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2020년 가요계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의 상장이다.

빅히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폭락했던 엔터주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각 회사들의 온라인을 통한 콘텐츠 유통, 음반 판매량 상승 등에 따른 실적 선방도 있었지만 ‘슈퍼스타’로 통하는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 빅히트의 상장이 엔터주를 향한 투자 심리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빅히트는 상장과 동시에 엔터사의 판도를 바꿔놨다. 우선 3강 구도가 깨졌다. 지난 10월 상장한 빅히트의 시가총액(시총)은 지난 18일 장 종료 기준 5조7710억 원이다. 이는 SM엔터테인먼트의 시총 6836억(이하 18일 기준), JYP엔터테인먼트의 시총 1조3241억, YG엔터테인먼트의 시총 8323억을 모두 더한 것보다 높다.

하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는 아니었다. 상장 전부터 시장의 기대와 관심이 집중됐지만, 이를 충족시킬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며 다양한 평가를 받았다.

◆공모주 시장서 증거금 58조 걷어…‘빅히트’

빅히트는 지난 9월 24~25일 국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 다음달인 10월 5~6일 청약을 거쳐 같은달 15일 코스피 시장에 상장했다.

간판 그룹 방탄소년단이 지난 8월 낸 싱글 ‘다이너마이트’(Dynamite)로 한 달 동안 낸 경제효과만 1조7000억 원으로 추산(문화체육관광부)되는 등 타 K팝 그룹들과 비교 불가한 성과를 내고 있었던 바, 공모 청약 경쟁도 치열했다.

빅히트의 공모가는 13만5000원으로 결정됐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 예측 결과, 주관사 제시 희망 공모가 범위가 10만5000~13만5000원이었던 바 다소 높은 수준에서 가격이 결정됐다는 의견이 있었다. IPO(기업공개)를 거쳐 713만주를 공개모집했고, 일반투자자에게 142만6000주를 배정했다.

공모 청약 결과 최종 합산 증거금은 58조4237억 원으로 집계됐다. 최종 통합 경쟁률은 606.97대 1을 기록했다. 증권업계에서 애초 전망한 증거금 100조원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방탄소년단의 파워를 입증하기에는 충분했다는 평이 있었다.

◆ ‘따상’ 후 급락, ‘방시혁 책임론’ 등장

출발은 ‘따상’(공모가 2배 가격으로 시초가를 형성한 뒤 상한가)이었다. 15일 오전 9시 시초가 27만 원에서 시작한 뒤 상한가인 35만1000원을 찍었다.

하지만 상장 3시간 만에 시초가에 근접한 수준까지 하락했고, 4시간 만에 처음으로 하락 전환됐다. 결국 빅히트는 상장 첫날 시초가 보다 4.44%(1만2000원) 하락한 25만8000원에 마감됐다. 최고가 대비 26.49% 급락한 셈이다.

그룹 세븐틴, 뉴이스트 등이 소속된 플레디스와의 엠앤에이(M&A) 확정 소식도 하락세를 막지 못했다. 상장 사흘 만에 20만 원 선이 붕괴됐다. 나흘째에 최고점 기준 50% 가까이 급락하자 일부 온라인 종목 게시판에는 ‘방시혁 책임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닷새째에는 반토막이 나며 이른바 ‘개미’로 통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 규모가 1160억 원으로 추정됐다.

엿새째 하락세를 마감하고 처음으로 소폭 상승했지만, 지난 10월 27일 15만 원대로 급락하며 공모가를 지키는 것도 위태해졌다. 지난달 2일에는 14만1000원까지 하락했다. 시가총액 역시 상장 보름여 만에 11조에서 4조로 폭락했다.

시장과 업계는 주가 하락 요인이 높은 시초가와 짧은 의무보유확약 기간에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엔터 사업과 플랫폼 사업(위버스)를 함께 한다는 이유로 공모가 자체가 타 엔터 업종에 비해 높았고, 공모가에서 200%로 거래를 시작하다 보니 시초가에 대한 시장의 부담이 컸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상한가 진입 직후 가격부담을 느낀 투자자들의 매도가 이어지며 하락세가 시작됐다는 의견이었다.

