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하홍준 기자] 까맣고 큼직한 눈이 유난히 형형했다. 영화 ‘순정’의 이은희 감독은 이런 도경수의 눈빛을 창문 같다고 말했다. 놀라면 놀라는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인물의 감정을 올곧고 정직하게 자신만의 눈빛으로 표현해낸다. 계산되지 않은 풍부한 감성은 그대로 카메라에 담기기에 오히려 더 강력하다.

도경수는 ‘괜찮아, 사랑이야’(2014)의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한강우부터 ‘카트’(2014)의 사춘기 소년 태영, ‘너를 기억해’(2015)의 사이코패스 살인마까지 연기 경력에 비하면 소화하기 힘들 인물들을 맡아 예의 그 눈빛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묘한 신뢰감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배우로서 도경수가 가진 분명한 무기다.

“연기할 때 행동이나 말투보다는 눈으로 얘기를 해보자는 생각으로 하고 있어요. 그렇게 연기를 하면 실제로 받아들여 주시는 분들이 계신 것 같아서 신기했어요. 행복하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항상 그 점에 중점을 두면서 연기하고 있어요.”


그런 도경수가 첫 스크린 주연작 ‘순정’에서 맡은 역할은 순정남 범실이다. 말수 없고 수줍음 많은 범실은 첫사랑 수옥(김소현)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발 벗고 나선다. 조용히 수옥을 위한 카세트테이프를 준비하는가 하면, 다리가 불편한 그에게 자신의 등을 내밀기도 한다. 말없이 수옥의 곁을 맴돌며 그를 향한 일편단심 순정을 전하는 범실이라는 캐릭터는 도경수와 만나 더욱 매력적인 인물로 탄생했다.

촬영 당시 23살이었던 도경수가 17살의 순정을 표현하기 위해 떠올린 것은 고등학교 시절의 기억이었다. 실제 첫사랑의 추억과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 감정을 끄집어내 곱씹었다. “그때는 내가 어땠지? 친구들이랑 있을 때, 여자친구랑 있을 때 어땠지? 생각하면서 촬영했어요. 저는 되게 조용한 아이였어요. 학교에서 그렇게까지 까불지도 않았고, 또 그렇다고 공부를 잘 한 것은 아니었지만, 열심히 학교에 다닌 모범생 범실과 되게 많이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죠.”

또한 도경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첫사랑을 했다고 생각한 나이는 고3때였다”며 “당시에는 성숙하지 못해 너무 집착을 하다 보니 좋지 않게 끝났다. 그래서 풋풋하기보다는 우울하고 슬픈 기억으로 남아있다. 영화 후반부 상실감을 표현하는데 감정을 이입하는데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이은희 감독은 도경수와 김소현의 첫사랑 연기를 위해 특별한 디렉션을 내리기도 했다. “촬영장에서 (김)소현이를 처음 봤을 때인데 이제 너희는 좋아하는 사이고, 사랑하는 사이가 될거라면서 다짜고짜 손을 잡으라고 하셨어요.” 그렇게 두 사람은 액션을 할 때나 컷을 할 때나 촬영장에서 내내 손을 붙잡고 다녔다. 실제로 도움이 됐다. 처음에 어색하고 부끄러운 감정들은 첫 장면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완성된 영화를) 얼마 전 시사회에서 처음 봤는데, 기대했던 것보다는 잘 나온 것 같아서 깜짝 놀랐어요. 촬영할 때는 제 연기에 아쉬웠던 점들이 조금 있었는데, 영화를 보고 만족스러워서 기분이 좋았죠.(웃음)”


‘순정’의 홍보 일정을 소화한 도경수는 다시 아이돌 그룹 엑소의 일원으로 돌아가 투어에 나선다. 지난해 촬영 도중에도 엑소 활동을 위해 잠시 현장을 비운 적이 있었다. 그때 발목에 부상을 당했는데, 옆에 있던 김소현은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어 하는 것이 보였지만, 내색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 놀라웠다고 말했다.

“제가 아프다고 하면 모든 분들이 촬영을 중단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어요. 조금이라도 지체가 되면 폐를 끼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어서 촬영에 지장이 될 정도는 아니었죠.”

배우와 아이돌 활동,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많이 힘들지만, 그럼에도 둘 다 붙잡으려는 것은 그만큼 얻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도경수는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엑소의 모습 말고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다”며 “작품을 고를 때 일부러 (엑소와는) 다른 이미지의 캐릭터를 고르는 것은 아니지만, 연기를 통해 많은 위로를 받고 기쁨도 느끼고 있다”고 고백했다.

“제가 느끼고 생각한 캐릭터의 마음을 연기로 표현을 하는데, 봐주시는 분들이 같은 감정을 느껴요. 거기서 가장 큰 희열을 느끼죠.”

연기 그 자체를 즐기고 있기에 세간의 기대와 호평에 대한 압박과 부담은 느끼지 않는다. 물론 칭찬에 기분이 좋기도 하다. 하지만 주변에서 어떻게 봐주시는 것보다는 연기할 때 즐겁다는 감정 자체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런 도경수는 엑소로서도 배우로서도 자신이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멋있는 사람이라는 말에 되게 많은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그게 예의가 될 수 있겠죠. 말로 표현하긴 힘들지만, 어떤 분들이 보기에도 ‘저 사람은 멋있는 사람이구나’ 느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티브이데일리 하홍준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정영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