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한길 기자] 김병만, 그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기상천외한 미션으로 '달인'다운 면모를 뽐내더니, '정글'로 떠나선 현지인 이상의 생존력과 리더십으로 '리얼 생존 다큐'라는 신개념 예능을 개척한 그다.

그랬던 그가 요즘엔 '캡틴'으로 통한다. 오랜 도전 끝에 국내 연예인 최초, 사업용 조종사 자격증을 취득해 5년째 하늘을 날고 있는 어엿한 파일럿(pilot)이다.

김병만은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누굴 태우면 더 긴장될 수밖에 없다. 외줄타기와 같다. 외줄타기를 할 때도 계속 밧줄만 봐야 한다. 매우 민감하다. 방심하는 순간 바로 넘어진다. 조종할 때도 눈을 떼면 안 된다. 항상 시뮬레이션을 해본다"면서 "비행에 대한 공부는 끝이 없다. 비행을 관두지 않는 한 치매 걸릴 일이 없을 것 같다"고 웃었다.

김병만, 뉴질랜드 파일럿 피터 매쿰

김병만은 지난 2017년, 미국에서 스카이다이빙 전문가 교육을 마치고 솔로 펀 비행을 하다가 큰 부상을 입었다. 당시 낙하산을 펴 착륙하는 과정에서 속도 계산에 착오가 있었고, 착지 실패로 척추가 골절되는 아찔한 사고를 당한 바다.

그는 "제 낙하산이 작아서 그냥 떨어지면 세다. 그래서 바람을 더 타야 하는데, 그러려면 속도를 붙여야 한다. 그런데 그때는 저보다 덩치가 큰 사람들과 포메이션을 하다 보니 떨어지는 속도를 맞추기 위해 웨이트 10kg을 찼었는데, 그걸 잊었던 거다. 처음 착용했던 터라 습관이 안 된 상태에서 평소와 똑같이 하니까 사고가 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차 싶더라. 그래도 그 순간 발을 최대한 들어서 덜 다쳤다. 그렇지 않았으면 불구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에게 찾아온 건, 상상 이상의 좌절감이었다. 그는 당시 심경에 대해 "이루 말할 수 없었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렇게 주저앉을 김병만이 결코 아니었다. 오히려 '제대로 하늘을 날아보자'라는 굳은 결심을 하게 됐고, 열정은 그 어느 때보다 활활 타올랐다.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그는 "남들이 안 한 걸 해보고 싶었다. 물론 비행에 대한 트라우마가 없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앞으로 나아가고, 안 밟았던 걸 밟고자 하는 설렘이 트라우마를 이기더라"라고 밝혔다.

이후 조종사 자격증 취득을 위한 치열한 사투가 벌어졌다. 필기시험만 총 15과목. 방대한 양은 물론, 항공법, 항공기상, 비행이론, 교통통신 등 생소한 용어와 영문이 즐비했다.

김병만은 "저는 배우는 시간이 길다. 주위에선 제가 역량이 뛰어나다고들 하지만, 다리가 짧은 만큼 남들보다 더 노력을 하는 편이다. 공부할 땐, 길게는 10시간씩 앉아 있었다. 굉장히 어려웠고, 벽에 많이 부딪쳤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그렇게 3년여간 불굴의 의지로 매달렸고, 피나는 노력 끝에 꿈같은 합격을 일궜다.

김병만

김병만은 5년여간 갈고닦은 비행 실력을 최근 MBN 예능프로그램 '떴다! 캡틴 킴'을 통해 여실히 뽐내고 있다. 특히 방송을 통해 선보인 고난도의 편대비행은 시청자들의 감탄을 자아낸 바.

김병만은 자신의 비행 실력에 대해 "아직도 초보자"라고 말하지만, 그와 함께 비행에 참여하고 있는 현지 파일럿의 평가는 달랐다. 경력 27년의 뉴질랜드 국제선 여객기 기장이자, 비행 교관인 피터 매쿰은 김병만의 비행 실력에 대해 한치의 고민 없이 "너무 잘한다. 놀라울 정도"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피터 매쿰은 "방송을 보면 알겠지만, 김병만은 항상 원하는 곳, 지정한 곳에 랜딩을 정확히 잘한다"면서 "코미디언은 대처 능력, 순발력이 좋아야 하지 않냐. 비행 역시 순발력이 중요하다. 그래서 코미디언과 비행은 잘 맞는다. 그런 점에서 김병만을 높이 산다"라고 밝혔다.

김병만, 뉴질랜드 파일럿 피터 매쿰

김병만은 최근, 4억 원 상당의 중고 경비행기를 구입하기도. 그는 "9월에 뉴질랜드에서 받을 예정"이라며 태극기가 그려진 자신의 경비행기 사진을 보여줬다. 파란색과 흰색이 조화를 이룬 경비행기에는 그의 성인 'KIM'도 새겨져 있어 눈길을 끌었다.

김병만은 "비행기 산다고 해서 '쟤 돈 많이 벌었네'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연예인 중에 제가 제일 돈을 못 벌었을 거다. 일을 많이 안 했을뿐더러 다치고 나서도 일을 안 했다. 애지중지하던 굴삭기도 팔았고, 차도 없앤지 오래"라면서 "이제 피터 매쿰에게 에어로바틱 비행(곡예 비행)을 배우려고 한다"며 들뜬 기분을 한껏 드러냈다.

또 그에겐 특별한 꿈이 있다. 그는 "땅에다 활주로를 만들어 놓고, 그 주위로 친한 지인들과 집을 지어 커뮤니티를 만들려 한다. 활주로는 거금이 드는 게 아니라 잔디만 깔면 된다. 이미 뉴질랜드에 땅은 확보해둔 상태다. 비행이 자유로운 뉴질랜드니까 가능한 거다"라며 "피터 매쿰과 함께 경비행기로 세계를 누비는 꿈도 꾼다"고 즐거워했다.

김병만

김병만은 스스로를 다큐테이너(다큐멘터리+엔터테이너)라고 칭했다.

그는 "제가 코미디언이긴 하지만, 다큐멘터리를 좋아한다. 정보를 얻는 것도 좋아하지만, 저 역시 정보를 주는 사람이고 싶다. '떴다! 캡틴 킴' 역시 경비행기를 타고 다니면서 시청자들에게 정보를 주는 프로그램이다. 또 제가 목공에 관심이 많은데, 아이들을 위한 친환경 게임기도 만들고 있다. 그래서 나중에 어린이 올림픽도 하려 한다. 이처럼 전, 에듀테이너(에듀케이션+엔터테이너)이자 다큐테이너이고 싶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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