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의 부국제, 공포의 계산서…기획사 울리는 '헤메스 공포' [31st BIFF]

배우 한 명에 하루 2000만원?…부국제의 화려함 뒤 '억' 소리 나는 비용

2026. 10.08(목)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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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배우에게 부산국제영화제는 영광의 무대다. 하지만 그 무대를 준비하는 매니지먼트사에게는 공포의 시간이기도 하다. 레드카펫 위 화려한 모습 뒤에 감당하기 버거운 비용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헤메스'(헤어·메이크업·스타일리스트) 비용이다.

지난 6일 막을 올린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수많은 배우들이 집결했다. 이들은 개막식과 레드카펫, 관객과의 대화(GV) 등 각종 공식·비공식 행사에 참석하며 쉴 틈 없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영화의전당을 비롯한 부산 곳곳이 배우들의 무대가 됐다.

영화계 불황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부산을 찾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배우들에게는 의미 있는 일이다. 작품 부재로 사실상 '고사' 위기에 놓였다는 매니지먼트사들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때 영화제에 초청받았다는 것은 출연 작품을 관객에게 직접 소개하고, 배우로서 존재감을 드러낼 기회를 얻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배우들을 부산으로 데려온 기획사들의 사정은 조금 다르다. 반가움도 잠시, 현실적인 계산기를 두드려야 한다.

가장 큰 부담으로 꼽히는 것은 '헤메스' 비용이다.

이미지가 곧 경쟁력인 배우들에게 스타일링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작품 속 캐릭터를 표현하는 것은 물론, 공식석상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같은 배우라도 어떤 의상과 헤어스타일, 메이크업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대중에게 전혀 다른 인상을 남길 수 있다.

특히 부산국제영화제처럼 여러 행사가 집중된 자리에서는 일정마다 새로운 스타일링을 준비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배우 한 명의 완벽한 모습을 위해 헤어, 메이크업, 스타일리스트 등 여러 전문가가 동행한다.

문제는 그 비용이다.

소속 배우 여러 명과 함께 부산을 찾은 한 기획사 대표는 "2박3일 일정을 소화하려면 헤어와 메이크업 담당자들에게 3일치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하루만 스타일링이 필요한 경우라도 마찬가지다. 원장급이 오면 출장비까지 포함해 하루 200만원씩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스타일리스트 비용은 별개다. 헤어와 메이크업 담당자들이 시술과 출장에 따른 비용을 받는다면, 스타일리스트는 의상 준비와 관리 등에 필요한 비용까지 고려해 금액을 책정한다. 여기에 배우와 동행하는 매니저 등 수행 인력의 인건비와 숙박비, 교통비까지 더해진다.

해당 대표는 "배우 한 명을 위해 하루에 2000만원 이상을 회사에서 투자해야 하는 수준"이라고 볼멘소리를 냈다.

이는 헤메스 비용을 비롯해 의상비와 수행 인력, 부산 체류에 필요한 제반 비용 등을 모두 포함한 대략적인 추산액이다. 배우의 인지도와 동행 인력, 의상 협찬 여부 등에 따라 실제 지출 규모에는 차이가 있지만, 여러 배우가 동시에 부산을 찾는 기획사 입장에서는 부담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를 상쇄할 만한 지원도 예전만 못하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올해 영화제는 거리에서부터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된다. 과거 협찬사들의 홍보 공간과 각종 체험 부스가 마련돼 관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던 풍경과 비교하면 다소 허전한 모습이다. 영화제의 열기를 끌어올리던 거리 홍보와 부대행사도 상대적으로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런 분위기는 배우들을 지원하는 매니지먼트사들의 체감 부담과도 맞닿아 있다. 영화제 측에서 초청 배우와 동행 스태프에게 제공하던 지원이 줄었다는 것이 현장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결국 부족한 부분은 기획사가 자체 예산으로 충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영화제 참석이 당장 수익으로 연결되는 일정은 아니라는 데 있다. 작품 홍보와 배우의 이미지 관리, 영화계 인맥 형성 등 무형의 가치는 분명하지만, 수천만원에 달하는 지출을 감수해야 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부산에서 만난 또 다른 기획사 대표 역시 비슷한 고민을 털어놨다.

그는 "부산국제영화제는 배우라면 누구나 오고 싶어 하고, 또 와야 하는 자리"라면서도 "여러 배우가 동시에 참석하게 되면 회사에서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상당하다"고 토로했다.

특히 일부 기획사에서는 헤메스 업계의 비용 책정 방식 자체에 대한 불만도 제기하고 있다. 이 대표는 과도한 비용 청구 관행을 지적하며 업체 간 담합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까지 드러냈다. 그는 "세금 처리는 잘 되고 있는지도 의문스럽다. 매니지먼트 협회를 중심으로 단체 행동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헤어와 메이크업, 스타일링 역시 전문성을 바탕으로 제공되는 노동인 만큼 그에 상응하는 정당한 대가가 보장돼야 한다는 점도 분명하다. 결국 업계에서 제기하는 문제는 비용의 적정성과 책정 방식, 그리고 그 부담을 누가 감당하느냐에 있다.

배우들에게 부산국제영화제는 단순한 행사가 아니다. 자신의 작품을 알리고, 동료들과 교류하며, 영화인으로서 존재감을 확인하는 축제다. 매니지먼트사 역시 그 가치를 알기에 적지 않은 지출을 감수하면서 배우들을 부산으로 데려온다.

하지만 영화제를 찾는 것 자체가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특히 재정적 여유가 없는 중소 매니지먼트사나 신인 배우들에게는 영화제 참석 여부를 고민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기는 셈이다.

영화제는 작품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 작품을 만든 사람들과 작품을 사랑하는 관객들이 함께할 때 비로소 축제가 된다.

배우들은 화려한 조명 아래 웃지만, 이들을 데려온 기획사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영광 뒤편에 자리한 씁쓸한 현실이다.

영화는 남을 수 있다. 하지만 배우와 영화인들이 부담 없이 모일 수 없는 축제라면, 그 축제의 가치까지 온전히 남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편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 6일 개막해 오는 15일까지 부산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열린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안성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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