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철중 기자] 파이프오르간은 유동성이 없는 악기이다. 한곳에 머물며 그곳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아낸다는 특징을 지닌다. 그래서 하나의 건축물이라고도 한다.

고고한 자태의 파이프오르간은 악기마다 건반의 느낌과 음색이 달라서 연주자들은 매번 새로운 악기와 조우하고 동화된다.

우리나라에 예배당이 아닌 장소에 파이프오르간이 처음 설치된 때는 1978년 6월이다. 설치 장소는 서울의 세종문화회관.

파이프오르간은 100% 주문 제작하는 악기다. 장소에 맞춰 설계해 악기마다 규모와 스타일이 다르다.

세종문화회관의 파이프오르간은 독일의 칼 슈케 회사 작품이다. 6단의 손건반과 8,098개의 파이프를 자랑하며 총 13개월의 제작 기간을 거쳐 탄생했다.

이 파이프오르간은 국내 공연장에 제작된 유일한 파이프오르간으로 한국 오르간 역사에 신선한 지표를 제시했다.

이에 세종문화회관은 매년 ‘파이프오르간 시리즈’를 개최, 쉽고 다양한 오르간 공연 프로그램을 소개하며 오르간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다.

그 시리즈가 올해로 9회째를 맞는다. 올해는 아메리카,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오세아니아까지 각 대륙을 대표하는 오르가니스트 5인이 모여 솔로와 듀오 연주, 다섯 명이 함께하는 특별한 협연 무대를 선보인다.

공연은 오는 27~28일 이틀에 걸쳐 진행된다. 파이프오르간의 ‘정통성’과 ‘지역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27일 저녁 7시 30분 공연 ‘바흐의 밤’에는 전주곡(Prelude), 환상곡(Fantasy), 파사칼리아(Passacaglia), 코랄(Chorale), 변주곡(Variation) 등 파이프오르간 역사에 큰 업적을 이룬 바흐의 오르간 양식 작품을 선보인다.

28일 오후 5시 공연 ‘눈부신 오르간의 밤’에는 각 대륙을 상징하는 레퍼토리를 토박이 연주자들의 해석으로 만난다. 이번 공연은 바흐를 기조 삼아 내려오는 파이프오르간 작품이 각국에서 어떻게 발전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각 대륙을 대표하는 연주자로 한국에서는 서울신학대 교회음악과 김지성 교수가 아시아를 대표해 무대에 선다.

아메리카 대륙을 대표해 무대에 오르는 오르가니스트는 캐나다 출신의 마이클 엉거이다. 그는 현재 신시내티 음악원에서 오르간과 하프시코드를 가르치고 있다.

폴란드 제쇼프 태생의 마렉 스테판스키는 유럽을 대표해 무대에 오른다. 현재 그는 폴란드 크라쿠프 음대에서 후학을 양성 중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태생의 제레미 조셉은 아프리카를 대표한다. 그는 현재 오스트리아 빈 음악대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빈 호프카펠레 오르가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 태생의 토마스 헤이우드는 오세아니아를 대표해 무대에 오른다. 멜버른 대학교에서 수학한 그는 멜버른과 시드니를 거점으로 파이프오르간 관객 개발에 힘쓰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세종대극장에서 진행되는 이번 공연의 제목은 ‘5대륙, 5인의 오르가니스트’이다. 한 자리에서 5인5색의 음악적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국내 최초의 공연 프로젝트이다.

[티브이데일리 윤철중 기자 news@tvdaily.co.kr / 자료제공=세종문화회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