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예나 기자] 지나친 다이어트부터 외부에서 받는 스트레스까지 여성들의 몸에 빨간불이 켜진지 오래다. '나는 괜찮겠지' '무슨 일 있겠어?'라는 생각으로 방치해둔다면 더 큰 위험에 빠질지도 모르는 일. 여성들이 자신의 몸을 더욱 더 사랑하고 관심을 갖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바디 액츄얼리'의 이지윤 PD를 만나봤다.

지난 5일 첫 방송된 케이블TV 온스타일 예능프로그램 '바디 액츄얼리'의 반응이 뜨겁다. 첫 회 주요 장면이 담긴 클립 영상들은 핫한 인기에 힘입어 올해 온스타일 프로그램 클립 영상 조회수 최고치를 찍었다.

'바디 액츄얼리'는 13년 만에 대대적 개편에 나선 온스타일에서 "당연한 걸 당당하게"라는 슬로건 하에 기획된 여성건강 리얼리티 예능프로그램이다. 방송인 사유리, 배우 정수영, 모델 김지양이 MC로 나서 여성의 몸에 대한 궁금증과 논란을 직접 실험하고 검증하고 파헤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라 불리는 2034 여성들을 주요 타겟층으로 삼아 최신 의학정보부터 다양한 이슈들을 제대로 알려주는데 포인트를 두고 있다.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이지윤 PD는 기획 단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여성건강과 관련해 다양한 궁금증을 갖고 있지만 정작 속시원히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당장 궁금증이 생겼는데 어디 가서 물어봐야하는지 모르는구나 싶었다. 저 역시도 간단한 질환들은 검색을 통해 해결하려 했다. 하지만 대다수가 광고나 홍보, 혹은 개인 경험담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PD는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시간이 없어서, 부끄러워서, 창피해서, 민망해서 직접 해결하지 못했던 다양한 여성건강 관련 궁금증들을 다양한 실험을 통해 해결하고자 했다"며 프로그램을 론칭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즉, 단순한 건강 프로그램과 같이 정보전달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다양한 각도와 시각을 갖고 실험적으로 접근하겠다는 각오였다. 이를 통해 여성건강 관련 이슈들을 조명하고 다뤄 궁금증을 해결하고, 나아가 공감대를 형성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뜨거운 반응을 일으킨 '바디 액츄얼리' 첫 회는 '여성의 몸에 대한 터부와 생리'를 주제로 삼았다. 특히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근 관심을 모으고 있는 생리컵을 MC 정수영이 직접 사용한 뒤 생생한 후기를 전달해 눈길을 끌었다. 이 PD는 "정수영 씨가 본인의 생리 주기는 정확하다며 생리컵을 꼭 한 번 써보고 싶다고 했다. 생리 주기까지 맞춰서 촬영 일정을 잡았는데 그때 마침 밀려서 딜레이가 되기도 했다. 이제 제작진은 MC들의 생리 주기까지 체크해놓는다"며 "MC들 섭외 과정에서 직접 참여할 수 있는지 의사를 물어봤다. 세 분 다 워낙 열려있는 마음을 지니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건강하신 분들이라 흔쾌히 수락해 주셨다"며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첫 방송이 나가고 온라인상에서 뜨겁게 분위기가 달궈지자 이 PD는 당혹스러웠단다. 그는 "전혀 생각도 하지 않았다. 첫 회 다음날 온라인에서 빵 터진 것을 확인하고 '이게 뭐지? 이럴 수 있는건가?' 싶었다"며 "일단 많은 관심 가져주신 부분은 너무 감사하고 좋은 일이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관심갖고 애정 가져주시는 만큼 후폭풍도 크게 오더라. 대부분 긍정적이고 좋다는 반응이지만 아무래도 민감한 주제고 경우에 따라서는 예민하게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에 우려 섞인 반응도 있다. 방송에서 다룬 이슈들을 두고 댓글로 논쟁을 벌이는 경우도 봤다. 그런 모습들을 보고 깜짝 놀라면서도 책임감이 강하게 생겼다. 자막 하나까지도 신경 써서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이 PD가 언급한 대로 프로그램은 2034 여성들의 건강한 아름다움과 몸에 대한 궁금증 해소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갖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선정적인 주제를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이 PD는 "저도 방송 심의를 고려하고 있기 때문에 수위 조절이나 선정성 부분은 계속해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 제목처럼 '얼마만큼 액츄얼리하게 보여주는가'라고 생각한다. 여성의 몸을 단순히 섹슈얼한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고 엉덩이나 가슴 등이 지닌 각각의 역할을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프로그램에서 물을 메타포로 자주 사용하는데 그 이유 역시 남녀 모두 몸의 70%가 수분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동등한 인체라는 전제를 깔고 이미지를 전달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PD는 "아직 프로그램이 초반이기 때문에 불편하게 생각하고 바라보시는 분들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프로그램에서 조명하는 여성의 몸을 하나의 인체로 바라봐주셨으면 좋겠다. 물론 여성의 몸을 이용해 상품화하거나 희화화 하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할 수도 있지만 프로그램이 가진 분명한 의도가 있고, 취지가 확실한 이상 저는 지금보다 더 적나라하고 사실적으로 접근해서 보여주고 싶다. 지금 나오는 여러 논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이 PD는 촬영 스태프들에게도 타이트한 기법으로 카메라에 담고 사실적으로 표현하기를 요청했단다. 그는 "촬영할 때 아름답게 찍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또 예능적인 부분을 강조하기 위해 촬영 내용을 빠르게 편집해 지루하지 않게 내용을 전달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엑스레이부터 MRI까지 할 수 있는 기법을 총동원해서 보다 사실적이고 구체적으로 담아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남녀의 성기같이 도저히 방송에서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못 하는 부분들은 그림이나 사진으로 설명하거나 과일 등으로 대체해 비주얼적으로라도 전달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논란의 여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PD가 프로그램을 더욱 더 강하게 밀어 붙이는 데에는 그만큼 '바디 액츄얼리'가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프로그램이고, 시청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지금의 2034 여성들은 예전과 같이 여전히 아름다움을 추구하지만 동시에 건강에 대해서도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 저 역시도 이전까지는 다이어트에만 관심이 있었는데 요즘엔 건강식이라든지 디톡스 같은 것에 관심을 갖고 있다. 그만큼 여성들이 교육 수준도 높아지고 스펙도 좋아지면서 영리해졌다는 뜻이고, 이런 여성들이 많아지면서 건강한 아름다움이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고 본다. 여성들이 자신의 몸에 관심을 갖고 조금씩 더 알아갈수록 건강을 찾는 것 이상으로 자신감도 높아지고 자존감도 형성되는 것 같다"고 했다.

