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충전해줘' 김영광,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 [인터뷰]
2026. 10.21(수) 09:00
나를 충전해줘 김영광
나를 충전해줘 김영광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도전 앞에 망설임이 없는 것. 그 이유는 도전이 불러올 자신의 변화를, 그리고 자신도 몰랐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을 때의 짜릿함이 있기 때문이다. 20년이란 시간 동안 숱한 시행착오 끝에 배우 김영광이 얻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산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은 것이다.

지난 9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나를 충전해줘'(연출 박수원)는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둔 작품으로, 인공 심장 배터리가 방전된 남자 백호랑(김영광)과 전기 능력을 가진 여자 나보배(채수빈)의 찌릿 짜릿한 충전 빙자 로맨틱 코미디로, 김영광은 극 중 백호랑을 연기했다.

최근 몇 년 간 장르물에만 몰두했던 김영광에게 '나를 충전해줘'는 필모그래피의 방향을 한 순간에 180도 틀어야 하는 도전이나 마찬가지였다. 장르물에 맞춰놨던 연기 모드를 로맨틱 코미디로 재조정하는 일이란, 초반엔 쉽지 않았다. 김영광은 이에 대해 "장르물을 하다가 로코를 하다 보니까 초반에 혼자서 싸우는 시간이 많았다"고 밝혔다.

김영광이 그 벽을 넘는 데에는 박수원 감독의 응원이 큰 몫을 했다. 박수원 감독이 "빨리 버리세요. 왜 혼자 싸우고 계시냐. 파이팅 해라"라며 끊임없이 독려했고, 김영광이 '나를 충전해줘' 모드로 전환하기까지 아낌없는 지지를 쏟아냈다고.

그 응원에 힘입어 김영광은 점차 백호랑이라는 캐릭터와 극의 세계관에 녹아들었다. 처음부터 공감이 강하게 든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촬영을 거듭하며 변화가 찾아왔다. 그는 "찍으면서 점점 더 이 캐릭터에 몰입하게 되고 진짜라고 믿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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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코미디 특유의 클리셰를 대하는 태도도 흥미롭다. 그는 피하기보다는 정면 돌파를 택했다. 김영광은 "감독님과 제작진 모두 클리셰가 좋다고 하더라. 이 클리셰를 피한다기보다는 정면으로 맞서서 더 잘하자는 마음이었다"고 했다.

로맨스물에서 시청자들의 설렘을 유발하는 기술에 대해 묻자, 김영광은 오히려 계산을 덜어냈다고 답했다. 그는 "시청자들을 설레게 하려고 의도적으로 만들어내면 오히려 잘 안 가는 것 같다"면서 억지로 달콤함을 꾸며내기보다 상황에 깊이 몰입해 자연스럽게 묻어나오는 방식을 택했다고 했다.

오히려 예측할 수 없는 틈새를 노렸다. 김영광은 "약간 변칙적으로, 이 사람이 무슨 말을 할지 모르게 툭툭 내뱉으려 했다. 더 로맨틱하게, 달달하게 말하려고 하기보다는 상황에 맞게 자연스러운 반응이 나올 수 있도록 연기했다"고 덧붙였다. 나보배를 연기한 채수빈과의 호흡도 김영광에게 도우이 됐다. 그는 "채수빈 배우가 모든 장난을 잘 받아준다. 리허설과 조금 다르게 변칙적으로 연기하더라도 잘 받아쳐 줘서 케미스트리가 잘 맞춰졌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어두운 장르물에서 벗어나 밝은 로맨틱 코미디의 옷을 입은 김영광은 인간적으로도 큰 에너지를 얻었다고 고백했다. 악역과 장르물을 거치며 다소 마음을 닫고 말수도 줄어들었던 그에게 이번 작품은 훌륭한 충전제가 됐다. 김영광은 "저에게 밝음이 좀 필요했다"면서 "로맨틱 코미디를 하면서 기분도 좋아지고 밝아지는 걸 느꼈다. 스스로도 행복해하며 연기하고 있더라. 그런 장면이 잘 이뤄졌을 때 느껴지는 충전감이 있다"고 말했다.

장르물을 할 때의 고충과 로맨틱 코미디 현장의 편안함도 비교했다. 그는 "장르물을 할 때는 어떻게 해야 시청자에게 긴장감을 쎄게 줄지, 어떻게 하면 무서운 사람이 될 수 있을지 괴롭게 고민해야 했다. 반면 로맨틱 코미디는 내가 알아서 반응할 수 있게끔 풀어두니까 그 자연스러움이 참 좋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장에서 한참 웃으며 재밌게 찍다 보니 몸은 피곤해도 에너지가 밝은 상태로 유지된다. 극과 함께 흘러가며 몰입도 강해지고, 인물이 느끼는 기쁨이나 슬픔이 잘 와닿는다"며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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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데뷔 20주년을 맞이한 온 김영광에게 지금의 유연함은 과거의 치열한 뚝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영광은 과거 로맨스물에 주력하던 시절, 스스로 장르물에 도전하겠다며 방향을 틀었던 때를 중요한 분기점으로 꼽았다. 김영광은 "그때는 스스로 이야기를 많이 어필해서 장르물을 할 때까지 버텼다. 한 번 꺾어 본 것이 지금까지 여러 작품을 할 수 있게 만든 중요한 결정이었다"고 회상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썸바디'를 기점으로 연이어 강렬한 장르물의 작품을 거치며 김영광은 캐릭터에 몰입하고 타인처럼 보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깊이 연구해 왔다. 그는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면서 스스로 운용하는 방식을 조금씩 알게 되는 것 같다. 시간과 집중을 투자하면 결국 내 자신이 변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확신은 곧 김영광의 단단한 무기가 됐다. 김영광은 "성공의 기준은 다르겠지만, 내게 적당한 시간을 주면 나를 변신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과 그 방법에 대해 알게 된 것이 큰 수확"이라면서 어떠한 도전이더라도 자신감 있게 자신을 내던질 수 있는 자신감을 얻은 것이 지난 20년 간 얻은 가장 큰 힘이라고 했다.

김영광은 "벽에 맞닥뜨렸을 때 갑자기 뛰어넘거나 부수려고 하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스무스하게 빠져나가려 한다. 갑자기 변하는 건 없고, 갑자기 잘되는 것도 없다. 이 벽도 언젠가 무너질 거라 가정하고 천천히 접근하는 것"이라고 했다. 장르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속도로 단단한 벽을 허물어 온 김영광이 맞이할 다음 스텝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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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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