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아무것도 모른다. 캐스팅의 이유도, 자신의 한계도 모른다. 그저 좋은 작품이 있으면 달려갈 열정만 아는 배우 고아라다.

지난 21일 개봉된 영화 '귀공자'(감독 박훈정)는 필리핀 불법 경기장을 전전하는 복싱 선수 마르코(강태주) 앞에 정체불명의 남자 귀공자(김선호)를 비롯한 각기 다른 목적을 지닌 세력들이 나타나 광기의 추격을 펼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고아라는 극 중 마르코와 우연한 만남이 계속되는 미스터리한 여자 윤주를 연기했다.

'귀공자'의 반전은 고아라다. 박훈정 감독의 이전 필모그래피를 돌아봤을 때 고아라 캐스팅은 반전 중에 반전으로 꼽혔다. 고아라가 가지고 있는 도회적인 이미지와 박훈정 감독의 누아르 감성이 만날 줄 누가 상상했을까. 고아라도 마찬가지였다. 고아라는 이에 대해 "고민이 많던 시기에 박훈정 감독님이 연락을 주셨다고 하더라. 그래서 달려갔다. 작품이 뭔지도 몰랐다. 그냥 제가 보고 싶어서 불렀다고 하셔서 '저도 감독님 보고 싶어서 달려왔다'라고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작품에 대해 말씀하시더라"라고 했다.

박훈정 감독과의 만남 이후 '귀공자' 대본을 받았다는 고아라다. 왜 자신이 캐스팅 됐는지 궁금했을 법도 한데 박훈정 감독에게 이유를 묻지는 않았다고. 그저 자신에게서 어떤 가능성을 보고 작품을 맡겨준 박훈정 감독에게 감사했단다.

고아라에게 '귀공자' 작업은 즐거웠다. 고아라는 "감독님께 질문도 많이 했다. 윤주의 서사뿐만 아니라 하나하나 다 물어봤다. 감독님이 대본을 쓰셔서 그런지 디테일하게 설명을 해주셨다. 그러면서 캐릭터를 구축해 나갔다"라고 했다.

그러나 영화에는 윤주의 전사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 고아라는 짧게나마 박훈정 감독으로부터 들은 윤주의 전사에 대해 "엄청 디테일하더라. 윤주는 원래 변호사였는데, 강변호사를 만나고 이 일을 하기 시작한 인물이다. 어찌어찌하다가 임무를 맡게 된 것이다. 윤주의 가정사부터 모든 걸 감독님과 이야기하며 인물을 구축했다"라고 설명했다.

적은 분량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다. 고아라는 "분량이 적고 말고 할게 어디 있나. 한컷만 나와도 감독님 작품이면 지나가는 역할이라도 좋았다. 분량 떠나서 감독님이 쓰신 인물이라 아쉬움은 없다. 저는 그냥 이렇게 멋진 영화에 나와서 좋고 감사했다"라고 했다.

카체이싱과 총기 액션도 즐겁게 촬영했다고. 고아라는 "감독님에게 연습용 총을 받았다. 실제 총과 비슷한 무게의 총을 받아서 연습했다. 또 일상에서 카체이싱 할 기회가 별로 없지 않나. 이번에 마음껏 했다. 게다가 윤주 차가 아주 좋은 차여서 더 즐겁게 임했다"고 말하며 웃었다.

'귀공자'로 대중 앞에 서기까지, 고아라는 꽤 공백기를 보내야 했다. 드라마 '도도 솔솔 라라솔'(2019)로 약 3년 만에, 영화로는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이후 약 7년 만이다. 왜 이렇게 긴 공백기를 보냈어야 했을까. 고아라는 "작품과 배우활동에 대한 생각이 많았다"라고 했다.

대중들은 고아라 하면 어떤 고정된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고아라는는 자신이 한 이미지에 갇혀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드라마 '반올림', '응답하라 19884'로 인한 왕관의 무게도 잘 모르겠지만, 좋은 작품으로 또 다양한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단다. 이 생각들을 하며 지내다 보니 원치 않게 공백기가 길어졌다는 고아라다.

고아라는 좋은 작품이 어떤 건지 명확하게 이야기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어떤 배우가 되고 싶다고도 분명히 말할 수는 없지만 그저 좋은 작품이라면 삭발을 해야 한다고 해도 달려가겠다고 했다.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은 고아라는 이제 자신만의 방향성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린 나이에 데뷔한 탓에 과거에는 주변에서 정해줬던 방향성대로 따라갔다면, 지금은 자기 주도적으로 그림을 그려나갈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고아라는 "회사 분들과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좋은 차기작으로 인사드릴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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