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젤예’, 배우의 연기력이 진부한 전개를 압도한 예 [이슈&톡]
2019. 08.28(수) 09:53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 김해숙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 김해숙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황금 시간대를 물려 받은 KBS2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연출 김종창•극본 조정선, 이하 ‘세젤예’)이 다시 시청률 30%를 돌파하며 제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초반의 색다른 기개는 자극적인 적대자의 등장과 함께 결국 뻔한 전개를 보이며 사그라들었지만 진부함마저 압도하는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이 현재의 ‘세젤예’를 만들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세상에서 제일 예쁜 세 딸의 엄마, 박선자 역의 배우 ‘김해숙'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박선자는 자기 속으로 낳은 두 딸과 올케가 놓고 간 아이까지 세 딸을 억척스레 일을 하며 남부럽지 않게 키워낸 우리 시대 엄마의 전형이다.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과 파마 머리의 김해숙은 누구나 한번쯤 보았을 일반적인 외형을 취하고 있으나 그녀의 얼굴에 담아내는 박선자의 희노애락만큼은 김해숙만이 가질 수 있는 것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쥐락펴락하기에 아주 충분하다.

자식들을 위해 몸소 산전수전을 다 겪은 엄마들이 갖기 마련인 기 센 얼굴과 억척스러운 표정이 왜 그렇게 잘 어울리는지, 김해숙만 보면 드라마가 아니라 바로 옆집 혹은 우리집에서 일어나는 역사를 직접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일어난다. 자식이 속 썩일 때 언성을 높여 한바탕 싸우기도 하고, 어디서 속이 상해 왔을 때는 본인이 더 마음이 아파 숨 죽여 올기도 하며, 더 고될까 가지 말라 봍잡았으나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또 보내주는 보통의 우리네 엄마들.

으레 이렇게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한 엄마들이 드라마 속에서 죽음을 맞이하곤 하는데, ‘세젤예’도 예외는 아니었더라. 얼마전 방영한 회분에서 박선자가 폐암 말기의 시한부 선고를 받는 장면이 등장했다. 물론 그렇다고 연기력도 진부할 수는 없는 법. 김해숙은 그녀 특유의 뻔하지 않은 연기력으로 살 날이 삼개월 남은, 사랑하는 세 딸을 두고 먼저 가야 하는 엄마의 얼굴을 실감나게 구현화했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이야기의 뻔한 흐름보다 인물 자체에 더욱 깊게 몰입할 수 있었고.

홀로 남을 막내딸을 염려해서 하루라도 빨리 시집가라고 꾸짖고, 딸들을 불러 모아 마지막이 될 지 모를 김장을 하면서 뒤에서 울음을 삼키는 등, 어쩌면 여태 많이 보아왔던 드라마 속 시한부 엄마의 모습이었을 터다.. 하지만 김해숙은 억지스럽지도, 상투적이지도 않은, 딱 김해숙만이 보여줄 수 있는 시한부 엄마의 모습으로 박선자에게 생명력을 부여해 진부한 비극을 훌륭히 소화해내고 있는 중이다.

물론 김해숙과 함께 하는 배우들의 연기력도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 만약 그녀 홀로 현실감을 끌어오고 있었다면 역부족이었을 게 뻔하다. 엄마한테 부탁하는 것도 많고 툴툴거리기도 잘 하지만 결정적일 때 장녀로서의 힘을 발휘하는 큰 딸 미선의 ‘이유선'과, 친 엄마에게 버림 받았다는 상처가 있어 야무지고 똑 부러지는 모습이 더 안쓰러운 둘째 미리의 ‘김소연’이 든든하게 마주하고 서서 ‘김해숙’과 좋은 합을 보이고 있으니 시청자들이 여기서 헤어나올 수 있을 리 없다.

‘세젤예’의 힘은 바로 여기에 존재한다. 허구의 이야기를 실재화하게끔 만드는 배우의 뛰어난 역량, 이는 심지어 작품 속 인물들의 희노애락을 함께 하는 과정을 통해 실제 삶을 환기시키는 경험까지 하도록 돕는다. 굳이 황금 시간대가 아니더라도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을 게 분명하다. 이제 ’세젤예’에 남은 과제는 김해숙을 비롯한 배우들의 혼신을 다한 연기가 헛되지 않도록 이야기의 완성도를 높이는 일이리라.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지앤지프로덕션, 테이크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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