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비’ 이성민의 고민 [인터뷰]
2023. 03.04(토) 12:19
대외비, 이성민
대외비, 이성민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극장가에선 코로나19로 미뤄놨던 작품들을 순차적으로 선보이고 안방극장에선 시청률 대박을 터트리며 승승장구 중인 배우 이성민. 그런 그에게도 고민은 있었다. 지금까진 비슷한 결의 연기만을 선보여 왔다면, 앞으론 조금 더 새로운 모습을 대중에 보여주고 싶다는 그다.

최근 개봉한 ‘대외비’(감독 이원태·제작 트윈필름)는 1992년 부산, 만년 국회의원 후보 해웅(조진웅)과 정치판의 숨은 실세 순태(이성민), 행동파 조폭 필도(김무열)가 대한민국을 뒤흔들 비밀 문서를 손에 쥐고 판을 뒤집기 위한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는 범죄드라마. 얼마 전 인기리에 종영한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진양철 회장 역을 연기한 이성민의 출연작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이성민이 ‘대외비’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간단했다. 작품 속 순태와 같은 인물을 연기해 보고 싶었다고. 그는 “클래식한 수염이 있는 짧은 머리의 아저씨. 그런 외모, 그런 결의 인물을 하나 해보고 싶었는데 때마침 순태라는 캐릭터가 들어왔다. 심지어 시나리오나 함께하는 배우들도 매력적이더라. 평소 좋아하던 배우 조진웅과 함께한다는 게 흥미로웠고, 이원태 감독의 전작을 본지 얼마 안 됐을 때 시나리오를 받은 거라 더 끌렸다. 안 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극 중 이성민이 연기한 순태는 부산시를 꽉 잡고 뒤흔드는 권력자이자 실세로, 동시에 많은 비밀을 안고 있는 인물. 작품 속에서도 순태라는 인물에 대한 정보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배우 입장에선 드러나 있는 게 거의 없는 순태를 연기하기 쉽진 않았을 터.

하나 이성민은 “오히려 얽매일 게 없어서 더 편하고 쉬웠다"라고 밝히면서 “나 역시 감독님한테 많은 정보를 듣지 못했다. 직업도 몰랐고 순태가 다리를 저는 이유에 대해서도 자세한 설명을 듣지 못했으나, 그렇다고 그런 정보가 굳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많은 사연이 있겠구나 상상하며 채워놓을 수 있었다. 다만 감독님께 한 번 ’해용에게 ‘원하는 걸 얻으려면 악마한테 영혼을 팔아야 한다’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다리를 한 번 치는 장면을 넣으면 안 되냐‘고 제안 드린 적은 있다. 순태가 해용만큼 순탄치 않은 길을 걸어왔다는 걸 한 번쯤은 설명하고 싶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순태를 악역으로 생각하지도 않았다”는 그는 “물론 사람을 죽이고 투표를 조작하는 게 좋은 일은 아니지만 악당으로 보진 않았다. 그저 자신과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사람 하나쯤은 쉽사리 죽일 수 있는 무지막지한 권력자로 그려내려 했다. 무한한 힘을 가진 인물이라 생각하며 연기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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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이성민은 얼마 전 종영한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신드롬적인 인기로 데뷔 38년 차에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종영한 지 두 달이 넘었지만 여전히 그가 연기한 진양철 회장은 각종 플랫폼을 통해 패러디 되며 회자되고 있다.

인기를 실감하냐는 물음에 이성민은 “실감하진 못했지만 주변 반응이 다르긴 했다”라면서 “전화와 문자가 정말 많이 왔다. 개인적으로 연기가 특별하진 않았던 것 같은데 ’연기가 좋았다‘는 평가를 받으니 역시 작품이 잘 되어야 연기도 곱씹어지는구나 싶더라. 다들 연기 얘기를 하니까 약간 민망하기도 했다. 작품이 잘 된 덕에 나도 빛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겸손한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이런 화제성이 좋은 결과만 낳은 건 아니었다. 진양철 회장이 남긴 이미지가 너무 강렬했던 탓이다. 이기기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노인이라는 점에서 순태는 개봉 전부터 진양철 회장과 계속해 비교됐고, 더군다나 이성민은 전작 ‘리멤버’에서도 노역을 연기한 바 있기에 이미지가 겹친다는 의견에 힘을 더했다.

이와 관련 이성민은 “개인적으론 ‘리멤버’ ’대외비‘ ’재벌집 막내아들’이 찍은 순서대로 오픈됐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각 작품마다 텀이 1~2년 정도 있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더 완성도 있는 연기를 보여드렸을 텐데 순서가 뒤죽박죽이라 그러지 못해 아쉽다"라고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비슷한 결의 연기를 연달아 선보인 이유에 대해선 “대개 배우가 어떤 역할로 성공하면 투자자나 감독들이 그 배우를 비슷한 역할로 다시 선택하곤 한다. 나의 경우 ‘남산의 부장들’ 이후 강한 인물, 권력을 갖고 있는 인물들이 주로 들어왔고 그런 작품들을 쭉 해왔다”고 솔직히 답하면서 “나 역시 이젠 각진 건 좀 그만하고 싶다. 숨을 쉬고 싶은 역할을 하고 싶다는 바람도 있다. 편하고 날서지 않은 그런 역할 있지 않냐. 풀어져서 할 수 있는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렇듯 관객들의 비판에 대해 솔직하게 자신의 의견을 밝힌 이성민은 현재 갖고 있는 자신의 가장 큰 고민거리도 숨김없이 들려줬다.

“20대 때는 사람들이 무서웠다. 연극이란 게 필연적으로 사람들과 섞여서 작업해야 하는데 그게 힘들더라. 이로 인해 당시 일종의 공황을 겪기도 했다. 30대 때는 연기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연기의 톤을 이해 못하고 많이 힘들어했다. 40대 때는 그나마 나만의 화두를 잡고 갔던 것 같다“고 운을 뗀 그는 50대가 되니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면서 “배우가 나이가 들면 주변에 디렉션을 해주는 연출이나 선배의 수가 점점 사라진다. 젊을 땐 모자란 날 야단을 치는 선배들이 있었기에 그런 문제점들을 인지하고 고칠 수 있었는데, 점차 그런 게 힘들어진다. 날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시각이 적어진다는 소리다. 솔직하게 평가를 해주는 사람이 없다. 그럴수록 자기가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하는데, 늘 긴장을 하며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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