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잘 나가다 한순간에 삐끗한다. 배우들의 연기와 반전의 묘미로 쌓아 올리다가 후반부 전개에 발목이 잡혔다. 영화 '앵커'의 이야기다.

20일 개봉되는 ’앵커‘(감독 정지연·제작 인사이트필름)는 방송국 간판 앵커 세라(천우희)에게 누군가 자신을 죽일 것이라며 직접 취재해 달라는 제보 전화가 걸려온 후, 그녀에게 벌어진 기묘한 일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다.

영화는 방송국 간판 앵커 세라가 자신의 죽음을 취재해달라는 의문의 제보 전화를 받은 이후 미묘하게 뒤틀리기 시작하는 감정선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방식이다. 아나운서에서 앵커로 전직할 정도로 성공에 집착하는 세라는 의문의 제보 전화를 받고 살인 현장을 발견한 뒤로 점차 광기에 휩싸인다.

맹목적인 엄마 소정(이혜영) 별거 중인 남편, 사망한 제보자의 주치의 인호(신하균)까지 세라를 압박하며 사건은 점차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번 영화에서 단연 압도적인 건 세라를 연기한 천우희다. 과감하게 자른 단발 헤어 스타일과 실제 앵커와 흡사한 발성으로 캐릭터의 외면을 완벽하게 구현해 몰입도를 높였다. 여기에 복잡다단한 인물의 심리를 자연스럽게 극에 녹여내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각각 소정과 인호를 연기한 이혜영과 신하균의 연기도 일품이다. 특히 신하균은 선과 악이 모호한 얼굴로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극도로 끌어올렸고, 이는 반전의 효과를 극대화시킨다.

다만 아쉬움이 남는 건 반전이 드러난 이후 전개다. 반전 전까지 나름 복선과 단서들을 잘 깔아 두며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의 문법을 따라가던 '앵커'는 반전 이후 급격히 이야기의 힘을 잃는다. 반전 이후 영화의 장르가 바뀐 듯한 느낌이 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는 감독이 영화를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와 장르가 서로 맞지 않은 탓이다.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지만, 감독의 메시지는 드라마에 가깝기 때문이다. 맞지 않는 톱니바퀴를 억지로 끼어 맞춘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후반부를 제외하고 본다면 잘 만든 미스터리 스릴러다. 적절한 완급조절과 세밀한 감정선 묘사. 반전의 묘미 등이 장점이다. 그러나 후반부 전개가 이 모든 장점을 아쉬움으로 덮어버린다. 잘 빠진 미스터리 스릴러인 줄 알았지만, 후반부 전개가 아쉬운 '앵커'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앵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