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리, “왜 나는 안 될까”를 멈추게 한 한마디 [인터뷰]
2026. 09.25(금)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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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팬들에게는 언제나 자랑스러운 가수였다. 정작 자신을 믿지 못했던 건 장혜리(34·본명 이지인) 본인이었다.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마다 조급해했고, 기대한 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실망했다. 그런 그를 다시 움직이게 한 것도, 자신의 마음을 노랫말로 옮기게 한 것도 곁을 지켜준 팬들이었다.

지난 6월 발매한 ‘안아주세요’는 그 마음에 대한 장혜리의 답이다. 자신을 응원해 준 팬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애정을 밝고 경쾌한 음악에 담았다.

‘안아주세요’와의 첫 만남은 약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제목은 ‘혼저옵서예’였다. 제주도로 놀러 오라는 내용의 노래였지만, 장혜리의 귀를 붙든 건 신나고 귀여운 멜로디였다.

“멜로디가 너무 좋았어요. 작곡가님께 가사를 제가 새로 써보고 싶다고 말씀드렸죠. 다섯 음절에 들어가는, 귀에 꽂히는 말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다가 ‘안아주세요’라는 제목부터 써놓고 시작했어요.”

장혜리는 팬들을 향한 고마움을 연인 사이의 감정에 빗대어 풀었다. 팬클럽의 규모는 크지 않아도 자신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사람들이었다.

“팬들을 사랑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어요. 연인 사이에도 밀고 당기는 시간이 있잖아요. 저는 그런 시간마저 아까운 마음을 쓰고 싶었어요. 그래서 ‘밀고 당길 시간마저도 아까워’라는 가사가 마음에 들어요.”

반복되는 ‘안아주세요’ 앞에 어떤 말을 붙일지도 고민했다. ‘날 좀’ ‘더 세게’ ‘나를 꼭’ 처럼 감정을 더할 표현을 찾고 나니 나머지 가사는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실제로도 마음을 숨기기보다 표현하는 편이라는 그는 “이제 밀고 당길 나이는 지난 것 같다”며 웃었다.

곡을 세상에 내놓는 과정에서는 노래 이외의 일도 맡아야 했다. 소속사 없이 활동하던 시기, 직접 곡을 받고 음원 유통을 알아봤다. 뮤직비디오와 앨범 제작 역시 챙겼다.

“막막하긴 했어요. 그래도 제가 혼자서 뭔가를 잘하는 편이에요. 뮤직비디오도 찍고 앨범도 만들고, 하나씩 하니까 되더라고요. 그렇게 활동하다가 지금 회사를 만나게 됐어요.”

트로트 멜로디에 EDM 비트를 더한 ‘안아주세요’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신나는 분위기였다. 맑으면서도 허스키한 자신의 목소리가 자칫 슬프게 들릴 수 있어 녹음할 때는 의식적으로 많이 웃었다. 도입부에는 처음 고백하는 사람의 수줍음과 조심스러움을 담으려 했다.

베이스 연주와 댄스스포츠 등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많지만, 이번 무대에서는 관객과 함께 즐기는 데 집중했다.

“처음 듣는 분도 ‘이 노래 뭐야? 신난다’ 하면서 같이 뛰고 즐길 수 있었으면 했어요. 화려한 기교를 자랑하기보다 하나가 될 수 있는 음악이요. 트로트와 EDM이라는 연결 고리가 있으니까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나 즐기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반응은 음원 발매 전 행사 무대에서부터 왔다. 후렴구를 함께 불러달라는 부탁에 관객들은 처음 듣는 곡인데도 곧잘 따라왔다. 팬들은 응원법까지 만들었다. 장혜리가 ‘안아주세요’를 부르면 ‘사랑해요 장혜리’ ‘안아줄게 장혜리’라는 외침이 돌아오는 식이다.

“우리 팬 한 분이 시작하면 주변에서 웃으면서 보시다가 나중에는 다 같이 따라 하세요. 그 순간이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다시 아이돌이 된 느낌도 들고요.(웃음) 팬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마음이 잘 전달된 것 같아서 뿌듯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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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은 그가 TV조선 ‘미스트롯4’에 도전한 이유이기도 했다. 장혜리는 자신이 경연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출연을 앞두고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슬럼프에 빠져 있거나 일이 없을 때도 팬들은 변함없이 그를 자랑스러워했다.

“팬들은 저를 그렇게 생각해 주시는데 제가 이렇게 있으면 안 되겠더라고요. 저 스스로도 납득할 수 있는, 자랑스러운 사람이 돼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보컬 레슨을 6개월 정도 더 받고 도전했죠.”

톱7에 이름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베이스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인상을 남겼다. 예전에는 악기를 멘 자신을 보고 “멋있다. 누구지?”라고 묻던 관객들이 이제는 “저 무대 봤다”며 알아본다.

“확실히 나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스스로 벽을 하나 깬 느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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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스데이와 밴드 비밥을 거쳐 트로트 가수가 되기까지, 장혜리는 여러 번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한때는 가수를 거의 포기하려고도 했다. 트로트 전향 역시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해보자는 마음에서 시작했다.

그 선택은 혼자 무대를 채우는 기쁨을 알려줬다. 그룹 활동 때는 나눠 불렀던 한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목소리로 전할 수 있었다.

“3~4분만큼은 온전히 저를 위한 시간이잖아요. 그 시간이 행복하고, 그만큼 책임감도 커요. 장혜리라는 이름으로 다시 데뷔해서 활동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해요.”

돌아보니 지나온 경험들은 지금의 무대 곳곳에 남아 있었다. 그때 배우고 끝낼 수도 있었던 댄스스포츠와 베이스는 자신을 알리는 무기가 됐다. ‘베이스 여신’과 ‘라틴 여신’이라는 수식어도 그렇게 얻었다.

“그동안 살아온 경험들이 지금 다 좋은 재료가 된 것 같아요. 모든 시간이 헛되지 않았구나, 매번 느껴요. 지금 잘 안 풀리는 분들도 시간이 지나면 그 경험이 좋은 재료가 될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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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역시 처음부터 그렇게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서른이 되기 전까지는 하루하루 조급했다. 무언가를 하면 바로 결과가 나오길 바랐고, 뜻대로 되지 않으면 ‘왜 나는 잘 안 될까’를 되풀이했다. 생각을 바꾼 것은 누군가 건넨 한마디였다.

“‘어차피 너는 잘될 건데 왜 당장 안 된다고 그러고 있어’라는 말을 들었어요. 저는 한 번도 ‘어차피 잘될 거니까’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더라고요. 지금이 흘러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을 못 했던 거죠.”

이제는 주어진 하루를 충실히 보내는 데 마음을 쓴다. 그렇게 쌓인 시간이 자신을 성장시키고, 언젠가 원하는 곳으로 데려갈 것이라고 믿는다.

“‘왜 나만 안 되지’, ‘나만 뒤처지는 것 같지’라는 생각을 하는 분들에게 저도 같은 이야기를 해드리고 싶어요. 하루하루 잘 살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잘될 거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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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신정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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