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그룹 방탄소년단(BTS)과 함께 언급되며 국내외 K팝 시장을 휩쓸던 그룹 블랙핑크가 간호사를 성적대상화했다는 이유로 구설에 올랐다. 신곡 뮤직비디오 조회수가 사흘만에 1억뷰를 돌파하는 등 폭발적 관심이 쏟아진 만큼, 비판 역시 거세다.

7초 남짓의 영상이 문제가 됐다. 지난 2일 공개한 첫 정규앨범의 타이틀곡 '러브식 걸즈'(Lovesick Girls)의 뮤직비디오에 간호사 복장을 입은 멤버 제니가 등장하는데, 이 모습을 두고 간호사를 성적대상화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에 따르면 이는 노래 가사 '노 닥터 쿠드 헬프 웬 아임 러브식(No doctor could help when I'm lovesick)'을 반영해 만든 설정이다.

하지만 '치료'를 위해 하필 의료인 중 간호사가 대표로 등장한 것과 그 간호사가 입고 있는 복장이 논란을 일으켰다. 제니는 무릎 위로 올라오는 짧은 원피스 타입의 의상에 빨간 하이힐. 하트가 그려진 간호사모를 썼다. 실제 병원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간호사의 모습으로 소위 말하는 남성들의 '제복 판타지' 속에 존재하는 간호사를 구현해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국내외 누리꾼은 이를 두고 '간호사는 전문 직업이다'(nurse_is_profession) '간호사의 성적 대상화를 멈춰라'(stop_sexualizing_nurses) 라는 해시태그를 공유하며 상황의 심각성을 알렸다.

누리꾼의 지적에 이어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측에서도 공식입장을 내고 문제를 제기했다. 5일 조합은 공식 논평을 통해 "헤어 캡, 타이트하고 짧은 치마, 하이힐 등 실제와 동떨어진 간호사 복장은 전형적인 성적 코드를 그대로 답습한 복장과 연출"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간호사 역시 보건의료 노동자이자 전문의료인임에도 해당 직업군에 종사하는 성별에 여성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성적 대상화에 노출되고 전문성을 의심받는 비하적 묘사를 겪어야만다는 점을 짚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간호사들이 오랜 기간 투쟁해왔는데도 YG는 블랙핑크의 뮤직비디오에서 간호사를 성적 대상화 해 등장시켰다"라고 비판했다.

조합은 "간호사들은 여전히 갑질과 성폭력에 노출돼 있다"는 현실을 언급하며 "대중문화가 왜곡된 간호사의 이미지를 반복할수록 이런 상황은 더 악화한다"라고 했다.

대중문화인 중에서도 블랙핑크는 5일 유튜브 구독자수만 5000만명을 넘어선 '월드 스타'다. 팝스타 저스틴 비버 다음으로 많은 구독자수를 가진 아티스트로 최근 해외 차트에서 선전하며 K팝을 대표하는 간판 걸그룹이 됐다. 영향력이 커진만큼 파장도 커졌다.

조합 역시 이를 지적하며 "블랙핑크의 신곡이 각종 글로벌 차트 상위에 랭크되고 있는 지금, 그 인기와 영향력에 걸맞은 YG의 책임 있는 대처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YG는 6일 오후에서야 "현장에서 언제나 환자의 곁을 지키며 고군분투 중인 간호사 분들에게 깊은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로 시작하는 사과문을 전했다. 하지만 뮤직비디오의 장면에 "특정한 의도는 전혀 없었다"라며 "왜곡된 시선이 쏟아지는 것"에 우려를 드러냈다.

더불어 "뮤직비디오도 하나의 독립 예술 장르로 바라봐 주시길 부탁드리며, 각 장면들은 음악을 표현한 것 이상 어떤 의도도 없었음을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다"라고 했다. 해당 장면의 편집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고민하고 논의 중"이라고만 전했다.

해당 장면은 6일 오후 3시 30분을 기준으로 여전히 노출되고 있다. 자연스레 누리꾼의 비판적 시각 역시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YG와 블랙핑크가 직면한 불편한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블랙핑크 '러브식 걸즈' 뮤직비디오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