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서 코미디언 강유미가 남다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이슈에 대해 자세히 모르는 일반 시청자를 대변하며 공감대를 끌어올리고 있다.

SBS 교양 프로그램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이하 '블랙하우스')가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비록 시청률은 3~4%대(닐슨코리아 전국 평균)를 오가며 고전 중이지만, 사회 이슈를 날카롭게 파헤치는 구성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것. 그중에서도 강유미는 '이슈 브리핑 & 흑터뷰' 코너에서 질문 특보로 맹활약 중이다.

'블랙하우스'는 기본적으로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와 SBS 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를 연출했던 배정훈 PD를 중심으로 꾸려진다. 패널 및 기본 출연진도 김어준 총수나 배정훈 PD가 취재 과정에서 만난 국회의원 혹은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강유미의 존재는 이질적이다. 그 홀로 정계 혹은 시사 이슈에 정통하지 않은 비전문가이기 때문.

그러나 강유미는 누구보다 강한 호기심과 능동적인 태도로 질문 특보라는 위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특히 가장 주목할만한 점은 강유미의 '모르는 게 힘'이 되는 순간이다.

일례로 강유미는 '블랙하우스'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둘러싼 다스 실소유주 논란, 가상화폐의 실체와 거래 방법 및 수익률의 근원 등 최근 대중의 관심을 가장 크게 자극한 사건들에 대해 취재했다. 그는 질문 특보로서 직접 이명박 대통령의 자택 근처까지 찾아가는가 하면, 가상화폐 초기 투자에 성공한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의외의 성과도 있었다. 김어준도 실체가 없다고 무시했던 가상화폐 오프라인 거래소를 직접 찾아가기도 했고, 말만 오프라인 거래소일 뿐 실상은 온라인 상에서 거래해야 하는 맹점을 몸소 보여준 것.

이에 더해 강유미 특유의 재치와 개그 감각이 한없이 무거워질 수 있는 '블랙하우스'에 웃음을 더하고 있다. 평창 동계 올림픽의 남북한 단일팀 구성안에 대해 "김정은과 문재인 대통령의 성대모사로 개그를 짜고 싶다"고 받아치기도 하는 것. 그의 재치는 정치적으로 대립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도 분위기를 환기시키며 '블랙하우스'의 소재에 보편성을 불어넣었다.



결과적으로 강유미는 '블랙하우스'에서 소개하는 이슈를 알고 싶지만 몰랐던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누구보다 깊이 자극하고 있다.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진영과 이념 별로 각종 정보 심지어 '가짜 뉴스'까지 범람하는 가운데, 대중은 이슈의 실체를 아는 자와 모르는 자로 양분돼 왔다. 그중에서도 강유미는 '블랙하우스'를 통해 모르는 자가 아닌 아는 자로 성장하는 중이다. 그의 호기심과 취재를 따라 시청자 역시 이슈의 실체를 향해 한 걸음 더 들어가고 있다.

물론 강유미는 '블랙하우스'에서 자신의 정치적 성향이나 지식의 깊이를 완전히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는 '거의 정통'을 표방하는 '블랙하우스'와 반대되는 의견을 가질 수도 있고, 김어준 못지않은 취재력으로 시사 이슈에 통달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 강유미의 성향이나 지식수준은 '블랙하우스'에서 중요하지 않다. '블랙하우스'에서 강유미는 철저하게 모르는 사람들의 대표자인 캐릭터로 자리매김했다. 이쯤 되면 그를 적극적으로 기용해 예능적 캐릭터를 도출해낸 제작진의 연출에 감탄이 나올 정도다. 그리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무지(無知)에 머물러 있지 않는 강유미를 따라 '블랙하우스'가 시청자들의 정보 판단의 기준이 되고 있다.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SBS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