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제작진이 신드롬급 인기에 대한 감사의 말, 드라마에 얽힌 뒷이야기를 직접 전했다.

26일 오후 ENA채널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기자간담회가 서울 마포구 스탠포드호텔코리아에서 열렸다. 현장에는 유인식 감독, 문지원 작가가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박은빈)의 대형 로펌 생존기를 담은 작품이다. 주인공 박은빈을 비롯해 강태오 강기영 주현영 하윤경 주종혁 등이 열연하며 인기를 얻고 있고, 0.9%로 시작한 시청률은 8회까지 매회 가파르게 상승하며 13%를 돌파했다. TV화제성 드라마 부문 4주 연속 1위, 넷플릭스 전세계 6위 등 연일 기록을 쓰며 신드롬급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 "사고 수준의 시청률, '우영우' 인기에 울컥"

연출을 맡은 유인식 감독은 이날 "당연히 이렇게까지 사랑해주실 거라고 예상 못했다"라며 흥행 소감을 전했다.

유 감독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채널에서 방송을 시작했고, 소재가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확신이 없었다. 저희가 음식으로 따지자면 평양냉면처럼 슴슴한 편이라서, 입소문을 타고 좋아하시는 분들이 찾아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초반부터 열화와 같은 반응이 올 줄은 상상을 못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십여 년 동안 연락을 못 드린 분들께 연락이 오고, 얼마 전에는 고등학교 은사님이 연락을 주셔서 '아들이 재밌대서 봤는데 연출이 너더라'하고 이야기해주셔서 굉장히 울컥했다. 그저 감사할 따름"이라고 이야기했다.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시청률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도 전혀 예상해 본 적이 없다. 마치 주식 오르는 거랑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이만큼 올랐으니 주춤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꿈꿔보지 못한 오름세여서 지금 시청률도 너무나 행복한 인기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문 작가 역시 "나는 신인이다 보니 이게 잘된 건지 몰라서 감독님께 여쭤봤었다. '거의 사고수준이에요'라고 이야기해주셔서 그제야 감을 잡았다"라고 이야기해 웃음을 자아냈다.

문 작가 역시 "저에게도 연락이 되지 않았던 많은 분들이 연락을 주셨다. 또 커피를 사러 갔을 때 옆 테이블에서 '태수미가 왜 우영우를 버렸을까' 토론을 하고 버스에서 '우영우'를 보는 걸 보고 이게 무슨 일일까 싶었다"라며 "하루하루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 "패러디 논란? 사회적 합의 필요할 때"

이처럼 드라마가 뜨거운 인기를 구가하다 보니, 최근에는 온라인 상에서 일명 '우영우 패러디'가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일부 유튜버들이 극 중 우영우의 자폐 특성이 두드러지는 패러디 영상을 제작하거나, '우영우병'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등의 행위로 질타를 받은 것이다.

유 감독은 "일상생활에서나 아니면 유튜브 상에서, 우영우의 캐릭터를 따라하셨던 분들이 말 그대로 자폐인을 비하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행동 하시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본인이 사랑하는 캐릭터를 보고 있으면 따라하고 싶을 수 있지 않느냐"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다만 작품 속에서 우영우가 하는 행동은 드라마를 통해서 쭉 쌓아온 맥락 위의 행동이기에, 드라마 클립을 보며 그 맥락을 이해하는 것과는 달리, 패러디 속 한 장면만 보는 것은 다른 맥락이 발생할 수 있다"라며 "그 맥락이 또 불특정 다수에게 곧바로 전달되는 세상이니까, 본인의 의도와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분명히 있고 그런 것을 조심해야 하는 시대라고 생각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유 감독은 "특히 수년 사이에 시대적 감수성이 빠르게 변화했기 때문에, 여기서부터는 희화화, 여기서부터는 패러디, 이렇게 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며 "사회적 합의나 시대적 감수성 차원에서 공론화되면서 기준점이 생겨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시청자분들이 어떻게 드라마를 즐기시는 지를 왈가왈부 할 건 아니다. 다만 우리가 낯선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으니 지금까지 생각해보지 못했던 문제의식이 생겨나는 것 같다. 여러 지혜로우신 시청자들이 토론이나 공론화를 통해서 시대의 기준점을 만들어주시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유인식 감독

◆ "'우영우'의 한계? 인정합니다."

