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밑바닥 인생들의 치열한 생존기를 담은 느와르, ’뜨거운 피‘가 베일을 벗었다.

16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영화 ’뜨거운 피‘(감독 천명관·제작 고래픽처스) 언론시사회 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는 천명관 감독을 비롯해 출연 배우 정우 김갑수 지승현 이홍내 등이 참석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뜨거운 피‘는 1993년, 더 나쁜 놈만이 살아남는 곳 부산 변두리 포구 구암의 실세 희수(정우)와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한 밑바닥 건달들의 치열한 생존 싸움을 그린 작품이다.

이번 작품은 K-느와르의 대가로 세계적인 인정을 받은 김연수 작가의 동명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소설 ’고래‘로 소설계의 프랑켄슈타인이라 불리는 천명관 작가가 연출 데뷔에 나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날 천명관 감독은 입봉작으로 ‘뜨거운 피’를 선택한 이유로 “제가 다른 사람의 원작으로 영화를 하게 될 거라고 상상도 못했다. 하게 된 원인은 하나다. 너무 재밌으니까. 제가 이걸 만들면 근사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에게 연출이 넘어가면 아쉽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욕심이 나는 작품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천명관 감독은 “90년대 구암이라는 가상의 공간이지만 부산의 변두리 지역에서 살아가는 건달들의 이야기가 그리스 비극처럼 아주 원형적인 이야기라고 생각돼서 끌렸다. 캐릭터들도 매혹적이었다”고 덧붙였다.

‘범죄와의 전쟁’ 선포 이후 건달들의 표적이 된 부산의 포구 ‘구암’은 실재하지 않는 도시로, 당시의 시대 상황을 반영하고 영화에 사실감을 더하기 위해 재탄생된 공간이다. 부산을 모티브로 탄생한 가상의 도시 ‘구암’에서 벌어지는 밑바닥 건달들의 생존을 건 싸음을 느와르 장르로 풀어냈다. 거대한 조직이나 정경유착, 혹은 공권력의 개입 없이 그저 변두리 항구에서 빌어먹고 사는 건달들의 모습을 다양한 캐릭터들에 녹여내며 정통 느와르를 완성했다.

정우는 고향인 부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 출연한 것에 대해 “부산이 제 고향이기도 하고 오랜 시간 동안 함께 했다. 여러 작품에서 부산 배경으로 사투리를 쓰는 역할을 맡을 때는 항상 반갑고 감사하기도 하다. 여러 가지 긍정의 에너지를 받는 것 같다. 이번 작품 역시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물론 연기하는 동안에는 어떻게 하면 좀 더 잘할 수 있을까 매번 치열하게 고민하고 공부하려고 했다. 그 모습이 잘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라면서 “이번 촬영이 부산에서 두 달 동안 진행돼서 여유 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촬영에 들어가서는 고민이 깊었던 것 같다. 고향에 와서 촬영한다는 느낌보다는 구암이라는 공간에서 살아가려고 애를 많이 썼다”라고 말했다.

천명관 감독은 ‘뜨거운 피’와 여타 느와르 영화와의 차별점에 대해 “‘뜨거운 피’는 특별한 세계의 이야기인 것 같다. 건달 영화하면 검은 양복을 입고 근사한 남자의 이야기라면 저희는 허름하게 부산에서도 낙후된 지역을 둘러싼 밑바닥이라고 할 수 있는 그런 세계에 사는 사람들의 치열한 생존기다. 그런 점이 다르다고 생각하고, 또 제가 매혹된 지점이다”라고 설명했다.

정우도 “관객분들이 어떻게 봐주실지는 모르겠는데 ‘뜨거운 피’만의 분명한 색깔이 있는 것 같다. 시나리오 봤을 때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제 가슴을 두드리고 끌어당겼다. 그 진심을 가지고 촬영에 임했다. 최선을 다해서 그 진심을 스크린에 옮겼는데 관객분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저도 굉장히 궁금하다”고 말했다.

영화는 배우 정우, 김갑수, 최무성, 지승현, 이홍내 등 연기파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졌다. 극 중 희수를 연기한 정우는 “다른 영화와 차별성이 있다면 건달 영화, 느와르를 표현할 때 어깨에 힘을 주거나 그 모습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 본능을 숨기고 나중에 표출하면 어떨까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우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전부 치열하게 고민하고 준비했다. 저는 항상 그렇다. 매 작품마다 제 능력보다 한계를 느끼는 것 같다. 이번 작품도 마찬가지다. 하루하루가 허들을 뛰어넘는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철진을 연기한 지승현은 “친구인 희수를 배신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 등 미묘한 것들을 개인적으로 순간의 호흡이나 눈빛으로 표현해 보려고 했다”고 했다. 또한 “영화를 보면서 원작 소설을 읽었을 때 느낀 감정선과 감동을 저희가 잘 담아냈다는 생각을 했다. 소설의 감정과 호흡을 그 이상으로 영화로 옮겨졌다고 생각했다. ‘뜨거운 피’라는 영화만 봐도 그 감정을 느끼실 수 있다. 소설을 보면서 이런 부분들이 영화로 표현됐구나라고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뜨거운 피‘는 23일 개봉한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스튜디오 디에이치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