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그룹 카라 출신 고(故) 구하라가 28세의 젊은 나이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구하라는 생전 전 남자친구 최종범과 법정 공방전을 펼쳤다. 결국 최종범은 지난 8월, 1심에서 재물손괴, 상해, 협박, 강요 혐의로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지만, 리벤지 포르노 관련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항소심이 예고된 지금, 법조계도 재판부의 선고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지난해 9월, 최종범이 구하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신고가 경찰에 들어왔다. 당시 최종범은 "자신이 이별을 고하자 구하라가 격분해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구하라는 "쌍방 폭행이었다"고 반박했다.

이후 두 사람은 각자의 증거를 가지고 폭로 공방전을 펼쳤다. 그러나 사건의 핵심은 악의적으로 열애 당시 찍었던 성관계 영상을 유출하는 '리벤지 포르노'에 있었다. 이에 대해 구하라는 변호인 측을 통해 최종범으로부터 성관계 동영상으로 협박을 당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최종범 측은 성관계 동영상을 가지고 있다는 메일을 언론사에 보냈지만, 협박의 의도는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오히려 최종범은 "동영상을 먼저 찍자고 한 것은 구하라 본인"이라며 "공개할 의도가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당시 사건을 담당하고 있던 오덕식 부장판사는 영상 제출을 요구했다. 이에 구하라 측은 2차 가해라며 동영상 공개를 거부했지만, 오덕식 부장판사는 "영상 속 내용이 중요하다"는 이유로 해당 영상을 단독으로 확인했다.

영상을 확인한 이후 재판부는 1심에서 최종범에 재물손괴, 상해, 협박, 강요 혐의로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카메라 이용촬영, 즉 리벤지 포르노 관련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부여했다. 1심이 끝나고 구하라 측과 최종범 측은 모두 항소한 상태다. 구하라 측은 형이 너무 약하다는 이유로, 최종범 측은 너무 무겁다는 이유였다.

이런 재판부의 판결에 대해선 두 사람뿐만 아니라 누리꾼 및 법조계 관계자들의 의견도 극과 극으로 나뉘었다.

변호사 A 씨는 티브이데일리에 "미투 이후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져, 검찰 및 경찰 쪽은 많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사법기관은 그에 비해 보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변화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고 밝히며 "특히 피해자 측이 영상 확인을 거부했음에도 재판부가 강경한 입장을 보인 건 윤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구하라의 사망 이후 청원을 통한 '성범죄 처벌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져가고 있기 때문에, 양형의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변호사도 이런 의견에 동의했다. 변호사 B 씨는 "판결에 큰 문제가 있다고 보이지는 않지만, 구하라는 엄청난 압박을 느꼈음이 분명하다"면서 "일단 협박 혐의를 인정받은 것은 중요하다. 구하라의 극단적인 선택에 의한 사망 또한 항소심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변호사 C 씨도 "구하라의 사망이 최종범의 양형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만약 구하라 씨의 유서에서 관련된 정황이 포착되면 그 가능성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판부의 판결을 홍호한 변호인도 있었다. 변호사 D 씨는 티브이데일리에 "피해자(구하라)가 동영상 촬영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출하지 않았고, 최 씨의 유포 정황 또한 발견되지 않았기에 무죄가 맞다고 본다"며 "무죄이기에 항소심에 가더라도 양형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최종범, 구하라 측 모두 판결이 부당하다며 항소한 상황이기에, 두 사람은 항소심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최종범 측이 변호사 선임 등에 난항을 겪으며 2심 날짜를 확정하지 못했다. 여기에 구하라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며 사건은 혼란에 빠졌다. 하지만 피해자 측이 사망하더라도 남은 증언과 진술은 여전히 법정에서 효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형사재판은 계속해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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