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효정 기자] 두려움 많던 소녀가 단단한 '아이언걸'로, 5분의 1이었던 사람이 온전히 100%로 자신을 꽉 채우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예은이 '핫펠트'라는 이름으로 진심을 말하기 시작했다.

원더걸스는 성공한 걸그룹이었다. 국민 걸그룹이라는 수식어를 얻을만큼 그들의 노래와 춤은 큰 인기를 끌었다. 독특한 콘셉트와 한 번 들으면 입에 착 달라붙는 후렴구는 '후크송' 시대를 열기도 했다. 그 영광을 뒤로하고 홀로 무대에 선 예은은 원더걸스 1인버전을 만드는 것이 아닌 오로지 'Only One'의 예은을 보여주기로 결심했다.

이름부터 쉽지 않은 '핫펠트'의 시작은 원더걸스 밖의 예은을 보여주기 위한 굳은 마음에서 시작됐다. 원더걸스 그룹의 미국활동 결과, 그룹의 해체냐 유보냐는 물음은 더 이상 그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영광의 순간과 고민하던 그 시간들이 모두 쌓여 지금의 예은을 만들었다. 예은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물음표에 오히려 반문했다 "Me?"

-가볍게, 솔로 데뷔를 앞둔 기분은 어떤가요?

"작사 작곡 프로듀싱 전체적인 것에 참여를 해서 긴장도 되고 기대도 많이 되는 것 같아요. 저는 대중성보다 제 음악을 보여드리자는 생각으로 준비를 했는데, 회사에서는 성적도 조금 기대를 하시는 것 같고, 부담감도 느끼고 있어요. (웃음)"

-먼저 핫펠트라는 이름을 짓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2011년에 원더걸스 앨범 전부터 곡 작업은 했는데 그 즈음부터 필명을 정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제게는 '핫펠트'라는 말이 마음에 와닿더라고요. 그 마음으로 박진영PD에게 이야기했더니 '너무 예쁘기만 한 이름이니까 표기법을 다르게 해보자'라고 하셔서 표기를 살짝 비틀어서 사용해봤어요."

- 핫펠트라는 이름을 쓰는 것이 원더걸스와는 확실히 차별화를 두겠다는 의도로 봐도 될까요.

"네. 음악을 들으면 아시겠지만 원더걸스와는 많이 달라요. 원걸 예은이라고 하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굉장히 다르죠. 그래서 원더걸스 음악을 기대하는 분에게도 실망을 안겨드리고 싶지 않았고 제 음악에 대한 선입견없이 바라봐주시기를 하는 마음에서 이 이름을 썼어요."

"원더걸스는 솔로활동이 거의 없어서 스스로 생각했을 때는 지금이 가장 준비된 타이밍 같아요. 과거에 제 솔로가 나왔다면 제 색깔을 온전히 다 보여드릴 수 없었을 것 같아요. 저를 더 찾아가는 과정이기때문에 원더걸스를 대표한다는 생각보다 완전히 신인가수로 데뷔하고 싶다는 마음이에요. 그래서 핫펠트라는 완전히 다른 이름을 쓴 것이고요."



- 처음 예상했던 것과 결과물을 비교하면 어느 정도 잘 나온 것인가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300% 잘 나온 것 같아요. (웃음)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좋아하는 방식으로 작업했고, 이 음악들이 세상에 나오게 된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고 뿌듯한 일이에요. 들을수록 저는 더 좋은 것 같아요."

- 그룹활동 이후 공백기에는 무엇을 했나요.

"드라마, 뮤지컬에 도전했는데 제게 큰 도움이 됐어요. 연기를 하면서 더 자유로워지는 느낌을 받았고 뮤지컬을 하면서도 발성이나 음악 성향에도 영향을 받았어요. 이번 앨범에는 원더걸스 혜림과 빈지노 두 분과 콜라보레이션을 했는데 다양한 아티스트와 함께 콜라보레이션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언제부터 솔로앨범을 준비했나요.