이 PD는 프로그램 주요 타겟층인 2034 여성들뿐만 아니라 10대 청소년들에게까지도 여성의 몸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과 긍정적인 이미지를 전달하기를 바랐다. 그는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조사해보니 요즘 첫 성경험이 10대라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정확한 정보 없이 얼결에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보니 피임을 제대로 못해 임신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생기고, 또 자연스레 인공 유산에 이르게 되는 일도 많아졌다. 이런 문제들이 조금이라도 줄어들기 위해서는 10대 청소년부터 올바른 성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환경이 좋아졌어도 우리 아이들의 성교육 수준은 지난 1980년대에 머물고 있지 않나 싶다. 그러다보니 남자 아이들은 판타지를 안고 있고, 여자 아이들은 기피하려는 경향도 생기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프로그램이 무조건 '하지마'라든가 '이렇게 해'라는 식의 선생님 같은 소리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알아서 책임감 있게 잘 행동하되 일단 건강한 것에 대해 알자는 것을 얘기하고자 하는 것이다. 부모님들이 차마 해주지 못하는 얘기들, 부모님에게조차 편하게 물어보지 못하는 궁금증들을 프로그램이 허심탄회하게 전달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 PD는 다양한 시도와 도전을 통해 프로그램을 점점 더 구축해가고 있는 과정에 있는 만큼 시청자들이 열린 마음으로 지켜봐 주기를 당부했다. 그는 "프로그램 론칭 당시 처음 보면서 시청자분들이 느꼈을 당혹감이 점점 적어졌으면 좋겠다. 프로그램이 콘텐츠 수위 조절을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반응이 달라지겠지만 보시는 분들이 어떠한 불편함도 없는 방송으로 만들겠다. 시간이 흐르면서 보시는 분들의 인식도 조금씩 변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다들 바쁘고 힘든 요즘이지만 프로그램을 보면서 자신의 몸에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이고 나아가 자신감을 얻고 자존감도 높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전했다.

덧붙여 "사실 '바디 액츄얼리'는 제게 걱정이 더 많이 되는 프로그램이다. 수위도 수위지만 반응이 뜨겁게 일어나면서 바이럴도 많이 되고 여러 시각을 지닌 분들이 코멘트도 많이 해주시고 있다. 그런 부분들을 하나씩 모두 수용하면 좋겠지만 한편으로는 처음의 기획의도가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을 놓치지는 않을 계획이다. 그렇기에 바라는 것은 프로그램의 일부분만 두고 너무 왜곡해 바라보시거나 걱정하시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의도가 아니라는 것은 프로그램 콘텐츠를 통해 보여드리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티브이데일리 김예나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CJ 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