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톱스타가 되겠다는 생각은 예전에 버렸어요. 친숙한 배우가 되고 싶고 제가 그렇게 만드려고요"

서른살에 주목받기 시작한 신인 배우 이현욱이 그리는 자신의 미래는 단단했다.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그는 드라마에서 본 인물과는 또다른 모습이었다.

이현욱은 최근 누구보다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영화 '표적'이 개봉했고 극 중반부 즈음 투입됐던 SBS 드라마 '쓰리데이즈'가 지난주 종영했다. 그리고 새롭게 시작하는 SBS 일일드라마 '사랑만 할래'에 바로 캐스팅되며 연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이현욱은 "지금은 쉬는 것 보다는 열심히 일을 해야 하는 때죠. 배우들은 움직일 때가 가장 배우다운 것 같아요. 가끔 틈이 나 찰나를 쉬는 것이 더 뿌듯하고 좋아요"라며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있음을 밝혔다.

'쓰리데이즈' 속 이현욱은 이름도 없는 배역이었다. 11회차에 투입돼 희대의 악인 김도진(최원영)의 오른팔 쯤으로 설명됐다.

이현욱은 "원래는 1회 정도 출연하는 킬러 역으로 문의가 와서 1회차? 길어야 2회차 정도를 생각했어요. 킬러니까 소모당하는 역할로 쓰이겠구나 했는데 3회차 까지 대본에 있었고, 13회 부터는 점점 대사와 분량이 많아지더라구요"라며 '쓰리데이즈' 속 배역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전했다.

이현욱은 출연 분량이 늘어나게 된 비화도 공개했다. 그는 "CCTV를 보는 장면이 있었어요. 경호원들이 온 것을 보고 도망가는데 사실 거기서 제압당하고 제 역할은 끝났어야 했죠. 그런데 감독님이 장난식으로 '여기에서 죽을래? 도망갈래?'라고 물으시길래 당연히 도망간다고 했어요. 그때 감독님한테 어떤 그림이 그려져 있었던 것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작가님이 보셨을 때 제가 본인이 생각한 킬러의 느낌을 갖췄던 것 같아요. 그래서 임팩트 있는 장면을 많이 주셨어요. 총을 쏘는 장면에서 다른 친구들은 큰 소리와 반동에 눈을 깜빡거리는데 저는 눈을 감지 않았거든요"라며 웃어보였다.

이현욱은 영화 '어깨나사'로 데뷔한 배우다. 여기에 '가시심장' '귀휴' '낙타자리' 등의 단편 영화에 출연하며 연기폭을 넓혔다. 그러나 이현욱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심사위원으로 꼽혔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였다.

이현욱은 "아시아나 국제 단편 영화제에서 배우를 위해 시상하는 것은 단 한 개예요. 상을 수상한다는 것은 영화제에서 단편의 얼굴에 뽑히는 거죠. 2012년에 운이 좋게 그 상을 수상했고, 전년도 수상자는 자동으로 심사위원 자격을 얻게 돼 이정재 선배님과 함께 심사하는 영광을 얻게 됐어요"라며 겸손해 했다.

이런 이력을 가진 이현욱이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단순했다. 그는 "호기심이었어요. 어머니 친구 아들이 단역으로 TV에 나온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사실 그때 TV에 나오는 누군가가 주변에 있다는 것이 엄청난 판타지를 불러 일으켰어요"라며 "그래서 중학교때부터 연기를 배웠고, 예고와 한예종에 진학하게 됐어요. 사실 태어나서 뭔가를 꾸준히 해본 것도 이 직업이 전부인 것 같아요. 운동도 하다가 그만 뒀고, 이것 저것 관심이 많았지만 연기는 쭉 해왔거든요"라고 말했다.



'쓰리데이즈'는 이현욱이 처음으로 스크린이 아닌 브라운관에 얼굴을 내비친 작품이다. 드라마에서 이현욱은 대사보다는 눈빛과 액션 연기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리고 시청자들의 뇌리에는 '끈질긴 악역'으로 각인됐다.

이현욱은 "한번은 인터넷 댓글을 보니 '저 오른팔 끈질기다. 얄밉다'라는 반응 일색이더라구요. 사실 제가 유일하게 경호원을 죽인 킬러예요. 안길강 선배에 총을 쏜 것도 이재용 선배를 피습한 것도 유일하게 박유천 씨의 몸에 해를 입힌 것도 저거든요. 유일하게 경호팀이랑 주요 인물들을 흔들었던 킬러예요"라며 장난스런 표정을 지었다.

가까이서 마주한 이현욱은 조금은 날카로운 눈매에 초록빛이 도는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여기에 짓는 표정과 보는 각도에 따라 달리 보이는 다양한 매력 또한 지녔다. 이런 여러가지 색을 가진 그가 도전하고픈 장르는 멜로였다.

이현욱은 "정적인 멜로 연기를 하고 싶어요. 겉으로 상투적인 멜로가 아닌 표현하지 않아도 소통이 되는 멜로 있잖아요. 사실 연애에 취약해요. 알면서도 잘 못하는 무뚝뚝한 성격이라 그런 것을 보면 참 낯간지러울 때가 있어요. 오글거리는 연기로 극복하고 싶기도 해요"라며 쑥스러운 미소를 보였다.

이현욱이 말하는 자신의 실제 성격 역시 보여지는 이미지와는 달랐다. 그는 "남들이 바라보는 이미지는 다양해요. '싸늘하게 생겼다. 서늘한 미남형이다. 시크하게 생겼다'라고 하시는데 실제 성격은 진지하고 무거운 면도 있지만 수다스럽고 장난기도 많아요"라고 털어놨다.

이현욱은 올해 서른살이 됐다. 어쩌면 조금은 늦게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이현욱은 "사실 배우라는 직업에 비해 서른살은 어리다고 생각해요. 5년쯤 뒤? 10년쯤 뒤? 사람들이 나를 기억했을때는 친숙한 배우가 돼 있고 싶어요. 톱스타가 되겠다는 미련은 예전에 버렸어요. 그런 것은 판타지 인 것 같아요. 오래도록 친숙하게 사람들 앞에서 많은 작품을 하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고, 제가 그렇게 만드려구요"라며 웃어보였다.

그의 당찬 고백은 그가 앞으로 보여줄 모습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조혜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