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유튜브 예능계의 ‘황금 손’으로 통하던 고동완 PD가 티빙과 손을 잡고 OTT 시장으로 발을 넓혔다. ‘워크맨’ ‘네고왕’ ‘로또왕’ 등 실험적이고 참신한 시도로 호평을 받아오던 그가 내놓은 최초의 몸무게 서바이벌, ‘제로섬 게임’ 또한 신선함으로 무장한 채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티빙 웹 예능프로그램 ‘제로섬 게임’은 인간이 제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몸무게라는 숫자를 가지고 예능을 만들어 보자는 고 PD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고 PD는 “사실 찜질방을 중심으로 기획을 시작했었는데, 찜질방에서 대체 뭘 하면 좋을지 계속 이야기를 나누다가 ‘몸무게’라는 키워드가 등장했다. 몸무게는 인간이 가진 가장 객관적인 수치 중 하나임과 동시에 개인이 정확하게 조절할 수 없는 수치이기도 하다는 점에 주목했다”라고 기획 의도를 이야기했다.

최초에는 유튜브 콘텐츠로 기획됐던 ‘제로섬 게임’은 제작 기간을 거치며 몸집을 불려 나갔다. 고 PD는 “패널 섭외하는 비용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고, 최대한 기획을 간소화해서 유튜브 용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기획을 했었다. 타 유튜브 채널과 협업하려고 미팅이 오가던 중 티빙에도 미팅 제안을 하게 됐고, 감사하게도 프로그램의 규모를 더욱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됐다”라고 말했다.

고 PD는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게임의 규칙을 정했다고 이야기했다. 총 6개월가량의 제작기간 동안 제작진이 수 차례 모여 실제로 배달음식을 시켜두고 어느 정도로 몸무게가 변화하는 지를 체크하고, 이후에는 실제 찜질방에 일반인 참가자 10명을 모아 두고 실제 방송과 똑같은 시뮬레이션을 하는 등 여러 데이터를 수집한 후에야 실제 촬영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최종 상금을 몸무게에 따라 결정하는 룰도 이러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근거로 만들어졌단다. 고 PD는 “1억을 기본 상금으로 걸어두고 몸무게에 금액을 늘리는 룰은 어디에도 없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제작진 입장에서는 아예 총상금이 3억이 넘어가기를 바랐는데, 실제 녹화에서는 2억7000만원에서 그쳐서 아쉽기도 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밖에도 고 PD는 출연자 섭외에만 3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고, 출연진 간의 소위 ‘정치질’을 막기 위해 평소 친분이 있던 이들을 철저하게 제외시키는 등 공정성을 신경 쓰려 노력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시청자들이 방송을 보며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드는 노력의 일환이었단다.

그 결과 제작진도 섣불리 우승자를 예측할 수 없는 다양한 상황들이 펼쳐지며 예능적 재미가 커졌다고. 고 PD는 “시뮬레이션을 수없이 돌려가며 짠 규칙이기에 출연자들이 그 안에서만 행동을 하실 줄 알았는데, 뒤로 갈수록 제작진이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생겨나더라”라며 “그럼에도 1번 규칙이 ‘제작진이 최대한 개입하지 않는다’였기에 침묵을 지켰다. 큰 상금이 걸려있기에 내 한 마디에 출연자의 득실이 갈릴 수 있어서 탈락자들에게 현장에서 인사 한 번 못 드릴 정도로 철저하게 ‘거리두기’를 했다. 촬영이 끝나고 나서야 10명 출연진에게 장문의 문자로 사과를 했다”라고 설명했다.

