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미의 세포들' 최재림, 날을 벼리고 가는 시간 [인터뷰] |
| 2026. 08.19(수) 13:00 |
| ||||
![]() |
| 뮤지컬 유미의 세포들, 최재림 인터뷰 |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폭발적인 가창력의 소유자, 최재림의 공연을 오랜 시간 봐온 관객이라면 이번 무대에서 잠깐 눈을 의심했을지도 모른다. 당황스러울 정도로 깜찍하고 사랑스러운, 그리고 거대한 귀여움으로 무장한 109 세포의 등장은 우연이 아니었다. 철저한 계산 위에 세운 그의 활약이 돋보이는 뮤지컬 '유미의 세포들'이다. '유미의 세포들'(연출 양정웅)은 동명의 인기 웹툰과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창작 뮤지컬이다. 평범한 직장인 유미의 일상과 사랑을 머릿속 세포들의 시각으로 풀어낸 이야기로, 웹툰 원작을 바탕으로 번호로만 불리는 109라는 견습 세포가 유미의 진정한 메인 세포로 성장해 나가는 여정을 밀도 있게 그린다. 최재림은 109 세포 역을 맡아 빅스 레오(본명 정택운)과 더블 캐스팅으로 무대에 서고 있다. 109 세포는 원작 웹툰과 드라마에는 없던 뮤지컬 버전에만 등장하는 새로운 캐릭터로, 주인공 유미와 함께 극 전체의 서사를 견인한다. 자신의 기원을 알지 못하는 세포로 일련의 사건을 통해 자신만의 역할을 찾아 눈부신 성장을 거치는 캐릭터다. 최재림은 극 초반 해맑은 109세포의 모습을 자신만의 귀여움을 담아 해석해 관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최재림은 국내 뮤지컬 배우 중 누구보다도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던 배우였다. 지난 한 해에만 '킹키부츠' '시카고' '지킬 앤 하이드'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등 굵직한 작품을 연달아 소화하는 등 수년 간 앞만 보며 달려왔다. 해가 바뀌고 진정한 휴식이 무엇인지 배워보자는 마음으로 두 달쯤 여행을 다니던 중, 갑작스러운 제작사 대표의 연락이 그의 발걸음을 무대 위로 되돌려놨다. 그렇게 운명처럼 만난 작품이 바로 '유미의 세포들'이라고. 그는 대본과 음악을 듣고 즉각 출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창작 뮤지컬이라는 점, 그럼에도 탄탄한 대본과 음악에 마음을 빼앗겼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그간 라이선스 작품을 주로 많이 했기 때문에 좋은 시스템 안에서 좋은 작품을 많이 경험해왔다. 창작이라는 과정 안에서 내가 그동안 경험해온 것을 조금이나마 투영할 수 있다면, 업계에서 나에게 준 존중과 인정을 좀 돌려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라며 "조금 쉬었으니 평온한 마음으로 다시 열심히 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갑자기 날 것의 창작을 하며 전쟁터에 던져졌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세상에 없던 작품을 새롭게 만들어 내는 과정은 꼼꼼하고 치밀해야 했다. 온 배우들이 연습실에 가져다 놓은 단행본 만화책을 쉬는 시간마다 펼쳐보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고. 원작에는 109 세포가 없지만, 최재림 또한 만화책을 뒤적이며 유미의 '자존감'을 상징하는 109 세포를 그려내기 위해 나름의 연구를 했단다. "유미의 자존감이 웹툰에서 어떻게 표출되고 있는지 봐가면서 '그걸 긁어주는 세포들은 누구지?', '그들은 어떻게 행동하지?' 끊임 없이 질문을 던졌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창작 뮤지컬 작업 과정은 비교적 시스템이 갖춰진 라이선스 작품과는 확연히 달랐다고. 최재림은 "상대적으로 창작의 과정이 '우당탕탕'하는 느낌이긴 하다"라면서도 "그만큼 함께 '우당탕탕'하다 보니 배우들의 의지나 전우애가 끈끈하고 사기가 올라간다"라며 팀원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34명의 배우가 연습실에 모여 각자의 의견을 내고 조율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하게 됐다고도 했다. "하나의 밑그림 위에 34가지의 색을 칠하면 휘황찬란한 그림이 나온다. 하지만 밑그림이 34개면 합쳐질 수 없는 상상에 불과하다. 그걸 합치고 끌어갈 역할이 필요했는데, 이제는 어느덧 내가 그런 선배와 후배 사이 중간 다리 역할을 할 나이가 됐더라"라며 연습 과정을 회고했다. 캐릭터에 접근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유미와 닮기보다는 부족한 부분을 메꿔줄 수 있는 인물로 접근했다"고 밝혔다. "자기 일을 열심히 하고 인정받고 싶어하고 사랑받고 싶어하고 사랑을 주기도 하고, 질투도 하지만 빨리 풀어지는, 인간이라면 응당 느끼는 여러 감정들을 투명하게 보여주는 캐릭터를 만들고자 했다. 유미에게 용기와 힘을 줄 수 있는 인물로 다가가려 했다"라며 "거기에 실제 나의 성격을 붙여보고 잘 맞는 설정은 놔두고, 과한 부분은 수정해나가는 작업을 거듭했다"라고 설명했다.
