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소재로 삼은 인종차별성 코미디 콘텐츠를 만든 칠레 방송사가 '아미'(방탄소년단 팬덤)의 매서운 맛을 받다. 질타가 이어지자 결국 사과 입장을 전했다.

14일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칠레 지상파 채널 메가TV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방탄소년단을 소재로 삼은 자사 코미디 프로그램 논란과 관련 성명을 공개했다. 이들은 "어느 커뮤니티도 모욕할 생각이 없었다. 지속적으로 고쳐나가면서 의견에 귀를 기울이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해당 방송은 지난 10일 방송된 메가TV의 코미디 프로그램 '미 바리오(Mi Barrio)'다. 방탄소년단의 칠레 팬덤 등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코미디언 5명은 K팝 아이돌을 떠올리게 하는 스타일링을 한 채 방송에 임했다.

사회자가 소개를 부탁하자 멤버 한 명이 자신을 "김정은"이라 소개했다. 또 다른 멤버들은 김정-도스(Dos·2), 김정-트레스(Tres·3), 김정-콰트로(Cuatro·4), 후안 카를로스 등이라고 자신들을 소개했다.

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엮어 아시아인을 희화하하는 소재로 종종 쓰이는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이름의 여어 표기인 'KIM JONG UN'의 '은'(UN)이 스페인어로 숫자 1을 의미하는 우노(UNO)와 비슷한 것을 엮어 도스, 트레스, 콰트로 등 숫자를 이어갔다.

사회자가 진짜 이름이 뭐냐고 다시 묻자 이들은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이름을 말했다. 뷔, 정국, 어거스트D, 제이홉, 진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이에 한국어를 할 줄 아느냐고 묻자 한 멤버는 중국어 억양과 비슷한 의미 없는 말을 길게 늘어놨다. 한국어를 우스꽝스럽게 묘사하며 조롱하는 듯한 느낌을 줬다. 무슨 뜻이냐고 묻자, 그는 "나 백신 맞았어"라는 뜻이라며 웃었다. 이는 코로나19와 관련 아시아인을 비하하는 발언으로 해석됐다.

이날 이 프로그램은 칠레 전역에 방영됐다. 이후 방탄소년단의 칠레 팬덤을 중심으로 비판이 쏟아졌다. 인종 차별과 외국인 혐오에 기반한 프로그램이었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최초 칠레 방송사는 원론적인 입장만 냈다. 하지만 칠레뿐 아니라 전 세계에 퍼져 있는 팬덤 아미의 항의가 이어지고, 논란이 확산되자 결국 사과 입장을 밝히게 됐다. 아미의 화력을 제대로 확인하게 된 셈이다.

방탄소년단을 향한 인종차별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선 지난달 미국의 수집용 일러스트 카드 제작사 '톱스(Topps)'가 방탄소년단 멤버들을 멍든 두더지로 희화화 해 표현한 카드를 공개한 뒤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고, 결국 사과했다.

방탄소년단은 관련 논란들에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달 말 미국 등을 중심으로 번지고 있는 아시아계 혐오에 반대한다는 뜻은 트위터를 통해 분명히 밝힌 바 있다. 방탄소년단은 자신들도 아시안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당한 기억이 있다며 관련 해시태그를 게시했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BTS 칠레 팬클럽 트위터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