제로섬게임, 고동완 PD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도전의 결과물을 선보이면서도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라는 그는 “그동안은 10분짜리 콘텐츠를 만들면서 시청자들이 10분 내내 재미있었으면 하는 목표를 가지고 제작을 해왔다. 그 시간이 40분으로 늘어났을 때도 계속해서 사람들의 기대감을 끌고 갈 수 있을지 의문이었고, 결과적으로는 녹화나 편집이 굉장히 만족스러웠고 40분을 꽉 채우지는 못하더라도 꽤 많은 시간 동안 긴장감과 재미를 안고 갈 수 있게 한 것 같아 기뻤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새롭게 느낀 차이점도 있었을까. 고 PD는 “유튜브를 주로 해왔기에 CG 등 여러 부분에서 역량이 부족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편안한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유튜브 채널과 완성도가 올라가야 하는 OTT 콘텐츠 사이 중간다리 역할을 ‘제로섬 게임’이 하길 바랐다”라고 이야기했다. “규모가 커지면서 스태프들도 많아지고, 촬영분을 편집할 때도 여태껏 본 적 없는 거대한 용량의 영상들을 만져야 했다”라고도 덧붙였다.

또한 고 PD는 “유튜브에서는 실시간으로 직접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댓글’이라는 강점이 있었다. 매회 시청자들의 반응을 살피고, 어떤 부분을 재미있어하는지를 살펴보면서 후반 작업을 해왔는데 그걸 할 수 없어서 아쉽기는 하다”라고 이야기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일반인 시청자들을 일명 ‘피드백 요원’으로 초청, 영상을 미리 상영하고 반응을 얻어 수정, 보안을 거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남녀 성비, 연령대 등을 다양하게 배치하고 티빙 가입자 70%와 미가입자 30%, 심리게임 예능을 본 적이 있는 인원 50%와 처음 접하는 인원 50% 등으로 다양한 변수를 계산하며 피드백을 받았다며 그간의 노력을 전했다.

“OTT에서는 시청자 반응이나 시청률을 볼 수 없어 안타깝지만, 그렇기에 다음 회차를 편집하면서 덜 불안하고 걱정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요. 그저 저희가 준비한 것을 보여주는 일에만 최선을 다하게 되는 거죠. 지금은 복잡한 생각 없이 그저 뒤가 더욱 궁금한 예능을 만들 수 있기를 바라고요, 마무리까지 잘 하자는 마음이에요.”

고 PD는 언제나 ‘새로움’이라는 단어가 기획 의도의 1순위라고 이야기했다. “남들이 안 하는 것, 새로운 것, 수익적인 부분이나 조회수 적인 부분에서 새로움을 각인하는 것이 내게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설립한 종합 콘텐츠 기업 ‘오오티비’(아웃 오브 더 박스, Out of the Box)의 사명처럼 늘 신선한 것들을 만드는 것이 목표란다. “남들 다 하는 서바이벌이지만, 그럼에도 신선한 부분이 있는 기획이라는 평이 들리면 프로그램의 성패와 관련 없이 굉장히 뿌듯하더라. 때로는 생각지도 못한 소재 때문에 시청자들이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그런 시행착오들을 바탕으로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는 생각으로 도전을 이어가고 싶다”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제로섬 게임’에 대해 “1인 미디어에서 벗어나 다중 출연자들이 나오는 콘텐츠를 만들어 보니, 이걸 계기로 제가 많이 달라질 것 같은 느낌이다. 제가 10분짜리 영상만 만들 수 있는 깜냥인 PD라고 생각하다가 처음으로 40분짜리를 만들어봤는데, 못할 건 아니구나 싶어진 거다”라며 “1년에 장편 콘텐츠 2개는 만들자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고, 또 중간중간 1인 미디어를 할 수 있는 MCN(Multi Channel Network) 사업을 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포부를 이야기했다.

“평소 주식 차트를 많이 보는 편인데, 위아래로 변곡이 있으면서도 전체적으로 우상향 하는 그래프들과 제 상황이 비슷한 거 같아요. ‘워크맨’ ‘네고왕’ 등으로 상승세를 탔다가, 프로그램이 하나 잘 안되더라도 다음 기회가 생기고 또 조금씩 나아가는 식이죠. 향후 10년은 우상향 그래프처럼 성장하는 것이 제 목표예요.”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티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