"1년 반 전부터 이야기했어요. 일단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컸고 원더걸스로 저를 많이 알아봐주시기 때문에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누구는 댄스가수를 기대했고 누구는 아예 어쿠스틱한 싱어송라이터 이미지를 원하는 분도 계셨어요. 그 고민 가운데 제가 할 수 있고 좋아하는 것을 다양하게 펼쳐보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록발라드, 덥스텝, 트랩 등 실험적인 장르를 담았고 무대에서는 현대무용을 선보이는 등 다양해요."

- 대중이 기대하고 바라는 취향과 다르게 간다는 것이 상당히 모험아닐까요.

"이번 앨범 준비하면서 초점을 맞춘 것은 제가 모든 대중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생각이에요. 제가 경력이 대단한 작곡가도 아니라 대중성있는 곡을 쓸 수도 없었고, 제가 가진 능력 안에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좋아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어요. 회사와 고민하면서 대중성 음악성 다 잡는 것이'베스트' 이지만 이번 앨범은 그러기를 바라지는 않고 지금의 저를 보여드리고 점점 발전해나가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요."



- 원더걸스와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음악인데 멤버들 반응은 어땠나요.

"처음에는 난해하다는 반응이었어요. '예은아 나는 좋은데 대중적으로 잘 될까?'하는 반응이요. 하지만 함께 고민하고 서로 아이디어를 내면서 보완했고 멤버들도 저의 뜻을 잘 이해해줬어요. 혜림은 피쳐링을 해줬고 선미는 포토그래퍼를 추천해서 이번 앨범에 참여했고요."

- 원더걸스 미국활동에 대한 의견이 많이 갈리는데 예은씨에게 미친 영향이 있을 것 같아요.

"미국 활동은 저의 음악활동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 같아요. 미국에서 보낸 시간이 없었다면 저는 제 솔로앨범 생각 자체를 못 했을 거예요. 뉴욕 자체가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자유로운 분위기였고, 그런 분위기에서 저도 제 음악을 끝까지 해봐야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이 앨범의 많은 아이디어도 뉴욕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원더걸스 미국활동이 결과적으로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지 못 했다고 할지라도 그 활동이 있어서 지금의 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또 돌아가고 싶은 시간이고 감사한 순간들이에요"

- 평소 여가시간에는 뭘 하나요.

"한국에서는 미드(미국드라마)보고 그래요. 특별한 일은 없어요. (웃음)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해서 못 본 방송 프로그램도 봐요. '아빠 어디가' '마셰코' 제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이에요. 멤버들이랑 영화도 자주 보고요."

- 데뷔해서 꽤 오랜 기간 숙소생활을 하는데 독립하고 싶지는 않나요.

"지금 저, 유빈, 혜림, 선미 넷이 살고 있는데 독립 생각은 없어요. 아주 짧게 혼자 살아본 적 있는데 혼자 사니까 우울해지고 밥도 계속 외식하거나 인스턴트 먹으니까 살도 찌고요. 그냥 멤버들이랑 특별한 일을 안 해도 같이 있는 것이 좋아요."

- 먼저 솔로로 데뷔한 선미가 큰 도움이 됐을 것 같아요.

"이번 앨범 정말 많이 도와줬어요. 또 자기가 직접 만든 티저 영상도 보여주는 등 심적으로 많이 도움이 됐어요. 진짜 가족같은 사이에요."

- 티저 이미지가 상당히 파격적이더라고요.

"핫펠트를 어떻게 알릴까 고민했어요. 원더걸스로 활동할 때는 앨범이 나온다고 하면 '뭐 입어?' '이번엔 어떤 콘셉트야?'라고 묻곤 했어요. 아웃룩이 중요했던 그룹이죠. 하지만 제 앨범은 그렇지 않거든요. 듣는 음악을 하고 싶었는데 '내가 꼭 뭘 입어야 할까?' 싶더라고요. 그래서 아예 안 입는 걸로 티저를 찍고 회사에 알렸어요. 회사에서는 '예은아 너무 세지 않냐'고 하며 박진영 프로듀서님도 많이 말렸지만 그래도 나중에는 제 뜻을 이해해주셨어요."

- 이번 앨범 준비하면서 박진영 프로듀서와 많이 대립한 것 같아요.