제작진은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생겨나는 여러 시청자들의 반응, 특히 실제 자폐인 가족이나 지인들의 불호 반응에 대해서도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문 작가는 "제가 자폐인이거나 제 가족이나 지인이 자폐인이라면 저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드라마를 보는 게 굉장히 불편했을 것 같다. 쉽게 재밌다고 하지 못했을 것 같고 복잡한 심경을 느꼈을 것"이라며 "그는 "이런 드라마를 만들어서 죄송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나 또한 그러한 불편함에 공감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는 "드라마를 만들 때는 자폐로 인해 생기는 어두움을 안 다루려고 한 것은 아니다. 최대한 보여드리려 했었지만, 그러한 장면 때문에 또 다른 상처를 드릴까 봐, 그 농도나 정도에 대해 고민하고 쓴 부분이 있었다. 다 전달되지 못했다면 작품이 가진 한계라고 생각한다"라며 "다만 사람들이 우영우라는 캐릭터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이유는 안쓰럽기 때문이 아니라 사랑스럽고 씩씩하기 때문이기를 바랐다"라고 이야기했다.

유 감독 또한 "실제로 대부분의 자폐인이 우영우 같지는 않다. 자폐인들과 그 가족들은 일상생활, 의사소통에서의 여러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때로는 그런 분들이 드라마를 보고 더 속상해 하면 어떡하나 생각이 들었고, 실제로 그런 분들이 계신 것도 안다"라며 "우영우가 자폐를 가진 사람을 대표할 수 있느냐 물으시면 '그럴 수 없다'라고 생각한다. 자폐는 너무나 다양한 천차만별 양상을 가지고 있으니까. 또 우영우는 우리가 부여한 최고의 지적 스펙을 가지고 있으니 더욱 그렇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다만 기획 당시 '자기 안의 세계에 갇혀진 것으로 알려진 한 자폐인이 여러 사람과 부대끼고 진실과 거짓이 충돌하는 로펌이라는 세계에 들어갔다면? 비자폐인과 어울려 변호사의 길을 걸어간다면?'이라는 가정 하에서 출발했다"라며 "그 질문을 가장 잘 체화할 수 있는 캐릭터 우영우를 만든 거고 최소한의 개연성을 담아서 만들려고 한 거다"라며 캐릭터에 대해 설명했다. "마치 자폐인은 특정한 능력이 있어야만 하는 것 같은 박탈감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이야기로 하기에는 우리의 한계가 있었다"라는 이야기도 꺼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문지원 작가

◆ '순두부 계란탕' 같은 순한, 하지만 '한 방' 있는 드라마

문 작가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순두부 계란탕처럼 밝은 드라마지만 숨은 야심과 도전이 있다. 업계의 관행을 순순히 따르지는 않은 드라마다"라고 정의했다. "제가 힘이 없는 신인이다 보니 저 혼자였으면 이 의도가 깎이거나 삭제되거나 했을텐데 흥행을 밥 먹듯이 하시는 유인식 감독님이 우리 선장으로 와주셔서 한마음 한뜻으로 밀고 나가주셨기 때문에 이런 시도를 속시원하게 할 수 있었다"라며 유 감독에게도 공을 돌렸다.

사회적 약자들을 작품 전면에 내세운 것 또한 흥행 공식을 따르지 않은 뚝심 있는 선택이었다. 문 작가는 "보통 자폐인이 미디어에 등장한다면 자폐가 없는 사람, 대부분 대다수의 시청자가 편하게 감정이입 할 수 있는 사람을 주인공이나 최소 화자로 설정해놓고, 그 사람의 시선으로 관찰되는 자폐인으로 묘사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증인'이 그런 구성이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는 "이 드라마에서는 우영우를 단독 주인공으로 세워 놓고, 우영우와 시청자들 사이에 매개인이나 매개체 없이 직접 소통하게 하자는 의도가 있었다"라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본다는 것은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이상하고 낯선 우영우에게 직접 감정이입을 해서 함께 울고 설레하고 웃고 하는 기적 같고 마법 같은 체험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왕 이게 의도인거라면, 드라마 전체가 다양성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제작사, 감독님도 환영하며 적극적으로 의견을 주셔서 동성애 커플, 탈북민 등 다양한 캐릭터들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지 않았나 싶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드라마를 보고 끊임없이 담론을 이어가고 있는 시청자들에게도 감사를 전했다. 문 작가는 "좋은 떡밥이 쏟아진다면 그 누구보다도 다양하고 풍부하게 이야기를 끌고 갈 수 있는 분들이 시청자, 관객이라고 늘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런 생각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라며 연일 작품의 메시지를 분석하고 있는 팬들에게 고마움을 드러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매주 수, 목요일 밤 9시 방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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