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낙원' AI와 모성애 사이에서 길을 잃다 [씨네뷰] |
| 2026. 10.21(수) 08:00 |
| ||||
![]() |
| 실낙원 |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하고 싶은 말도, 보여주고 싶은 것도 많다. 어느 하나에 집중했으면 어땠을까란 아쉬움이 남는다. 호기심을 강하게 끄는 세계관의 첫인상에 비해 완성도는 아쉬운, 영화 ‘실낙원’이다. 21일 개봉되는 ‘실낙원’(감독 연상호)은 9년 전 캠핑스쿨 버스 실종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엄마 류소영(김현주)에게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들 류선우(배현성)가 기적처럼 살아 돌아오면서 시작되는 심리 스릴러다. 이번 작품의 가장 큰 흥미 요소는 AI라는 첨단 소재와 모성애라는 인류 보편적인 감정의 결합이다. 그동안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세계관 구축으로 ‘연니버스(연상호+유니버스)’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켰던 연상호 감독이다. 연상호 감독의 독특한 세계관 속에서 이질적인 두 소재가 어떻게 어우러질지에 대한 호기심은 ‘실낙원’의 가장 큰 동력이다. 하지만 극이 전개될수록 두 개의 소재가 매끄럽게 맞물리지 못하고 겉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AI로 구현된 아이를 온전한 내 아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지에 대한 철학적 물음과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을지도 모르는 진짜 자식을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지에 대한 윤리적 딜레마가 너무 명확하게 대립한다. 여기에 AI 류선우와 살아 돌아온 실제 류선우 중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라는 문제까지 더해지며 세 가지의 물음이 각각의 존재감을 발산하며 충돌한다. 한 작품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하는 문제들이 서로 섞이지 못하고 제각각의 존재감을 자랑하다 보니 불협화음이 발생한다. 서사의 무게 중심 이동에 따라 때로는 AI라는 소재의 존재감이 옅어지고, 때로는 범죄자 자식을 둔 부모의 딜레마의 존재감이 약해진다.
가장 아쉬운 점은 영화를 보는 내내 이 서사에 굳이 AI를 끌어들여야만 했을까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는 점이다. 9년 만에 살아 돌아온 류선우가 품고 있는 미스터리만으로도 스릴러로서의 장르적 재미와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는 충분하다. 한정된 러닝타임 안에 여러 메시지들을 무리하게 넣다 보니 결과적으로 이도 저도 아닌 전개가 되어버린 느낌이 강하게 든다. 연상호 감독이 줄곧 지적받아 온 한계점도 이번 작품에서 여전히 반복된다. 세계관은 흥미롭지만, 그 안에서 인물들이 움직이는 디테일과 개연성이 헐거워 때때로 몰입을 방해한다. 특히 류선우의 나이 설정 오류나, 류소영이 마지막 선택을 하는 이유에 대한 개연성이 턱없이 부족하다. 서사의 연결고리가 매끄럽지 못하고 덜컹거리니 관객 입장에서는 자연스레 물음표가 떠오르고 극에 온전히 빠져들기 어렵다. 이러한 아쉬움을 상당 부분 상쇄하는 것은 단연 배우들의 압도적인 연기다. 김현주는 연상호 감독의 굳건한 믿음에 완벽하게 보답하듯 극의 핵심인 모성애를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AI로 만들어진 아들과 기적처럼 살아서 돌아온 낯선 아들 사이에서 겪는 혼란스러운 딜레마를 깊은 내공의 연기로 소화해 냈다. ‘실낙원’의 가장 큰 성취는 배현성의 발견이다. 그동안 대중에게 각인돼 온 맑고 청량한 이미지와는 정반대의 캐릭터를 놀라울 정도로 완벽하게 소화했다. 첫 등장부터 누구인지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기존 이미지와는 180도 다른 서늘하고 섬뜩한 아우라를 뿜어낸다. ‘실낙원’이 마지막까지 스릴러로서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배현성 덕분이다. 결과적으로 ‘실낙원’은 흥미로운 첫인상에 비해 완성도 면에서 짙은 아쉬움을 남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연기와 더불어 AI에 대해 우리가 한 번 쯤은 고민해볼 만한 화두를 던졌다는 점에서 나름의 의미가 있는, ‘실낙원’이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실낙원'] |
| 기사제보 news@tvdaily.co.kr 최하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