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18만원 시대, "못 버틴다"는 제작사 VS "안된다"는 관객 [TD취재기획]
2022. 10.26(수) 14:21
뮤지컬
뮤지컬 '물랑루즈!'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이젠 30만원으로는 뮤지컬 데이트도 못해요."

뮤지컬 티켓 가격이 연일 치솟고 있다. VIP석이 최대 15만원이던 기존 관행이 깨지고 16만원, 18만원까지 가격이 인상되면서 이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월 공연제작사 쇼노트는 11월 17일 개막하는 신작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VIP석 가격을 16만원으로 책정했다. 소비자들의 반발이 이어졌지만 한 달 뒤공연제작사 CJ ENM 역시 오는 12월 개막하는 신작 뮤지컬 '물랑루즈!'의 VIP석 가격을 18만원으로 기습 인상한다고 공지했다.

뮤지컬 티켓 가격은 수년 간 가파르게 인상됐다. 2010년 이전 12만원 선을 유지하던 VIP석은 2011년 무렵 13만원 대를 형성했고, 2014년 일부 공연을 통해 14만원으로 인상됐다. 2018년에는 가격 주말 차등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주말에만 VIP석 가격이 15만원까지 상승했고, 이후 전체 회차 VIP석 15만원이 적용되는 공연이 늘어나면서 15만원이 표준가로 굳어졌다. 이번 인상은 4년 만으로, 특히 '물랑루즈'의 티켓 가격은 국내 프로덕션이 제작하는 뮤지컬 중에서는 역대 최고가를 경신한 수치다.

◆ 위드 코로나 이후의 뮤지컬계

올해 상반기 팬데믹이 끝을 보이면서, 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고전을 면치 못하던 공연계에도 회복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연말부터 상승세를 띄던 매출액은 상반기 들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며 정상 궤도에 진입했다. 특히 지난 4월 단계적 일상 회복, 소위 '위드 코로나' 정책이 시작되면서 좌석 간 띄어앉기가 폐지됐고, 백신 패스도 사라지면서 문진표 작성, QR체크인 등 번거로운 절차가 간소화돼 관객 수가 확연히 늘어났다.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상반기 전국 뮤지컬 전체 매출액(유 ·무료를 집계한 총 예매수, 수기 발권 제외)은 약 1828억원이다. 지난해 동일 기간 매출인 약 912억에 비해 2배 이상 상승한 수치다. 단순히 매출액만 증가한 것이 아니라 모든 지표가 고르게 상승하며 확연한 회복세를 보였다. 뮤지컬 공연 건수는 지난해 상반기 503회에서 올해 상반기 1185회로 2배 이상, 티켓 판매는 지난해 상반기 약 138만건에서 올해 상반기 약 313만건으로 2.3배가량 상승했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전히 사라진 이후 개막한 공연들이 포진해 있는 올해 6월 성적은 완전한 회복세에 접어든 모습이다. 지난해 동기에 비교하면 티켓 판매 건수는 지난해 6월 32만1346건에서 올해 6월 60만2770건으로 2배가량 상승했고, 매출액 역시 지난해 6월 약 201억원에서 올해 6월 약 334억원으로 1.66배가량 뛰어 예년 수준을 회복했다.

◆ 제작비·물가·환율 상승, "더 이상 못 버틴다"는 제작사

이처럼 뮤지컬계의 상황은 일견 희망적이다. 공연장을 찾는 관객의 수가 팬데믹 이전과 견줄 만큼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 하지만 제작사들은 오히려 어려움을 호소하며 티켓 가격 인상이라는 강수를 뒀다. 이들이 이야기하는 어려움은 크게 ▲ 해외 프로덕션 협업·인건비·대관비 상승으로 인한 제작비 상승 ▲ 환율 상승 등이다. 여기에 팬데믹 기간 동안 쌓인 부채의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제작자 쇼노트는 본지에 "물가 상승(올해 7월 기준 전년 동월비 6.3% 인상)에 따른 무대 세트, 조명, 의상 등의 제작 비용이 증가했고,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인력 수급의 어려움까지 더해지면서 인건비가 상승했다"라며 가격 인상 이유를 밝혔다.

CJ ENM 역시 "'물랑루즈!'는 브로드웨이에서 사전 제작비 2800만불(약396억원)로 제작된 초대형 작품이며, 특히 이번 한국 프로덕션은 오리지널 창작진 제작진이 직접 참여해 국내 버전으로 제작되는 첫 레플리카 프로덕션"이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 공통으로 같은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 무대, 의상, 소품, 가발 등 피지컬 프로덕션의 대부분이 국내가 아닌 해외 지정 제작소에서 제작되는 것이 이번 공연의 특징이고, 이로 인해 제작비가 상승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CJ ENM은 "'물랑루즈!' 속에 등장하는 70여 곡의 팝송에 대한 로열티 지급이 이뤄져야 한다"라고도 설명했다. 이러한 로열티를 비롯해 해외 프로덕션에 지급해야 하는 비용, 해외에서 국내로 직접 공수하는 의상, 세트 등의 운송비 등은 통상적으로 달러로 지급된다. 지난 1년 사이 달러 환율이 1100원대 후반에서 1400원대를 돌파한 바, 당초 예측을 훨씬 웃도는 제작비가 책정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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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 불가피한 인상? '질적 성장'·'가격 세분화' 담보돼야

하지만 결과적으로 모든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관객들은 잇따른 가격 인상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1인당 16만원, 두 사람이 데이트를 하기 위해 티켓을 끊는다면 30만원이 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시대가 열린 탓이다. 길어야 3시간 남짓한 공연 한 번에 34만원, 36만원을 가격을 선뜻 지불하는 일은 개개인의 소득 수준을 떠나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다. 관객들의 반발 심리가 큰 이유다.

특히 마니아 관객들 사이에서는 '질적 성장'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가격 인상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티켓 가격의 상당 부분이 관객을 끄는 스타들의 개런티로 돌아가고, 정작 앙상블 배우들이나 스태프들에게는 적절한 보상이 돌아가지 못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오랜 세월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개런티를 맞추기 위해 프로덕션 제작 비용을 삭감해 질이 떨어지는 의상과 세트 등을 사용, 공연의 전체적인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사례도 존재해 왔기에, 결국은 공연계 전체의 질이 떨어지지는 않을지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또한 좌석 등급의 차이를 명확하게 둬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대극장 뮤지컬은 객석 1층 대부분, 2층의 절반 정도를 VIP석으로 책정하고 있다. 무대와 객석 간의 거리가 멀 수밖에 없는 대극장의 특성상 앞자리와 뒷자리, 중앙 좌석과 사이드 좌석의 차이가 극명함에도 모두가 동일한 15만원을 받고 있다. VIP석 가격이 상승함과 동시에 관람의 질이 떨어지는 뒷자리, 사이드 좌석 또한 동일하게 가격이 상승하게 된다. 관객들의 반발 심리가 커지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의 가격 책정 방식을 국내에도 적용하는 방법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현지에서는 작품의 인기도, 관객 수에 따라 좌석 가격이 굉장히 세분화돼있다. 가장 좋은 좌석은 30만원 대를 호가하기도 해 국내보다 티켓 가격이 훨씬 높지만 공연 당일에 저렴하게 티켓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로터리 티켓, 서서 공연을 관람하는 입석 티켓 등 2~3만원대로도 관람이 가능하도록 폭넓은 티켓 가격대가 형성돼 있어 다양한 관객층을 수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면, 적어도 관객이 이탈하지 않도록 다양한 마케팅 정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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