그 과정에서 최재림은 109 세포가 자신과 꽤 닮아 있다는 걸 발견했다고 했다. 그는 "데뷔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너 정말 앞뒤가 똑같구나'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다"라며 "내가 생각한 길이 있으면 그 길대로 밀고 나가다 보니, 첫 인상은 성격도 세고 자존심이 세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나중에는 그게 편견이었다는 걸 인정해준 동료들이 많았다"라고 말했다. "스스로 자존감이 세다는 걸 느껴서 '자존감 세포? 저 자체네요'라는 우스갯소리도 했다"며, 자신을 대표하는 세포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자신감 세포'과 '고집 세포'를 꼽아 취재진의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그간 대극장 뮤지컬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무거운 역할을 주로 맡아왔기에, 109 세포는 최재림이 그간 해온 캐릭터와는 또 다른 결이었다고. 최재림은 "연기 변신을 했다기 보다는, 나 자신으로서 존재하는 순간에 대한 이야기라서 '진짜 나'의 모습을 많이 찾은 것 같다"라며 "무엇보다도 109 세포가 주인공이었다면 책임감이 무거우니 진중하게 그려내려 했을 수도 있지만, 이건 유미 안의 109 세포 역할이니까. 많이 내려놓고 편안하게 연기하려 했다"라고 말했다. "마흔 두 살의 나이에 귀여움을 연기하자니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 엄격한 자기검열을 거쳐서 귀여움을 좀 덜어낸 것이 최종 버전"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렇게 치열한 과정 끝에 만들어 낸 '유미의 세포들'은 관객들의 호평과 사랑을 받으며 순항 중이다. 최재림은 '힘들고 외롭고 나 혼자라고 생각한 순간이 많았는데, 내 안에 저렇게 많은 세포들이 나를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고 아끼고 응원하고 있었구나. 따뜻하고 혼자라는 기분이 들지 않는다'라는 내용의 리뷰를 본 적이 있다며 "관객들을 만나고 나서야 우리 극의 메시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힘줘 말했다. 모두에게 추천할 수 있는 공연이라고 자신하는 모습에서 '유미의 세포들'을 향한 자부심이 묻어났다. 배우로서의 최재림 또한 관객들에게 만족스러운 공연을 선사할 수 있도록 담금질을 계속하는 중이라고. 수년 간 누구보다 열심히, 많은 작품에 출연해 "소처럼 일한다"는 이야기까지 듣던 그는 과거 후두 급성 염증으로 인해 무대 위에서 목소리가 올라오지 않는 상황을 맞닥뜨렸고, 결국 당일 공연을 중단해야 하는 사고를 겪은 바 있다. 누구보다 노래 잘하는 배우로 유명하지만, 이 일을 계기로 최근 다시 보컬 레슨을 받는 등 자기 수련의 시간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최재림은 "일을 많이 하면 기계적으로 접근하는 순간이 생긴다. 그러다 보니 작업의 날카로움이 무뎌지는 순간이 찾아왔었다"라며 "레슨을 받아보니 확실히 무뎌져 있었구나 느끼고 날을 갈고 있다. 예전에는 신경 썼을 당연한 지점들에 다시 정교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했다. 오랜 시간 무대를 지켜왔기에, 더욱 긴 미래를 내다보기 위해 스스로를 점검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스스로 날을 세우는 배우, 최재림의 다음 무대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샘컴퍼니] |
| 기사제보 news@tvdaily.co.kr 황서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