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곽현수 기자] 25일 막을 내린 MBC 월화 드라마 '마의(극본 김이영, 연출 이병훈)'는 이병훈 PD의 전형적인 틀에서 벗어나지 않은 사극이었다.

'마의'는 조선왕조실록에도 몇 줄의 기록이 전부인 백광현을 소재로 상상력을 펼친 드라마다. 또한 주인공인 백광현이 의술로서 새롭게 고난을 헤쳐 나가거나 기이한 인연으로 새 스승을 만나 더 높은 수준의 기술을 쌓는 형식 역시 이병훈 PD가 가장 선호하는 스타일의 전개였다.

이런 이병훈 PD의 스타일은 여배우들에게도 여지없이 적용됐다. 그는 '동이' '대장금' '허준' 등을 통해 조선을 배경으로 한 사극에서 볼 수 없었던 여성 캐릭터를 만들어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어 낸 바 있다.

하지만 '마의' 속 여자 캐릭터들은 앞서 언급된 이병훈 PD의 전작처럼 호사를 누리지는 못했다. 이들은 노출논란에서 연기력 논란까지 '마의'를 둘러싼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으며 조승우와 손창민의 대결이 중심이 되면서는 자연스럽게 수동적인 여성상이 되고 말았다.

강지녕 역의 이요원은 '마의'에서 신분이 바뀌어 노비에서 양반가의 여식으로 자라나 스스로 의녀라는 직업을 택했다. 이는 이병훈 감독이 선호하는 주체적인 여성상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후 대중은 이요원의 매력이 더욱 발산되길 원했지만 강지녕으로서 보여 줄 있는 것은 딱 거기에 머물렀다. 이에 시청자들은 이요원이 보여줘야 할 매력을 다른 여성 캐릭터에서 찾았고 이로 인해 덕을 본 캐릭터가 바로 숙휘공주(김소은 분)와 장인주(유선 분)였다.

특히 '마의'의 애정구도가 한때 백광현-숙휘공주 커플에게 집중됐고 시청자들 역시 이에 열렬한 반응을 보였던 점 역시 이요원 본인이 곱씹어야 할 부분이다.

은서 역의 조보아도 다소 부족함을 드러냈다. 조보아는 첫 등장부터 논란을 만든 것은 물론 부족한 연기력으로 인해 스스로 비중을 깎아 먹고 말았다.

당초 은서 역은 과부이자 백광현을 연모하는 마음을 품고 그를 뒤에서 받쳐주는 조력자 캐릭터였다. 하지만 첫 등장 후 사극에 어울리지 않는 발성과 발음, 거기에 어색한 표정연기가 더해져 시청자들의 뼈 아픈 질타를 받게 됐다.

이후 조보아의 비중은 빠르게 줄어들었다. 숙휘공주와 백광현의 애정구도가 깨진 후 등장한 이 캐릭터는 광녕커플의 등장 이전까지 새로운 삼각관계를 형성해야 했지만 결국 숙휘공주의 처소로 찾아와 말동무를 해주는 캐릭터로 전락하게 됐다.

마지막으로 '마의'에서 수난을 당한 여배우는 바로 김혜선이었다. 그는 '마의'에서 이병훈 사극의 이른바 '최종보스' 캐릭터인 대비 역을 맡았다.

김혜선이 연기한 인선왕후는 언제나 현종의 개혁에 반대를 하고 나섰고 귀천을 따지는 보수적인 캐릭터였다. 이병훈 PD 사극이 대부분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성공 스토리이기에 이같은 캐릭터는 주인공을 사사건건 걸고 넘어지며 주목을 받게 된다.

그 예로 '이산'의 김여진은 정조(이서진 분)의 가장 큰 정적으로 후일 극에서는 역모에 가담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로 시청자들의 미움과 호평을 동시에 받았다.

이에 반해 김혜선의 인선왕후는 아무런 인상도 주지 못했다. 그저 신료들의 손을 들어주거나 현종의 정책에 반대하며 금식을 선언하는 데 그치면서 자식의 길을 가로막는 어머니로 머물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사극과 맞지 않는 발성으로 조보아와 마찬가지로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면서 중견 배우도 연기력을 의심받을 수 있다는 사례의 주인공이 됐다.

분명 '마의'는 크게 보면 잘 짜여진 드라마였다. 또한 조승우, 이요원은 물론 개성 있는 조연 캐릭터들의 활약이 빛났던 작품이다.

하지만 이병훈 PD가 다른 사극들과 자신의 작품을 차별화 하는 수단으로 상상력을 발휘 할 수 있는 인물을 선택하는 것과 주체적으로 발랄한 여성 캐릭터들을 활용해 왔다는 점을 상기해 보면 앞서 이들 여배우의 활약은 '마의'에 있어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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