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장수정 기자] 영화 '당신의 부탁'은 혈연 중심의 가족이란 전통적인 인식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던진다. '당신의 부탁'에는 다양한 엄마들이 등장, 모성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통해 엄마, 나아가 가족의 의미는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당신의 부탁'은 사고로 남편을 잃은 효진(임수정) 앞에 남편의 아들 종욱(윤찬영)이 갑자기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동거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생판 남이던 두 사람이 갈등과 화해를 거치며 진짜 가족이 되는 과정을 일상적인 톤으로 그려낸다.

영화는 남편이 죽고 운영하던 학원이 어려움에 처하며 무기력과 약간의 우울을 겪는 효진의 일상을 무덤덤하게 그려낸다. 그리고 갑자기 나타난 사춘기 소년 종욱의 존재는 그런 효진의 삶을 조금씩 바꿔놓는다.

효진과 종욱이 동거인으로 익숙해지는 과정은 소소한 갈등을 일으키기는 하지만 큰 사건이나 다툼 없이 담담하게 그려진다. 또 시간의 흐름에 따라 효진과 종욱이 생기를 찾고 서먹함이 줄어드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담기고, 이에 보는 이들은 두 사람이 평범한 가족이 되는 과정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된다.

효진은 종욱이 방황할 땐 어른으로서의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남편에 대한 추억을 함께 공유하며 아픔을 치유할 땐 친구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 속 효진은 종욱의 보호자이기도 하면서 종욱에게서 위로와 치유를 받는 동반자의 모습을 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영화는 엄마라면 누구나 가진다고 생각하는 모성애, 또는 낳은 사람만 엄마가 될 수 있다는 보편적인 시각을 정통으로 건드린다.

임수정과 윤찬영은 영화의 담담한 분위기에 맞는 차분한 연기를 보여줘 두 사람의 '가족 되기' 여정을 자연스럽게 납득시킨다. 임수정은 현실의 무게와 죽은 남편을 잃은 슬픔의 여운을 섬세하게 묘사했으며, 이에 그가 종욱을 보고 정을 느끼는 갑작스러운 변화를 무리없이 이해시킨다. 윤찬영 또한 사춘기 소년의 상처받은 마음을 과장되지 않고 섬세하게 표현해 공감을 자아낸다.



더불어 '당신의 부탁'은 효진의 엄마가 뒤늦게 사실을 안 뒤 화를 내고, 효진의 갑작스러운 선택을 말리는 친구 미란(이상희)을 통해 현실적인 고민을 놓치지 않는다. 특히 미란 특유의 밝고 유쾌한 성격은 효진의 선택은 절대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무겁지 않게 주지 시키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효진의 행동을 반대하던 엄마, 미란 역시 아직은 도움이 필요한 어린 종욱을 보고선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보는 이들에게도 따뜻함을 느끼게 한다.

뿐만 아니라 '당신의 부탁'은 애정 어린 잔소리를 쏟아내는 엄마와 아직은 서툰 초보 엄마 미란 역시 효진과는 다른 모습의 '엄마'라는 것을 보여준다. 여기에 고등학생이 채 되기도 전에 임신 해 입양을 결심한 종욱의 친구 주미(서신애)와 아이를 갖지 못해 주미의 아이를 입양하기로 한 서영(서정연)까지, 여러 형태의 모성이 극을 채운다.

이렇듯 '당신의 부탁'은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담아내지만, 누구의 선택이 맞고 어떤 가족이 옳은지 판단하지 않고 지켜보는 태도를 취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보는 이들에게 가족 또는 엄마의 의미를 새롭게 생각해 보게 한다. 동시에 서로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면 누구나 가족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또 가족이 아니라도 서로 도우며 연대할 수 있음을 보여줘 가족의 의미를 확장시킨다. 4월 19일 개봉.

[티브이데일리 장수정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영화 '당신의 부탁' 포스터,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