물량 부담도 더해졌다. 기관투자자의 경우 공모 물량을 일정 기간 팔지 않겠다는 ‘보호예수’를 약속하는데, 빅히트는 타 IPO 기업들에 비해 훨씬 적은 43.85%만 여기에 해당했다. 보호예수물량이 일부 시장에 나온데다 추가 상장 소식까지 전해지며 하락 우려가 커졌다.

◆ 3분기, 영업 이익 401억 원 발표…상승 기미

수급 이슈로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한 달여가 지난 후부터는 상승 기미를 보였다. 빅히트의 3분기 영업실적 발표가 여기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달 16일 상장 후 첫 실적을 발표한 빅히트는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동기대비 92%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3분기 매출액은 1900억 원, 영업이익은 401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대비 각각 54%, 73% 증가했다.

빅히트는 이와 같은 실적에 대해 “음반 판매가 견조했고 MD 매출이 꾸준하게 증가한 덕분”이라며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인수 효과 등에 힘입어 3분기 매출이 호조를 보였다”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18일에는 지코의 코즈(KOZ) 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며 세력을 키웠다. 방탄소년단의 컴백과 4분기를 긍정하는 예측이 더해지며 지난달 말까지 강세를 보였지만, 최근 3대 주주의 주식 처분으로 다시 주가 하락이 있었다. 지난 18일 종가 기준 16만2000원을 기록 중이다.

◆ 4분기 실적도 ‘빅히트’?

4분기 실적은 긍정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우선은 지난달 20일 발매된 새 앨범 ‘비’(BE, 디럭스 에디션)를 비롯해 세븐틴,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의 음반, 음원 판매량 매출이 약 1600억 원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는 3분기 전체 매출액과 유사한 금액이다.

여기에 방탄소년단의 99만명 온라인 투어, 연말로 예정된 빅히트 레이블즈 온라인 콘서트, 팬 플랫폼 위버스, 온라인 상점 격인 위버스샵의 흥행이 더해져 4분기 매출액이 3000억 원 이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영업이익은 540억 원 수준이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2021년 전망 역시 긍정적이지만, 우려의 시각도 존재한다. 그룹 방탄소년단의 매출 기여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 강점이자 약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리스크가 분명하다는 의견이 많다.

빅히트의 매출액 중 방탄소년단이 벌어들인 비중은 올해 상반기 기준 87.7%다. 인수 합병과 신인 그룹의 성장으로 지난해(97.4%) 대비 줄어들긴 했지만, 현재로서는 방탄소년단이 곧 빅히트라고 볼 수 있는 구조다.

당장 재계약 이슈는 고려할 필요가 없다. 지난 2018년 방탄소년단과 조기 재계약을 체결, 오는 2024년까지는 이 이슈에서는 안전한 상태다. 다만 ‘군백기’(멤버들의 군 입대에 따른 공백기)가 임박했다는 것이 위험 요소로 꼽힌다. 방탄소년단은 1992년생부터 1997년생인 멤버들이 포진된 그룹이다. 맏형인 멤버 진은 올해 29살로 입대가 임박했다.

정치권 등을 중심으로 K팝을 통해 국위선양을 한 방탄소년단 멤버들에게 병역혜택을 주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군 복무 이슈가 민감한 사안이니만큼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멤버들과 빅히트는 줄곧 병역 의무를 다하겠다는 의견을 내왔다.

‘군백기’ 손실을 막기 위해 빅히트 소속인 투모로우바이투게더와 자회사에 소속된 세븐틴, 뉴이스트, 여자친구, 엔하이픈 등이 분투 중이지만 아직은 효과가 미비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또 다른 연예기획사를 인수·합병하는 방안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빅히트의 주가가 2021년 어떤 그래프를 그려갈 것인지에 업계의 이목이 쏠려 있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