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강효진 기자 ]MBC 월화 드라마 '마의(극본 김이영, 연출 이병훈)'가 50회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미천한 신분의 마의에서 어의의 자리에까지 오르는 조선 최초의 한방 외과의 백광현의 일대기를 다룬 ‘마의’는 생명 평등의 사상을 전하며 훈훈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됐다.

50회 방송에서는 백광현(조승우 분)이 어의에 올라 소신 있는 개혁을 추진하는 모습은 물론 강지녕(이요원 분)과의 결혼으로 아름다운 사랑의 결실을 맺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렇듯 '꽉 닫힌' 해피엔딩으로 끝난 '마의'의 결말은 실존인물 백광현을 소재로 한 사극이기에 누구나 예상 가능한 이야기였다.

특히 '마의'는 이른바 ‘이병훈식 흥행공식’을 그대로 따르는 사극이다. 이병훈 PD의 전작부터 이어진 전형적인 스토리는 비범한 재능과 더불어 출생의 비밀을 가진 주인공이 인생에 한번 겪기도 어려운 고난과 역경을 수없이 뚫고나가 마침내 인고의 성공을 거두게 되는 것.

마치 롤플레잉 게임(RPG)에서 주인공 캐릭터를 통해 부여되는 미션을 처리해 나가고, 레벨을 올려 성장시킨 뒤 엔딩을 보는 듯한 드라마 스타일은 주인공의 직업에 따라 미션 내용만 바뀌는 ‘RPG 사극’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이같은 이병훈식 사극에는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반전의 여지가 남아있어 단조로운 주인공 성장기에 힘을 더한다. 여기서 사용되는 키 포인트는 두 가지다. 주인공의 비범한 능력과 사극의 만능키로 통하는 임금이다.

‘마의’에서처럼 주인공이 의술을 쓰는 직업을 갖고 있는 경우 이 능력은 다 죽어가는 사람을 극적으로 살려내는 연출로 긴박함을 더한다. 더불어 주인공의 능력으로도 해결하지 못하는 초 고난도 미션이 주어질 경우에는 언제나 임금이 등장해 절대 권력으로 이를 단번에 해결해 통쾌함을 제공한다.

이렇듯 주인공의 성장기부터 일대기를 함께하며 마지막에 성공을 거두는 스토리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캐릭터에 강한 애착과 몰입도를 갖게 하고 마지막에 가서는 그의 성공에 희열을 느끼게 된다. 게다가 틀림없는 권선징악,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결말은 후련함마저 안겨주며 아쉬움과 여운보다는 개운함을 준다는 장점이 있다.

덕분에 이병훈식 RPG 사극은 하나의 흥행공식으로 자리 잡으며 지금껏 초대박, 신드롬 수준의 인기를 이어왔다.

하지만 ‘마의’는 월화극 2위인 17.8%로 종영을 맞게 됐다. 이병훈 감독의 전작들에 비해 눈에 띄게 떨어진 시청률에서도 드러나듯 반복되는 흥행 공식에 서서히 진부함을 느끼는 시청자들이 많아졌다.

라이벌의 악행이 계속되면서 주인공에게 주어지는 과한 미션과 이를 기적적으로 성공시키는 그의 비범한 능력, 해결하지 못할 경우 만능열쇠 임금님이 나타나 처리해주는 등 반복되는 서사구조에 피곤함을 호소하게 된 것.

사극의 영역을 벗어날 만큼 점점 더 과해지는 미션 역시 이러한 서사의 반복이 극의 긴장감을 떨어트리고 있다는 증거다. 오히려 드라마틱한 상황반전이 계속되면서 이 자체가 하나의 틀이 됐다.

실제로 ‘마의’의 주요 스토리는 백광현이 아픈 누군가를 살려내는 일의 연속이다. 실존인물이기도 한 백광현이 결국에는 성공할 것을 알고 있는 시청자들은 어떤 심각한 병자가 나오더라도 “이번에도 살려내겠지”라는 마음으로 드라마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제 이병훈식 흥행공식은 양날의 검이 됐다. 주인공의 여정을 함께하면서 마지막에 그의 성공으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스토리와 인간미를 드러내며 잃어버린 이 시대의 진정한 가치를 보여주는 이런 레퍼토리를 즐기는 시청자들은 어떤 새로운 주인공이 등장해 같은 이야기를 펼쳐가도 만족하는 고정 시청층이 됐다. 그러나 그동안 이병훈 PD의 작품들에 열광해왔던 다수의 시청자들은 반복되는 시스템에 염증을 느끼게 됐다.

이 때문에 빠르게 변하고 있는 시청자들의 기호에 따라 ‘마의’로 한계점을 체감하게 된 이병훈 PD의 흥행공식이 다음 작품에서는 어떤 변화를 모색하게 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티브이데일리 강효진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출처=MBC]