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하홍준 기자] 영화 ‘순정’이 초라한 성적표를 받고 극장가에서 퇴장하게 됐다. 최근 신예스타 중 가장 핫한 이들로 꼽히는 도경수와 김소현이라는 좋은 카드를 쥐고 거둔 성적이라 유독 아쉬움을 남긴다.

‘순정’(감독 이은희)은 라디오 생방송 도중 DJ에게 도착한 23년 전 과거에서 온 편지를 통해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애틋한 첫사랑과 다섯 친구들의 우정을 담은 영화다.

5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4일 ‘순정’은 1108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5위에 자리하고 있다. 누적관객수는 23만9189명으로, 손익분기점인 120만명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을 보이고 있다.

지난 달 24일 개봉된 ‘순정’은 개봉 첫날임에도 박스오피스 6위로 출발했다. 개봉 주 주말을 맞아 주연 배우들이 무대인사를 돌며 홍보에 총 공세를 펼쳤지만, 상황을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후에도 영화는 줄곧 박스오피스 하위 순위에 머물었고, 개봉 일주일만인 지난 3일 10위권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순정’은 어찌 보면 가진 것이 많은 영화였다. 도경수는 국내 최정상 아이돌 그룹 엑소의 멤버로 두터운 팬덤을 갖고 있는 배우다.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2014), ‘너를 기억해’(2015), 영화 ‘카트’(2014)를 통해 연기돌에서 배우로 입지를 다져가는 과정에서 맡은 첫 주연작으로도 관심을 모았다.

김소현은 그 나이대 여배우들 중에서 연기력은 물론 스타성에서도 독보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배우이며, 함께 호흡을 맞춘 연준석 이다윗 주다영은 다양한 작품으로 차근차근 연기 내공을 쌓아온 이들이다.

영화 속에서 보여준 배우들의 연기는 나무랄 데가 없었다. 도경수는 자신의 무기인 눈빛연기를 통해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사랑스러운 소녀의 면모를 표현한 김소현의 안정적인 연기와 이다윗, 연준석, 주다영과 함께하는 다섯 친구들의 ‘케미’, 기대하지 않았던 황석정과 박정민의 깨알 같은 존재감도 돋보였다.


하지만 영화는 진부한 설정 탓에 관객들의 충분한 관심을 끌지 못했다. 영화의 주 내용인 어린 시절의 첫사랑과 친구들과의 풋풋한 추억 같은 것들은 이미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끊임없이 반복된 설정이다. 1991년을 시대 배경으로, 올드팝과 가요 등을 끌어온 것은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와 영화 ‘써니’를 구체적으로 떠올리게 했다. 흥행코드이긴 하지만, ‘또 첫사랑과 올드팝’이냐는 피로감으로 작용할 수 있는 요소다.

매력적인 5명의 배우들도 무척 진부한 캐릭터로 소비됐다. 무뚝뚝한 일편단심 순정남 범실부터 첫사랑의 아이콘 수옥, 우직한 남자 아이 산돌, 넉살 좋은 개덕, 말괄량이 길자 등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캐릭터다. 이들의 갈등과 갈등이 해소되는 과정 역시 새로운 것 없이 식상하게 전개된다.

최근 몇 년간 멜로 영화들이 줄줄이 흥행 부진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처럼 익숙한 소재를 익숙하게 연출한 ‘순정’의 기획은 다소 안일하지 않았나 싶다. 애초에 가진 것이 많은 영화였기에 유독 아쉬움이 남는다.

[티브이데일리 하홍준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