"타이틀곡, 티저, 예명 등에서 의견이 처음에 갈렸어요. 제가 마음의 확신이 있어서 의견을 굽히지 않으니까 화도 많이 내셨어요. 죄송한 마음도 있는데 저는 바꾸고 싶지 않았어요. PD님을 설득하기 위해 처음으로 작곡노트에 11장짜리 편지를 써서 보냈어요. 제가 이 곡을 왜 썼는지, 제가 느낀 것이 무엇인지 그걸 빽빽하게 적어서 보냈어요. 그걸 보시고 '그래 네가 한 번 시원하게 해봐라. 서포트 하겠다'라면서 같이 아이디어를 발전시켰어요."



-시작부터 박진영과 다른 의도와 생각으로 시작된 앨범인 것 같아요.

"네 처음에는 무대에서 현대무용을 하는 것도 반대하셨는데 다 짜서 보여드렸는데 정말 좋아하시더라고요. 프로듀서님에게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저를 아끼는 마음에 조언을 하셨는데 제가 그걸 못 따른 것이니까요. '안 맞아'라고 거부한 것은 아니었어요. 충분히 프로듀서님의 의견에 동의했고 의도는 알지만 제 것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었어요. 제가 프로듀서님에게 '좋은 결과도 중요하지만 제 숙제는 제가 하는 사람이고 싶다'고 많이 어필을 했어요."

- 박진영 프로듀서가 처음에 만들고 싶었던 예은은 어떤 느낌이었나요.

"아마 2012년 말이었나요. '비욘세 같은 가수가 되자'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시간이 흘러 '예은아 로린힐같은 앨범을 가지고 와' 라고 하셨는데 비욘세와 로린힐은 느낌이 많이 다르잖아요. 후에는 두 사람의 모습이 아닌 나를 그대로 보여드리는 앨범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박진영 프로듀서는 4번 트랙인 '본드'라는 곡을 타이틀곡으로 하고 싶어 하셨어요. '다른 가수들의 섹시콘셉트와도 다르고 대중성도 있고 너만의 매력도 살릴 수 있다'고 하셨어요. 하지만 섹시를 전면에 내세우면 제가 어떤 가수인지 깊게 보실 것 같지 않았어요. '이 곡으로는 못 나간다'고 한 것이 1차 전쟁이었어요. (웃음) 그 뒤로는 끊임없는 전쟁이었죠. 타이틀, 무용, 재킷커버, 뮤비 콘셉트 마지막으로 예명까지요. "

- 자신감이 있어서 의견을 굽히지 않았던 건가요.

"이 곡으로 나가면 대박난다는 자신감으로 한 것이 아니에요. 대중성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올해 초에 아프리카를 갔다오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왜 망할까봐, 안 될까봐 두려워서 아무 것도 못 하고 있을까' '나는 뭘 하고 싶은걸까' 그런 고민을 했고 결론을 냈어요. 스물여섯살인 지금 할 말은 아니지만 내일 죽는다고 생각하면 두려운 것이 없더라고요. 제 안의 두려움을 없앴어요."

- 솔로 앨범 이후 활동을 계획하고 있나요.

"사실 저는 벌써 2집 구상이 머릿 속에서 진행되고 있어요. (웃음) 1집의 결과에 따라 시기가 당겨질수도 늦춰질 수도 있겠죠?"

- 지금 새롭게 출발하는 예은의 마음가짐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요.

"진짜 새로운 출발이에요. 이제는 준비됐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연습생기간도 없이 뽑히자마자 원더걸스가 됐어요. 평범한 여고생이 '뿅'하고 신데렐라가 된 것이죠. 데뷔해서 모든 것이 혼란스럽고 어렵고 복잡했어요. 감당하기 힘든 부분도 많았어요. 지금 7,8 년 정도 일을 하면서 나를 찾아가고 다듬어지고 또 단단해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일하며 도중에 잃어버린 열정이나 제 안의 에너지를 많이 찾은 것 같아요. 처음으로 돌아왔지만 저는 더 단단해졌어요. 이제 시작이에요."

-이번 앨범에서 듣고 싶은 평가는요.

"'얘 진심이구나' '진짜인 척하지도 않고 애 쓰지도 않고 진짜구나' 그 말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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