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배우 김무열은 첫 코미디 도전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능청스러운 연기로 ‘정직한 후보’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는 유독 자신에게 가혹한 김무열만의 연기 열정에 있었다.

김무열은 2002년 뮤지컬 ‘짱따’를 시작으로 ‘가스펠’ ‘아가씨와 건달들’ ‘그리스’ 등에서 주로 활동하다 2005년 KBS2 ‘드라마시티 – 신파를 위하여’에 출연하며 처음으로 브라운관에 모습을 미쳤다. 이후 그는 ‘별순검’ ‘일지매’ ‘아내가 돌아왔다’ 등의 드라마는 물론 ‘최봉병기 활’ ‘은교’ ‘개들의 전쟁’ 등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그런 김무열이 선택한 차기작은 영화 ‘정직한 후보’(감독 장유정·제작 수필름)였다. 동명의 브라질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정직한 후보’는 3선 국회의원 주상숙(라미란)이 선거를 앞둔 어느 날 하루아침에 거짓말을 못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코미디다. 김무열은 주상숙을 빈틈없이 보좌하는 보좌관 박희철 역으로 분했다. 특히 ‘정직한 후보’는 김무열의 첫 코미디 데뷔작이기에 많은 관심이 집중됐다.

13년간 연예계에 머물며 다양한 작품을 통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던 그였지만, 유독 코미디 장르만큼은 그를 찾지 않았다. 아무래도 장르물에 주로 출연하고 진지한 역할에 어울릴 법한 외모의 소유자였기 때문일 터. 그렇기에 김무열과 코미디의 만남은 신선했다.

김무열은 “코미디를 보여드리는 게 처음이라 설렌다. 그러면서도 긴장되고 떨린다”는 소감으로 입을 열었다. 이어 김무열은 코미디 데뷔작으로 장유정 감독의 작품을 선택하게 된 이유가 “감독님이 극작하신 뮤지컬을 해본 적이 있기 때문”이라며 “덕분에 감독님의 의중이나 의도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쉽게 가까워질 수 있었다. 감독님의 작품을 무대에서도 많이 봤기 때문에 확실한 믿음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장유정 감독 역시 비슷한 이유로 김무열에 캐스팅 제안을 건넸다. 김무열은 “감독님이 내가 나온 ‘김종욱 찾기’ 뮤지컬을 봤다고 하시더라. 그 캐릭터가 약간 허당끼가 있었는데 ‘정직한 후보’의 박희철과 느낌이 비슷하다고 느끼셨다고 하셨다. 그래서 감독님은 내가 희극에서도 잘 해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이미 갖고 계셨다"고 밝혔다.

김무열은 특히나 “라미란이 있었기에 출연을 확정 지을 수 있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는 “내가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라미란이 이미 캐스팅돼있던 상황이었다. 라미란이라는 배우가 주상숙 역할을 어떻게 할까 상상하면서 대본을 읽었는데 무척이나 재밌었다. 이 영화를 라미란이 과연 어떻게 소화할 수 있을까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예상이 딱 들어맞듯 라미란은 ‘정직한 후보’ 속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며 시선을 집중시켰다. 김무열은 “내가 영화에서 한 게 없다. 정말 리액션만 했다”고 겸손히 말하며 라미란의 연기에 감탄했다. 그는 “사실 코미디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애드리브 준비도 나름 해갔다. 또 리액션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수많은 연구를 했다. 걱정과 달리 너무 좋은 배우분들을 만나 예상했던 것보다 이상의 결과물을 만들 수 있었다 정말 도움을 많이 받았고 내가 할 수 없던 걸 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다만 걱정해야 할 게 있었다면 촬영 중에 웃음이 터지는 것이었다. 박희철은 정신없는 상황 속에서도 정신을 차리고 수습하려고 노력하는 역할인데, 웃겨서 큰일이었다. 매일 입술을 꽉 깨물고 촬영에 임했다”며 웃었다.


“영화 속 다른 출연진에 얹혀갔을 뿐”이라는 김무열의 겸손한 발언과 달리 ‘정직한 후보’ 속 그의 모습은 남달랐다. 더불어 그의 능청스러운 코미디는 ‘정직한 후보’ 속에서 윤활유 역할을 하며 몰입도를 높였다. 박희철 역을 완벽하게 표현하기 위한 김무열의 노력이 작품 속에서 빛을 발한 것.

김무열은 스스로에게 이런 평가를 남긴 이유가 평소 자신에게 혹독하기 때문이라며 “배우이기에 연기를 잘 하려고, 그 소명을 다하려고 매번 노력하는 것 뿐이다. 그래서 늘 혹독한 기준을 세워 작업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물론 선배님들도 다 같은 소리를 하신다. ‘누가 자기의 연기를 만족할 수 있겠냐’고. 물론 부정적인 것으로만 채워지면 안 되겠지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자신을 혹독하게 다룬 탓에 김무열은 늘 매너리즘과 슬럼프와 함께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감정 속에 자주 빠지기에 “늘 경계하고 있다”고. “다만 연기에는 정답이 없는 것 같다”는 김무열은 “배우라는 건 보여주는 존재일 뿐 판단은 관객분들이 하는 것이다. 그게 정답이고, 그렇기 때문에 세상엔 수천, 수만 개의 정답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도 최선의 정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항상 이런 생각을 되풀이하게 되니 나 자신에 혹독한 게 미안할 뿐이죠. 하지만 자아도취에 빠지는 것만큼 배우에게 더 위험한 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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