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하홍준 기자] 지난해 여름, 영화 ‘순정’(감독 이은희)의 촬영지인 전남 고흥에서 만난 김소현은 영락없는 시골소녀의 모습이었다. 청 멜빵바지에 하얀 셔츠로 멋을 내고, 메이크업이지만 검게 그을린 얼굴은 맞춤옷처럼 잘 어울렸다.

“처음에 분장을 해주셨는데, 많이 놀랐어요. 파운데이션이 너무 어두운 색이더라고요. 걱정이 돼서 감독님한테 정말 이렇게 해도 되는 거냐고 물었는데, ‘다섯 친구들 중에는 그래도 가장 하얀 편이다’고 안심을 시켜주셨죠. 촬영 초에만 조금 어색했고, 금방 익숙해졌어요. 다들 똑같이 분장을 하고 촬영지가 시골이니까 금방 익숙해졌어요.”

김소현이 출연한 ‘순정’은 라디오 생방송 도중 DJ에게 도착한 23년 전 과거에서 온 편지를 통해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애틋한 첫사랑과 다섯 친구들의 우정을 담은 영화다.

극 중 김소현이 연기한 수옥은 아픈 몸 때문에 학교에 가지 못하고 섬에서만 지내고 있지만, 늘 밝고 긍정적인 17살 소녀다. 아름다운 목소리와 순수한 마음을 지니고 있는 수옥은 친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다. 여름방학이 되면 범실(도경수)과 산돌(연준석), 개덕(이다윗), 길자(주다영)가 고향 섬마을에 돌아오고, 다섯 친구들이 모여 빛나는 시간들로 여름날의 추억을 쌓아간다.

수옥은 유난스럽게 튀는 행동을 하거나, 발랄한 인물은 아니다. 김소현은 항상 내 옆에,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은 친구가 수옥이라고 생각했다. 모두에게 사랑 받고, 또 모두의 마음에 오래 남는 수옥은 어떤 존재일까를 생각하며 연기했다.

“기존에 연기해왔던 것보다 힘을 더 빼고 편하게 호흡을 맞추는데 집중했어요. 캐릭터가 실제 제 나이와 같아 다른 작품들처럼 계산을 하면서 연기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적었어요. 제 감성을 살려서 순수하게 연기할 수 있었죠.”


또래 배우들이 모이니 현장 호흡은 말할 것도 없이 좋았다. 이은희 감독은 김소현과 도경수 연준석 이다윗 주다영 등 다섯 명의 배우들이 “격하게 착하다”며 현장에서 ‘순정이들’이라고 불렀다.

김소현 역시 여느 작품과는 현장 분위기가 다르다고 느꼈다. 다양한 작품에서 비슷한 나이대의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지만, 이번 영화는 촬영지인 고흥 자체가 무척 외진 곳인데다가 놀 거리가 없고, 또래 배우들밖에 없어 유독 가족처럼 서로에게 더 의지하고 친밀감을 쌓을 수 있었다고 한다.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은 김소현은 중학교 때 친구들을 떠올리기도 했다. “고등학생이었다면 마침 여름방학 기간일텐데, 그 시간에 언니 오빠들과 재밌게 시간을 보낸다고 생각했어요. 수학여행 같다고 느껴지니까 현장이 더 즐거웠어요.”

다섯 배우들 중 가장 막내라 보살핌도 많이 받았다. “다윗 오빠는 드라마 ‘후아유’에 이어 바로 바로 같이 합류하게 됐어요. 오빠가 감독님께 소현이가 체력이 많이 떨어졌는데, 힘들지 않게 뭘 해줄 수 있을까를 상의했다고 해요. 다른 분들도 친해지려고 노력을 많이 해주셔서 착한 분들이구나 싶었어요.”

김소현은 극 중 풋풋하고 설레는 첫사랑으로 호흡을 맞춘 도경수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경수 오빠가 출연하는 드라마 ‘너를 기억해’가 촬영 직전에 방송돼서 보고, 기존에 출연한 작품들도 다 찾아봤어요. 제가 연기하는 것과 또 다르게 마음으로 순수하게 연기하는 한다는 것이 느껴졌죠.”

특히 수옥이 다리가 불편하다는 설정 탓에 도경수에게 업히는 장면이 유독 많았다. 그는 “처음에 업혔을 때 티는 많이 안내셨는데, 힘들어 하는 게 느껴졌다”고 수줍게 웃으며 “죄송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때 이후로 저녁을 조금씩 먹기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안 그래도 힘드셨을 거예요. 엑소 콘서트를 병행하면서 촬영을 하셨는데, 콘서트로 발목을 삐고도 현장에서 티를 안 냈어요. 대단하다고 느꼈죠.”

또한 김소현은 “혼자만 미성년자라 술자리에 함께하지 못했다”며 “편하게 노시라고 자리에 가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약간 아쉽긴 하더라. 미성년자가 아니었으면 재밌게 놀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누군가의 아역으로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던 김소현은 이제 어엿한 한 작품의 주인공으로 극을 이끌어가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인기리에 종영된 KBS2 드라마 ‘후아유’로 당당히 주인공 자리를 꿰차며 지상파 첫 주연을 맡게 됐다.

“계속 아역만 할 때는 온전한 제 역할을 맡아보고 싶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제 기준으로 너무 이른 시간에 ‘후아유’라는 작품으로 큰 역할을 맡게 된거죠. 처음으로 16부작을 끌고 간다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고 정말 대단한 거구나 싶었어요. 작년 한 해 정말 많이 배웠어요. 책임감이라든지 마음가짐에서 더 성숙해졌고요.”

김소현은 부담감을 떨치기 위한 나름의 방법도 터득했다. 너무 걱정하면 소극적인 모습이 연기에도 드러나기에 편안하게 대화를 한다는 생각으로 연기를 했다. 연기하는데 더 집중을 하면서 떨치려고 하고 있다고 했다.

김소현은 영화 ‘덕혜옹주’로 올 상반기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덕혜옹주(손예진)의 어린 시절을 연기했다. 2월에는 KBS2 3부작 특집극 ‘페이지 터너’의 방송도 앞두고 있다. 김소현은 “‘페이지 터너’에서는 전혀 다른 새로운 연기를 했다”며 “소리도 지르고, 성격이 되게 극적인 친구라서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를 많이 배웠다”고 귀띔했다.

“기회가 된다면 절 내려놓을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너무 왈가닥이라든지, 정말 어두운 액션이라든지, 범죄 스릴러 장르처럼, 저를 풀어놓을 수 있는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티브이데일리 하홍준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신정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