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를 수상한 윤여정이 수상 소감을 전했다.

윤여정은 26일(한국시간) 오전 미국 LA에 위치한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진행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배급 판씨네마)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한국 배우로는 최초이며, 아시아 배우로는 64년 만의 수상이다. 또한 자국어로 연기한 아시아 배우로는 처음이다.

시상식 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윤여정은 "아직도 정신이 없다. 제가 수상할 거라 생각도 안 했다"면서 "글렌 클로즈라는 여자를 오래 봐왔는데, 8번인가 노미네이트 됐는데 못 탔다고 하더라. 진심으로 그녀의 수상을 바랐다"고 말했다.

윤여정은 "제가 잘한 건 아니다. 잘 쓰인 대본 덕분이다. 감독이 진심으로 썼으니까"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윤여정의 연기 철학은 열등의식에서 시작됐다. 윤여정은 "제 연기 철학은 열등의식에서 시작됐을 것이다. 제가 연극영화과 출신도 아니고 아르바이트하다가 연기를 했기 때문이다. 대사를 열심히 외워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자가 제 시작이었다. 절실해야 된다는 건 알았다. 저는 연기가 절실해서 했다. 저에게는 대본이 성경 같았다. 많이 노력했다"고 말했다.

오스카를 거머쥐며 배우로서 최고의 순간을 보내고 있지만, 윤여정은 지금이 최고의 순간은 아니라고 했다. 윤여정은 "최고의 순간은 없을 거다. 나는 최고라는 말이 싫다. 우리 같이 '최중'이 되면 안 되겠나. 지금이 최고의 순간인지도 모르겠고, 아카데미가 전부가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윤여정은 '미나리'에 담긴 정이삭 감독의 진심이 출연을 결심하게 된 이유라고 했다. 윤여정은 "제가 작품 선택하는 기준은 60살이 넘고서부터는 바뀌었다. 그 전에는 흥행할 것 같다 아니다 계산을 했다. 60살이 넘고부터는 사람이 좋으면 해야겠다고 사치를 부리기 시작했다"면서 "대단한 기교가 있는 작품도 아니고 진심으로 쓴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가 늙은 나를 건드렸다. 요새 세상에 이런 애가 있나 싶다"고 말했다.

윤여정은 수상 소감에서 데뷔작인 영화 '화녀'를 연출한 故 김기영 감독을 언급한 이유로 "영화는 감독이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감독이 하는 역할은 정말로 많다. 영화는 우리가 배웠듯이 종합예술 아닌가. 김기영 감독님을 만난 건 제가 스무 살 초반이었는데, 나한테는 너무 힘든 감독이었고 싫었다. 제 나이 60살이 돼서야 감독님께 감사하게 됐다. 지금까지도 후회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여정은 "정이삭 감독은 늙어서 만났지 않은가, 얘는 나보다 어린애인데 차분하게 현장을 컨트롤하고, 모두를 존중하면서 이끌어가더라. 김기영 감독님에게 못한 걸 정이삭에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는 "내가 어떻게 아나 점쟁이가 아닌데. 앞으로의 계획은 없다. 제가 오스카를 탔다고 해서 '윤여정'이 '김여정'이 되는 것도 아니지 않나. 남한테 민폐가 되지 않을 때까지 죽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또한 '미나리'의 제작사인 플랜 B의 대표이자 이날 여우조연상 시상자로 나섰던 브래드 피트에 대해서는 "유명한 배우니까 한국에 한 번 오라고 했다. 나만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좋아한다고 했다"면서 "다음에는 제작비 많이 달라고 했더니 조금 더 주겠다고 하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마지막으로 윤여정은 국민들의 성원에 "사람들이 너무 응원하니까 제가 너무 힘이 들어서 눈에 실핏줄이 터졌다. 난 노미네이트 된 것만으로 영광이라고 생각했다. 2002년 월드컵 때 축구선수들의 마음을 알게 됐다. 처음 받는 스트레스였다"고 그간의 부담감을 토로하면서도 "제가 상을 탐으로써 보답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KBS1 방송화면 캡처, 후크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