가 부족한 편이라 이곳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요. 최종 목표는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수상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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