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힐링과 육아가 공존하는 프로그램을 꿈꾸던 '리틀 포레스트'가 아쉬움을 남긴 채 종영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재미와 시청률 모두를 놓친 프로그램으로 남게 됐다.

7일 밤 SBS 월화 예능프로그램 '리틀 포레스트'가 16회 방송을 끝으로 종영했다.

'리틀 포레스트'는 SBS가 처음으로 선보인 16부작 월화 예능프로그램이다. 배우 이서진, 이승기, 정소민, 코미디언 박나래가 푸른 잔디와 맑은 공기가 가득한 찍박골에서 아이들과 맘껏 뛰놀 수 있는 친환경 돌봄 하우스를 여는 모습을 그렸다.

김정욱 PD가 제작발표회 당시 "아이들에게 좋은 걸 선물해주겠다는 생각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다"고 말한 것처럼, '리틀 포레스트'는 자연과 아이들을 중점적으로 다루며 포문을 열었다. 아이(리틀이)들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 친해지려는 멤버들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에 '리틀포레스트'는 1회가 6.8%의 평균 시청률(이하 닐슨 코리아 전국가구 기준) 기록하며 순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5회 만에 반 토막 난 3%대 시청률로 하락세를 이어갔다.


가파른 하락세의 가장 큰 원인은 '리틀 포레스트' 속 육아를 하는 과정에 시청자들이 공감을 느끼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리틀 포레스트'의 출연진들은 모두 육아에 도전하려는 비혼자들이고, 실질적인 부모가 아니다. 원활하고 자연스러운 육아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 멤버들은 촬영 전부터 아동심리 자격증과 유아 요리 자격증 등을 취득하는 노력을 보였지만, 이상과 현실은 다를 수밖에 없었다. 출연진들은 리틀이들이 잘못을 하더라도 자신의 아이가 아니다 보니 제대로 훈육을 할 수 없었고, 결국 아이들에게 수동적으로 이끌려가며 정해진 방송 포맷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또한 '힐링'과 육아는 함께 존재할 수도 없다는 점도 지적됐다. 두 콘셉트가 서로 어울리지 않다 보니 결국 예능적 재미를 자아내기는 어려웠다는 평가다.

대표적인 육아 예능프로그램 중 하나인 MBC 'god의 육아일기'를 예로 들자면, 당시 아이돌 god가 어설프게 아이를 키우는 모습은 육아 초보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고, 아이가 자람과 동시에 일취월장하는 god의 육아 실력이 곧 이들의 함께 써나가는 성장기를 보는 듯한 재미를 자아냈다.

하지만 '리틀 포레스트'의 경우 육아의 현실이 아닌 로망만을 보여주려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빈축을 샀다. 물론 프로그램 속 멤버들은 "힘들다. 정신이 없다"고 말하며 육아의 현실을 말한다. 그러나 연출은 그렇지 않다. 제작진은 현실을 감각적인 자막으로 포장하고 따뜻한 색감을 강조하는 등 연출을 통해 '힐링' 콘셉트를 강조하려 했다. 시청자들이 이질감을 느끼고 채널을 돌리게 된 이유다.

'리틀 포레스트'는 반환점을 돌고 나서야 현실 육아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임과 동시에 멤버들의 매력을 한층 배가할 수 있는 협의점을 찾았으나, 이미 다수의 시청자들이 떠난 상태였다. 월화드라마를 폐지한 후 등장한 첫 월화 예능 타자로 6.8%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기대감을 높였지만 끝 맛은 씁쓸하기 그지없었다. 파격 편성으로 구성됐지만 마지막 회마저 시청률 3.4%를 기록하며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았다.

SBS는 '리틀 포레스트' 이후 3주 간 휴식기를 갖는다.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2019 신한은행 MY CAR KBO 포스트시즌'이 개막하기 때문. 이후 28일엔 새 월화드라마 '브이아이피(VIP)'가 방송될 예정이다. 앞선 작품의 후광을 누릴 수 없는 'VIP'가 SBS 월화 편성에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을지, 또 수목 예능 편성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는 SBS가 이번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SBS '리틀 포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