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한국 연극계의 거목 윤석화가 영면에 들었다.

고 윤석화의 영결식은 21일 오전 8시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이날 자리에는 유족을 비롯해 연극·공연계 동료 예술인 등 약 70여 명이 참석해 고인의 삶과 무대를 기렸다.

조사를 맡은 서울문화재단 이사장 박상원은 “고인은 누구보다도 불꽃 같은 삶을 살았고 누구보다도 솔직했고 멋졌다”며 “하늘나라에서 마음껏 뛰어노시길 기원한다”고 추모의 말을 전했다.

영결식을 마친 뒤 유족과 동료들은 고인이 2002년부터 2019년까지 운영하며 연극인들의 쉼터이자 실험 공간으로 지켜온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현 한예극장)로 이동해 노제를 진행했다. 노제는 고인이 2017년부터 3년간 이사장으로 재직했던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주관으로 치러졌으며, 현 이사장인 배우 길해연이 추도사를 낭독했다.

이날 노제에서는 고인의 무대를 기억하는 후배들의 헌사가 이어졌다. 2003년 고인이 제작한 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에 함께했던 배우 최정원 등은 윤석화가 무대 위에서 불러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던 ‘꽃밭에서’를 함께 부르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고인은 노제를 마친 뒤 장지인 용인 아너스톤에 안장돼 영면에 들었다.

윤석화는 지난 19일 가족과 지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났다. 향년 69세. 그는 2022년 7월 연극 ‘햄릿’ 출연 이후 같은 해 10월 악성 뇌종양 수술을 받고 투병 생활을 이어왔다.

1956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1975년 연극 ‘꿀맛’으로 데뷔한 뒤 ‘신의 아그네스’, ‘햄릿’, ‘딸에게 보내는 편지’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한국 연극계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손숙, 박정자와 함께 ‘1세대 연극 스타’로 불리며 무대 위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커피 광고에서 남긴 “저도 알고 보면 부드러운 여자예요”라는 대사는 대중적 화제를 모았고, 이후에도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 ‘명성황후’, 드라마 ‘우리가 만난 기적’ 등 장르를 넘나들며 폭넓은 연기 활동을 펼쳤다.

투병 중에도 연기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다. 2023년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 손숙 연극 인생 60주년 기념작 ‘토카타’에 약 5분간 우정 출연하며 관객과 마지막으로 만났고, 이 무대는 윤석화의 마지막 공연으로 남았다.

한편 정부는 고인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문화훈장 추서를 추진 중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고인은 수많은 작품을 통해 폭넓은 연기 영역을 보여주며 한국 공연예술계를 대표하는 배우로 평가받았다”며 “배우 활동뿐 아니라 연출가, 설치극장 ‘정미소’ 대표,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이사장으로서 연극계 발전에 다방면으로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고인에게 추서될 문화훈장 등급은 향후 공적심사를 거쳐 결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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