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범죄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지만, 강렬하다. 오프닝부터 엔딩까지, 평범하지만 괴이한 스크린 속 세상에 눈을 뗄 수가 없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여운에서 쉽게 나올 수 없을 정도다. 영화 '소리도 없이'다.

영화 '소리도 없이'(감독 홍의정·제작 루이스픽쳐스)는 범죄 청소부인 태인(유아인)과 창복(유재명)이 납치한 아이를 맡기고 죽어버린 의뢰인으로 인해 계획에도 없던 유괴범이 된 위태로운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소리도 없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아이러니다. 오프닝에서 시체와 피가 낭자한 범죄 현장과 이를 마치 집 청소를 하듯 치워내는 태인과 창복의 모습 사이의 괴리감은 '소리도 없이'의 아이러니 속으로 관객을 단숨에 빨아들인다.

의뢰인이 사망하면서 얼떨결에 초희(문승아)를 떠맡게 된 태인과 창복은 아이를 그냥 부모에게 돌려주면 될 걸, 의뢰인이 못 받은 몸값을 받겠다며 또 다른 범죄를 선택한다. 유괴범과 피해자 사이지만, 점차 가까워지는 태인과 창복, 초희의 모습은 참 아이러니하다.

초희도 여타 범죄극의 유괴된 아이 캐릭터와는 결이 다르다. 마냥 엄마 아빠를 찾으면 울기보다는 태인과 창복을 따라다니며 함께 범죄 현장을 청소하거나, 태인의 동생을 정성껏 돌보는 등 행동 하나하나가 기괴하다.

영화의 유머조차 아이러니의 연속이다. 유괴, 시체 유기 등 소재 속에서 펼쳐지는 유머는 웃음이 나오면서도 웃어도 되는 상황인지에 대한 갈등을 일으킨다. 분명 웃으면 안 되는 심각한 이야기인데, 아이러니한 인물들의 상황이나 말들이 웃음을 유발하는 것이다.

또한 고즈넉한 시골 풍경과 대비되는 키치 한 색감도 색감은 괴이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이러한 아이러니의 연속을 노련하게 하나의 작품으로 엮어낸 홍의정 감독의 연출력에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배우들의 연기도 말할 것 없다. 대사 하나 없이 인물의 감정을 표현해 낸 유아인과 긴장과 유머를 오가는 탁월한 완급 조절을 보여준 유재명의 연기 합은 상상 그 이상이다.

강하면서도, 비범한 범죄극 '소리도 없이'는 15일 개봉된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소리도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